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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n Aug 03. 2017

1. 아바나로 가는길

설렘 반, 기대 반 아바나로 무작정 가는 길, 그리고 쿠바의 배경 이야기








자, 샌프란시스코에서 3일을 머물고 이제 쿠바로 떠난다. 도심으로 들어갈 때 탔던 BART를 반대편으로 타서 다시 공항(SFO)으로 왔다. 여기 공항은 근 4년 만인데, 면세점부터 시작해서 보잘것없는 음식점까지 역시나 바뀐 것이 많이 없었다.


사실 난 쿠바의 존재를 거의 모르고 있었다. 적어도 작년 11월 까지는 말이다. 옛날에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를 볼때 우리나라 대표팀과 쿠바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금메달을 땄던거 정도? 그것밖에 모른다. 그리고 아프리카 어딘가 있겠거니, 하며 그저 내 머릿속에는 야구를 잘 하는 나라로 한쪽에 치워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중국남방항공이 인천-북미 왕복을 어마무시한 가격(38만원)에 풀어버린 그 티켓. 그 티켓을 구입 해버린것이 사건의 발단이였다. 샌프란시스코로 들어와서, 뉴욕으로 나오는 티켓이였는데 그 중간에 바로 건너가기는 좀 그렇고 어디 거쳐갈까를 고민할 시점에 있었다.



그러던 참에, 옆에 있던 친구놈이 쿠바! 라길래 일단 찾아봤다. 쿠바 여행기는 인터넷에 2017년 초, 그 당시에 별로 없었다. 여행기 포스팅을 몇 개 보자하니 미쳤었다. 무슨 한국 70년대 풍경에, 굴러다니는건 50년대 자동차에.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아직도 존재하나 싶었다. 근데, 여행하기에 너무나 불편해 보였다. 인터넷도 안되고, 적도 부근의 나라라서 날씨도 엄청 더울게 뻔할더러, 이번 여행은 유럽과 달리 한 곳에서 좀 오래 있고 싶었기 때문. 여름이니까 알래스카에 있는 앵커리지/페어뱅커스/옐로우나이프나 가서 오로라나 볼까 생각도 해봤는데, 시즌이 아니란다. 여름엔 오로라가 없다고ㅜㅜ 결국 출발일이 점점 다가오고 난 쿠바행과, 쿠바에서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쿠바 아바나 까지 내가 타고 갈 비행기는 아비앙카(Avianca) 항공. 스페인어 때문에 이름부터 남미의 느낌이 난다. 카운터로 가보니 전광판, 안내 푯말 또한 모두 영어와 스페인어로 적혀있었다. 이 항공사는 콜롬비아에 본사가 있고, 남미를 가보지 않았다면 우리에게는 정말 낯선 이름의 항공사다.


티켓을 구매할 무렵 에어로멕시코와 이 티켓을 고민했지만, 그 사이 에어로멕시코의 티켓 가격이 급등해서 스타얼라이언스만 믿은 채 결국 아비앙카 항공을 선택해야 했다. 관광지를 가서 뒤를 돌면 권총이 나온다는(? 에이 설마...) 꽤나 위험하다는 엘살바도르(El Salvador)를 거쳐가는 항공편. 뭐, 어차피 난 공항에만 있을 거니까. 엘 살바도르? 그래, 카페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 한 거기.. 거기 맞다. 커피가 유명하다.


공항에 도착해서 보딩게이트를 보니 역시나 엄청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줄 서 있는 사람들은 미국인은 별로 없었다. 대부분 경유지를 남미로 가는 그쪽 동네 인종들. 3일 동안 열심히 아득바득 돌아다녀 너무나도 피곤한 탓에, 원래 잘 하지 않는 셀프 체크인을 했다. 셀프 체크인 기계는 보통 영수증 같은 보딩패스를 출력해주는데, 난 이걸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 역시 보딩패스는 빠닥빠닥하고 두껍고 주르륵 찢는 맛이 있어야지! 수하물 카운터에 가서 짐을 붙이고 보딩 게이트로 가서, 열심히 노숙자 모드로 1시간 정도 꿀잠을 잤다. 공항에 팔걸이 좀 없애줘 제발 ....




참고로, 이 비행기의 출발시간은 새벽 01:30이다. 그러니 내가 졸릴 수 밖에. 목적지는 엘 살바도르의 수도인 산 살바도르(San Salvador). 샌프란시스코에서 산 살바도르까지 6시간 정도를 타고 날아간 다음, 거기서 다시 쿠바의 수도인 아바나(Havana)까지 1시간 정도를 날아가야 한다. 환승 대기시간까지 합하면 총 9시간 정도. 새벽 01:30에 출발이니, 밤을 꼴딱 새워 날아가는 항공편이다. 숙박비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과 몸이 매우 피곤하다는 단점이 같이 존재 한 달 까나.


미국에서 쿠바로 넘어가는 방향이니 잠시 그 둘의 관계를 설명하자면, 쿠바와 미국되게 불편한 관계에 있는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쿠바를 약 50년이 넘도록 무역 봉쇄시켰다. 오바마 정부 들어 미국과의 수교를 재개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16일쯤 오바마 정부가 내세웠던 쿠바와의 무역 수교를 대부분 무효화한다는 내용을 선언했다. 두 국가 간의 역사에 대해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신 분들은 따로 찾아보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쿠바를 여행한다면, 이 두 나라의 관계를 찾아보지 않을 수는 없을 듯.



자고 일어났더니 가장 먼저 반대편에 승무원들이 눈에 띄었다. 온통 빨간색의 전신 유니폼과 모자, 손에는 스마트폰을 하나씩. 모두 다 같은 자세, 너무나도 일상적인, 특별하지 않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시간을 보내는 듯 보였다. 그리고 오른쪽에는 사무장으로 보이는 사람과, 아비앙카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내가 탔던 항공사중에서 가장 충격먹은 유니폼은 알이탈리아 캐빈크루의 유니폼. 그야말로 충격이였다... 패션의 이탈리아 감성인가 궁금하신분은 따로 찾아보길 바란다. 알이탈리아 캐빈크루 모자는 진짜 맘에 들더란 :)


캐빈크루? 난 승무원, 스튜어디스라는 발음보다 캐빈크루 발음을 더 좋아라 한다. 승무원은 뭔가 딱딱한 느낌이고 사무적인 것에 반해, 캐빈크루는 덜 사무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받는다. 여러 항공사를 탑승해보면 나라별로 캐빈크루들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내가 타고 온 중국남방항공(이라쓰고 중구난방항공이라 읽는다) 캐빈크루들은 급하게 성장한 항공사인 탓에 언제나 바쁘고 여유가 없다. 때문에 불친절하다는 후기도 종종 나온다. 실제로, 비행 중간에 서빙해주는 기내식을 보면 엄청 급한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국적기 캐빈크루들은 친절하고, 언제나 미소가 가득하고(아마 엄청 힘들듯) 그런 이미지인 반면에, 알이탈리아 캐빈크루들은 기내식 서빙하면서도 자기들끼리 엄청 이야기하고 떠들고 그런다. 이건 이탈리아 특유의 고객이 앞에 있어도 내 할 일이 먼저인 감성이지만, 나름 직장생활은 별 반 다르지 않구나 라는 것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역시 현실은 별 반 다를 게 없고, 이들도 기본적으로 서비스업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다.


어찌 되었던, 이 캐빈크루들이 즐거우면 항상 비행기 안에서의 여정이 기분이 좋았지만, 이들이 피곤하면 나도 피곤했다. 나중에 갤리(비행기 중간, 뒷쪽 서빙을 위해 준비하는 공간)에서 사람들이 먹다 남은밥 사이에서 포장을 뜯지 않는것을 찾아 먹는거 보고 충격먹었었다. 듣긴 했지만 그 광경을 실제로 볼 줄야. 아마 단거리 비행기라 자신들에게 할당된 밀이 없어서 그런듯 한데 매우 안타까워 보이긴 했다. 설령 그렇더라도, 4시간짜리 비행에 고객한테 핫 밀을 주면, 이들에게도 당연히 줘야하는게 맞나 싶은데... 우리는 정말이지 이들의 좋은 면만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 장거리 비행기의 이코노미석은 이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보면 영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6시간 정도 꼬박 밤을 새우며 경유지인 산 살바도르에 도착했다. 중남미의 느낌은 처음 접한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낯선 풍경들, 그리고 우거진 수풀들과 나무들. 비행기 밖으로 나가보지 않아도 여기가 매우 덥고 습한 지역이구나를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환승 대기시간은 1시간. 산 살바도르 공항에 도착해 환승데스크에서 탑승 게이트 번호를 물어봤다. 응..? 내린 곳에서 다시 타라고???ㅋㅋㅋ 게다가 공항이 워낙 적어서 환승심사라던가 이런게 하나도 없었다. 내린곳에서 그대로 다시 타면 된다. 게이트 옆에 있는 데스크에서 쿠바의 투어리스트 전용 비자($15)를 산다음, 쿠바행 비행기를 탔다. 드디어 간다. 설렘, 기대, 그리고 걱정. 가는 내내 창문 밖으로 카리브해를 멀뚱멀뚱 보기만 했다. 굽신굽신... 너무 예쁜 거 아님...?






카리브 해는 정말 정말 예쁘다, 그리고 나는 이것을 처음 본다.













쿠바에 도착했다. 역시나 낯선 풍경이 나를 압도한다. 나중에 쿠바에서 나올 때 안 사실이지만 건담 같은 공항은 최근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대부분의 국제선은 이 신형 터미널을 이용한다. 말이 신형이지 우리나라의 김포공항보다 못하다. 겉모습만 봐도 컨테이너 같달까나. 빨간색의 무늬가 우린 공산국가야! 하는 느낌을 시작부터 말해주고 있는 느낌. 나중에 뉴욕행 비행기를 탈 때 난 당연히 여기서 타는 줄 알았지... ㅜ (이 에피소드는 막 편으로)


입국심사를 마치고, 수하물을 찾는데 1시간이나 걸렸다. 쿠바를 다녀온 사람들 말에 의하면, 1시간은 평범한 듯. 자기들은 2시간이 넘도록 기다려도 안 나왔다고! 다행히도 내 짐은 잘 나왔고, 세관 누나는 나를 째려보듯이 보더니 흔쾌히 가란다. 헤헤... 굽신굽신


일단 쿠바를 여행하기 전에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안 위험해?"였다. 워낙에 중남미가 치안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박혀있고 추가적으로 공산국가라고 하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북한에게 학습된 결과로 겉보기에 이보다 무서운 나라가 있을 리가 만무하다. 하지만, 쿠바는 여행자 입장에서 유럽, 중남미보다 안전한 나라로 손에 꼽는다.


쿠바의 사회주의는 북한의 것과 다르다. 북한의 사회주의는 주체사상이라 부르는 약간의 변질된 사회주의이고, 쿠바와는 사실상 다르다. 게다가, 관광이 주 수입인 나라이기도 해서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 굉장히 엄격한 편이다. 때문에, 경찰과 사복경찰이 길에 굉장히 많아 쉽게 범죄를 저지를 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여행 중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숙소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다거나 하는 등의 소식을 들어본 적은 없었다. 길가다 보면 경찰들이 많이 단속하고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그것도 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나타나는것 처럼.







자, 드디어 입국장을 빠져나왔다! 그럼 이제 뭘 해야 한다? 흥정! 

사실 여행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SIM 카드를 사야 한다. 근데 여행자님 안타까워서 어쩌나, 쿠바는 인터넷이 안되는데? 쿠바에서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 유일한 국영통신사인 ETECSA에서 팔고 있는 1시간에 1.5 쿡(=약 1700원) 정도 하는 와이파이 카드를 사서, ETECSA가 공원, 호텔 등에 설치해놓은 와이파이 존으로 가서 ID와 P/W를 입력 후 사용해야 한다. 물론, 와이파이존에서 벗어나면 당연히 인터넷은 끊긴다ㅜㅜ (모기밥 1회 이용권)


그래서 SIM 카드를 살 필요조차 없다. 전화/통화 로밍은 SKT에서 비공식적으로 지원하며, 요율은 문자가 오지 않지만 아마 근처 다른 나라와 비슷한 것 같았다. 이 또한 수도인 아바나 한정이며, 지방으로 내려가면 로밍조차 안된다. 나는 자유인이다! 휴가 때마다 회사에서 전화 오는 분? 쿠바로 오세요... 컴컴.


환전할 돈은 넉넉히 가져왔다. 공항과 시내 환율이 비슷하고, 환전 줄이 언제나 길기 때문에 가능할 때 환전을 해야 한다. 미국 달러로 환전을 하면 수수료를 10%나 부과하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보통 캐나다 달러, 유로를 많이 들고 온다.


그리고 가능할 때 해야 하는 법칙, 이 법칙은 여행자들이 쿠바에서 해야 하는 모든 행위에 다 적용된다. 성수기(11월~2월)에 가면 시내에 있는 환전소 대기 줄만 1시간이다. 마찬가지로 와이파이 카드를 사려고 하는 줄도 기본 30분 이상이다. 그러니 꼭 잊지 말고 줄이 짧을 경우 미리미리 해 두자.


쿠바에서 사용하는 화폐는 현지인들이 쓰는 화폐인 모네다(CUP, 1 모네다가 약 40원)와 여행자들이 쓰는 전용 화폐인 쎄우세(CUC, 1 쿡에 약 1130원)가 다르다. 1 CUC = 24 CUP 정도 된다. 거스름돈을 받을 때 반드시 주의해야 한다. 지폐에 있는 얼굴이 만 원짜리 세종대왕처럼 크면 거의 CUP이다. 쿠바 정부에서는 CUC으로 통일하려고 하고 있고, 아바나에서는 CUC을 들이 밀면 알아서 CUP 환율을 계산해준다. 다만, 8 모네다 짜리 햄버거를 먹거나 등의 24 모네다 이하인 물품을 사거나 음식을 먹고 1CUC을 내면 가끔? 가게 주인이 먹어버린다! 하지만 처음 쿠바에 오면 누구나 당한다. 흐흐흐...


일단 공항을 나와 숙소가 있는 올드 아바나(구시가지)로 가야 한다. 헌데, 방법이 택시밖에 없다. 공항버스? 공항철도? 그딴 거 없다! 쿠바 국민들에게 비행기 값은 무지 비싸서, 공항을 왕래할 일이 많지 않다. 따라서 수요가 없으므로 공항까지 가는 인프라 또한 택시 말고는 없다! 공항에서 올드 아바나까지 택시비는 25 쿡(CUC). 1 쿡은 $1 USD과 거의 비슷하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1 = 1130원 정도. 쿠바는 흥정이 기본이다. 어딜 가나 흥정. 아마 여행자 물가가 급변해서 그런 듯한데, 이 흥정도 나름 재미있다. 한국에서는 흥정이란것을 찾아보기 힘든데 여기 와서 마음껏 하다니 -,.-...


자 그럼 달려드는 택시기사들과 흥정을 해야 하는데...





그건 둘째치고 왼쪽을 보니,

오오오오오, 오오오올드카다!!!!!!!!!!  세상에낰ㅋㅋㅋ옼ㅋㅋㅋㅋ 미쳤엌!!!ㅋㅋㅋㅋ 저게 굴러다녀?


나보다 나이가 2배는 족히 많아 보이는 올드카 되시겠다. 쿠바 맞다. 진짜 쿠바에 온 게 실감이 난다. 이 올드카들은 1950년쯤 미국에서 수입된 차들이 대부분인데, 미국의 무역제재 이전에 들여온 것들이다. 현지에서 대부분 택시로 사용되고 있다. 50년이 넘었는데 잘 굴러간다! 차에 대한 이야기는 차츰 하는 걸로 하자. 이것도 할 이야기가 많다. 여하튼 그래서 택시기사들에게 흥정을 시작했다.


나: 아재요, 20 쿡!
택시기사 1: 노노. 25 쿡.
나: 아재요, 20 쿡 어떠신가?
택시기사 2: 노노... (머뭇) 콜. 대신 콜렉티보?
나: 오케이!


20 쿡에 흥정 봤다. 이 아저씨 영어 잘 못한다. 쿠바는 예전에 스페인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공식 언어가 에스파냐어다. 나중에 여행 말미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얘네 음식 문화도 스페인식이다. 식당에 감바스와 빠에야가 존재할뿐더러, 좀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면 올리브유와 발사믹 소스도 테이블에 올려져 있다. 근데 뭐 품질은 말 안 해도 다들 아시겠져... 무역제재로 인해서 얘네 공산품은 꽝입니다! (아마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사용하는 곳도 분명 있을 거다)


기사가 잠시 후 차를 가져올 테니 여기서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그리고 한 5분쯤 지났을까...

빵빵, 응? 뭐죠 이건? 국산차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웬 쏘나타(YF) 한대가 등장했다. 운전석에 앉아있는 그분, 아까 그 기사 맞다. 얼른 타란다 ㅋㅋㅋㅋㅋㅋ






여하튼 그래서 콜렉티보(합승)를 하게 되었다. 같이가는 사람은 아까 비행기에서 옆에 타고 있던 한 외쿡인 남자. 나중에 물어보니 프랑스에서 왔다고 한다. 근데 이 친구, 스페인어를 꽤나 잘 한다. 기사랑 막 대화하네. 같이 비행기를 타고 왔는데 그 친구랑은 여기가 마지막이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여기 택시비가 왜 이리 비싸냐 정도..? 실제로 쿠바의 한 달 월급이 25~30 쿡인 것을 감안하면, 택시비는 매우 비싼 편이다. 그니까 우리나라 직장인 월급으로 한 200만 원이라 치면, 공항 가는 택시비가 200만원인 게지... 말도 안 됨


가는 동안 기사랑 표현도 못하는 스페인어와 온갖 바디랭귀지와 에스파냐 어식 영어를 들어가며 대화를 했는데, 이 차 얼마냐니까, 이 차는 회사 차란다. 회사(Cuba Taxi)는 아마 국영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기사는 회사에 고용되었을 확률이 높고 세금을 어마 무시하게 낼 확률이 높다. (쿠바는 공산국가라 세금이 매우 높다)


공항 택시들은(저 노란색으로 칠해진 21세기에 만들어진 대부분의 차) 대부분 좋은 편이다. 에어컨이 나오고, 우리가 흔히 타는 택시 맞다. 근데 머플러에서 나오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조용한 가솔린 택시가 아니라 부릉부릉 한다. 도대체 차에 뭔 짓을 한게야..? ㅋㅋㅋ


여행 중 까사(쿠바의 정부 공인 민박) 주인이 말하길, 자기는 벌어들이는 금액의 60%의 세금을 낸다고 한다. 까사 방 하나 빌리는데 30 쿡 정도니, 반도 못 버는 셈. 쿠바노들 월급이 30 쿡인걸 생각하면, 까사 주인은 엄청난 부자일 확률이 높다. 게다가, 실제로 그랬다. (이 이야기는 차츰 하는 걸로)


그렇게 택시를 타고 올드 아바나로 향했다.







처음 가는 나라에서 낯선 느낌과 들 떠있는 느낌을 받는 것은 아마 공항에서 숙소로 가는 그 시점이 아닐까? 처음엔 유럽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넓은 초원, 열대성 기후 등. 하지만 머지않아 특정인을 내세우는 도로 옆 간판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이곳이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라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켜준다. 누구나 창문을 보며 "우와, 우리가 여행 왔어, 진짜 온 거야. 여기가 쿠바야"라고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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