겔, 정말 고마워.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든 짧든 마지막 수업은 아쉽다.
겔이 몽골로 돌아갔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통보라서 정말 놀랐다.
"선생님, 음... 나 내일 학교 와요. 그리고 안 와요."
"응......? 왜요? (무슨 일 있나?) "
"나, 몽골 가요."
마지막 수업 전날, 이렇게 겔에게서 귀국 소식을 들었다. 담당 선생님도 겔의 담임 선생님도 말씀해 주시지 않아서 전혀 몰랐다. 마침 3개월 단기 계약에서 6주 정도를 더 연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학교 측으로부터 들은 터라, 머릿속으로는 학생들의 수업을 6주 동안 어떻게 더 잘 이끌어갈지 생각 중이었다. 특히 겔은 내가 만났던 학생 중 가장 성실하고 학습효과가 높은 학생이어서 6주 동안 겔에게 한국생활에 필요한 한국어를 계획을 세워 잘 가르쳐줘야겠다,라고 생각한 터였다.
많이 아쉬웠다. 또 생각해보니 가정에서 귀국이 정해진 것은 이렇게 갑작스럽지 않았을 텐데 그걸 알면서도 한국어 수업에 꼬박꼬박 그리고 또 열심히 참여해준 겔이 고맙고 기특했다. 그리고, 겔에게 귀국은 당연히 즐겁고 기쁜 일일 것이다. 본인이 살던 집, 학교로 다시 돌아가는데 얼마나 좋을까.
당장 내일이 마지막이라 어떤 수업으로 마무리를 할지 고민이 좀 되었다.
마지막 수업 날. 겔도 비슷한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선생님, 먹어요." 하면서 콜라맛 쭈쭈바를 내밀었다. 이럴 땐 정말 어린이다, 싶다.
마침 '우리 동네'라는 주제로 동네에 무슨 가게들이 있는지, 그 가게에서는 무엇을 파는지, 옆, 앞, 뒤 등의 위치 표현으로 동네를 소개하는 단원을 배우고 있어서 구글 지도를 돌렸다. 함께 로드뷰를 보면서 지금 한국의 초등학교에서 겔의 한국 집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았다. 겔의 가족이 자주 이용하고, 또 우리의 이야기에 많이 등장했던 집 옆의 큰 마트와 떡집도 찾아보았다.
몽골로 이동했다. 아주 유명하다는 몽골 칭기즈칸 광장도 가보고, 박물관도 가 보았다(박물관 내부까지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울란바토르 시내 곳곳을 구경하다가, 겔은 본인이 다니던 초등학교를 찾아 보여주었는데, 자신을 가르치던 담임선생님을 발견하고는 정말 깔깔대고 웃었다. 몇 년 전 모습의 로드뷰라서 선생님이 너무 젊어 보인다며.
"선생님도 정말 몽골에 가 보고 싶어요. 선생님 몽골에 가요, 어디가 제일 좋아요? 알려주세요."
라고 물으니 겔은 망설임 없이,
"선생님, 우리 집 와요!, 음... 같이 놀아요, 먹어요!"
짧은 한국어에도 겔의 마음이 모두 표현되었다.
그동안 너무 열심히 공부해 주어서 고마워 겔.
덕분에 선생님도 많이 배웠어.
몽골어로 '훈'은 '사람'을 뜻한다는 것, '떡볶이'와 '돋보기'의 발음이 비슷하게 들릴 수 있다는 것, 몽골 학생들도 초등 고학년이 되면 몽골 전통 글자를 배운다는 것, 몽골에도 한국의 공기놀이와 비슷한 전통놀이가 있다는 것. 기억할게. 안녕.
헤어짐은 항상 아쉽지만, 학생들과의 좋은 기억의 연장선에서 새로운 만남을 기대해본다.
그리고, 또 배워간다.
[커버이미지: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