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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n Aug 10. 2017

2. 아바나의 느낌이란

여기는 마치 전쟁터 같은, 쿠바에서 첫 날의 기억들


앞에 작성한 여행기는 사실 재미있지는 않았다. 내가봐도 서론이 너무 길어서 재미 없었음 ...ㅋㅋㅋㅋ

그치만, 이제부터는 재미있어질거다. 본격적인 쿠바 여행 이야기로 고고







우선, 나는 쿠바에 오기전, 정보가 없었으므로 대충 검색해서 사진을 보기 시작했었다. 남들이 다 좋다는 사진은 올드카 하앜하앜대는 사진들이 대부분이였고, 쿠바라는 나라 자체의 분위기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유럽, 미주, 일본 정도만 가 봤던 나에게는 좀 놀랐다. 위에 사진처럼 마치 전쟁중인 국가의 느낌이 물씬. 동남아는 나중에 갈거라지만 내가 사진으로본 동남아도 이정도는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쯤되면 항공권 끊은 나를 원망해야하나 ...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러기엔 너무나 많은 매력이 널려있는 나라다.


원래 여행 전에는 정보를 알아보고 가야하잖아, 근데 이번꺼는 좀 차원이 다르다. 구글맵 깔아서 해결되는게 아니다. 거기는 인터넷도 안되는데다가, 미국 서비스는 잘 되있을리가 택도 없다. 구글맵 오프라인도 무용지물. 다운받은 지도에 정보가 있을리가 만무하다. 여긴 미국이랑 사이가 안좋은 쿠바니까! 인터넷을 뒤져봐야 잘 나오지도 않으니, 나는 책 한권에 의존해야한다. TripAdvisor, Yelp .. 다 무용지물이다. 책도 잘못샀다. 주변에서 추천해준 론리플래닛은 해당 도시를 처음가는 여행자에게는 적합한 책이 아니다. 내용이 너무 많아서 눈에 좀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갔다온 사람들이 추천한 Maps.me 라는 오프라인 지도 어플을 다운받아갔다. 아주 총체적 난국일세!


그래서, 쿠바를 가기전에 미리 동행을 구하기로 했다. 동행을 구해본적은 처음인데, 남미는 위험해서 보통 이렇게 다니는 듯. 관련 카페에 글을 올리고, 기다렸다. 그래 20~30대 정도면 되겠지. 근데 세상에나, 연락온건 40대 후반 모 대기업 다니시는 형님. 그래, 나이가 어떠하리, 가서 맞는게 중요하지.


이번 여행은 나에게 있어서 사실 최악의 준비 조건이였다. 시험 직후 2일 뒤 출국이라, 예약이고 뭐고 할 겨를이 없었다. 더군다나, 약 3주간의 일정이라서 나는 샌프란시스코(4일)-쿠바(11일)-뉴욕(6일) 3개 도시의 여행정보를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였고, 인터넷이 안되는 쿠바는 예약조차 힘들었다. 호텔스닷컴이나, 익스피디아 등에는 쿠바 호텔 따위는 나오지 않았고, AirBnb, 까사 주인들에게 메일로 연락해서 예약을 하는것 조차 쉽지 않았다. 즉, 시간도 없고 여유도 없고, 상황도 개판이였다.


국내에 꽤나 알려져 유명해진 까사의 메일주소는 검색해보면 많지는 않지만 간간히 나온다. 하지만, 나한테는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그들이 확인도 느린데다가, 시차도 완전 반대로 예약 메일을 보내도 바로바로 답장이 오지 않는다. 최소 하루는 기다려야 하는 셈. 어떻게든 되겠지?



까를로스의 Galaxy S6 Edge. 까를로스는 쿠바에서 부자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가보면 그들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있지 않는다. 느린것이 일상 다반사이며, 급하지 않다. 따라서, 이 느려터진 국가에 적응하려면 시작부터 마음을 비워야만 했다. 그래서 숙소 예약을 하지 않은 채 동행분이 숙소를 쉐어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셔서, 그 분이 구해놓은 까를로스 숙소로 무작정 출발했다. 쿠바의 까사는 도미토리 형태보다 보통 룸(2bed) 형태가 많다. 이 형님이 에어캐나다를 타고 하루 전 쿠바에 먼저 도착해 있었기에 가능했다. (7월은 현지인들 성수기이므로 까사가 예약이 꽉 차는 경우는 드물다)


첫 날 숙소는 까를로스 까사. 국내에 많이 알려진 숙소는 호아끼나, 요반나 등 있다. 가 보면 역시나 네이버 블로그의 힘인지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까를로스 까사는 최근에 한국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숙소이고, 요반나 까사는 숙소 외부 벽면에 한국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요반나라고 적혀있기도 하다. 그만큼 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묵는 숙소다. 지금은 한국인이 대부분이지만.






도착한 첫 날은 비가 좀 내렸다. 쿠바는 섬 나라라서 동남아, 일본의 오키나와처럼 기상의 변화가 잦은 편이다. 보통 오전에는 매우 맑은 날씨이고, 오후 4~6시쯤에 스콜처럼 무척 퍼붓다가 다시 갠다. 무지개를 구경할 수 있는 건 덤. 쿠바에 있을때 내내 잠깐잠깐 자주 비가 내렸다. 근데, 오히려 여행하기에는 안성맞춤인걸. 7월 기준으로 쿠바는 낮 시간에는 36도로 무척 더웠기 때문에(체감 40도 이상, 밖에나가면 30초만에 땀이 줄줄) 잠깐의 폭우가 더위를 식혀줄 단비같은 존재였기에.



까를로스 까사에 짐을 풀어놓고 한국인들의 만남의 광장인 요반나 까사로 갔다. 전에 언급한 것 처럼, 쿠바는 인터넷을 사용하기 힘들고 아직 많이 알려진 여행지가 아니기 때문에, 요반나 같은 한국인들 많이 묶는 숙소에 "정보북" 같은 한글로된 지역 맞춤정보(?) 같은 책자가 존재한다. 일종의 방명록 같은 것인데, 여기에는 주변에 맛집이나 도움될 만한 것들, 꿀 정보들을 적어놓는다. 한국에서 책 아무리 가져와봤자, 여기에 적힌 정보가 훨씬 유익하고, 여행자들이 원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다 써있다. 사실상 가이드북 역할을 한다. 가끔 술취하고 그림일기가 쓰여진 페이지도 있다 야호!


그래서, 이 책을 보기위해 사람들이 늘 시도때도 없이 요반나로 모여든다. 호아끼나 까사는 가보지 않았고 난 대부분 요반나 까사를 들락달락 거렸다. 똑똑, 하면 안에 있는 사람이 열어주기 때문에 꼭 해당 숙소에 숙박하지 않는 사람들도 잠시 머물 수 있다. 안에 사람들이 있으면, 자유로이 대화하고 같이 어딜 가기도 한다. 예를 들어서, "저 마트 갈건데 가실래요?", "밥 먹으러 갈껀데 같이 가실분?" 등. 인터넷이 안되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정보를 얻어야 한다. 그리고, 그러면서 다들 친해진다. 타 여행지에서 "뭐야, 여기도 한국인이잖아" 하면서 눈치를 봤던 기억이 있는분들도 있겠지만, 여기는 그런게 전혀 없다. 때문에, 쿠바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것은 이 점이였던듯! 누구나, 먼저 인사하고 다가갔던 기억이 있다. 남들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모두가 같이 여행하는 느낌이랄까. 난 그 점이 제일 좋았던것 같다. 그리고는 역시! 밤만되면 술판...ㅋㅋㅋ


요반나에 잠시 들렸다가, 한 분이 환전하러 오비스포 거리(쿠바의 명동거리 느낌)를 가신다길래 쫄래쫄래 따라갔다. 이제부터는 진짜 쿠바 느낌을 느낄 수 있었다. 남미 음악을 크게틀고 길에 굴러다니는 올드카의 붕붕 소리, 길에서 파는 과일들, 매일매일 일상 같은 올드 아바나의 수리중인 도시의 느낌.








요반나 앞 까삐똘리오를(옛 쿠바의 국회의사당) 거쳐 오비스포 거리고 가려고 바로 앞 골목을 나서는데 익숙한 버스가 뙇!!! ㅋㅋㅋㅋ 그렇다. 한국에서 들여온 고속터미널 가는 4212버스, 그 버스 맞다! 쿠바에 오기전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이 버스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나서 이 사진을 찍고싶어서 안달이 났었다. 그런데 아직도, 진짜, 있음! 6년 전 쿠바에 왔었다는 아는 형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때도 있었다고 한다. 대신 그 형이 찍었던 사진을 보니 매우 깨끗한 상태의 버스였다. 지금은 보다시피 간판들이 지워지고 있다 ㅜㅜ


아무렴, 괜히 있는 게 아니지. 이 버스는 실제로 운행하고 있는 버스다. 쿠바 구석구석을 누비는 국산 버스 되시겠다. 마치 탑승하고 한 숨 자고 일어나면 방배동 골목을 거닐거나, 고속터미널에 도착해 있을것만 같은 그런 느낌. 신기방기. 쿠바에는 완성차 업체가 없어서 보통 선진국에서 상태가 괜찮은 연식이 꽤 된 중고차들을 수입해와서 사용한다. 그래서 버스도 특정 모델로 통일되어있지 않다. 그저 잘 굴러가면 될 뿐, 뭔들 문제리? :)






한적한 거리들만 네게 계속 보여주던 쿠바는 오비스포 거리에 들어서자 관광객들과 사람들로 넘쳐났다. 이제 좀 여행지 같단 느낌일까나. 쿠바를 여행한다면 빼놓을 수 없는 몇 가지가 있다. 음악과 살사 춤, 올드카, 그리고 카리브 해. 그리고, 여기저기서 흥겨운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왔다. 역시, 이래야 쿠바지!






환전소에 도착했는데 문이 닫혀있다. 정보북에 따르면 한창 영업중인 시간인데 문이 닫혀있다. 문에 무슨 쪽지가 붙어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어서 일찍 닫은것 같았다. 이 더운날씨에 30분을 걸어왔는데 망함. 내, 이래야 쿠바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 수확도 하지 못한 채 그냥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ㅜㅜ


다행이도, 나는 공항에서 미리 환전을 해 왔다. 쿠바에서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므로 가능할 때 해야하는 것은 진리다 진리.



저 의자 뒤에 붙은 저거 게임 로고 아닌가 시방???



돌아가는길에 인력자전거를 발견했다. 쿠바는 이동수단이 매우 다양하다. 콜렉티보 택시, 올드카 택시, 인력자전거, 쿡쿡(동남아의 그것과 비슷), 1마력 마차, 2륜 오토바이, 3발 오토바이, 현지인 1모네다 버스, 고속버스 등 수도없이 많다! 이것들 대부분이 택시고, 목적지까지 돈을 주면 태워준다. 여행객들은 대부분 택시 위주로 탑승하는편.





요반나 까사로 다시 돌아가다가 길거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스마트폰을 보고있는것을 발견했다. 바로 ETECSA의 와이파이존! 쿠바에서는 사실상 인터넷 사용이 이런 와이파이 존에서만 가능하다. 길 가다가 사람들이 이렇게 모여있어서 스마트폰을 보고있으면, 그곳이 곳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와이파이 존이다. 여행하다가 잠시 외부에 소식을 듣고 싶으면 이런 광경을 찾으면 된다. 이들이 쓰고있는 스마트폰은 BLU에서 만든 저가형 등이며, 여유가 좀 되는 사람들은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골목에서 올드카가 그르릉 되면서 가로로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 누구나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지금은 자동차 규제 때문에 저런 디자인으로 차를 만들 수 없지만, 이 광경을 2017년도에 보고 있자니, 좀 어처구니 없지만 마치 살아있는 생물체가 움직인달까나. 도시 전체에 저런 귀여운놈들이 그르릉대며 돌아다닌다. 아마 도로에 굴러다니는 차의 반 정도가 이런 올드카다. 나머지 절반은 현대/기아차와 푸조, 그리고 트럭이나 대형차는 온통 중국 자동차였다.


비가 내려도 덥긴 덥다. 열심히 걸어서 요반나로 돌아왔다.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말레꼰에서 노을 구경이다. 프랑스에서 1일 1에펠탑을 구경한다면, 쿠바에는 1일 1말레꼰이 있다. 적의 침략을 막기위해서 만들어놓은 7km에 해당하는 긴 방파제, 분노의질주8에도 나오는 아바나의 강력한 명소. 요반나에 있던 사람들이랑 같이 노을을 보러가기로 했다. 걸어서 10분정도 걸린다.


내일은 트리니다드로 떠날거다. 큰 형님이 미리 나를 포함해서 택시쉐어를 위해 2명을 더 섭외해 놓으셨다. 원래는 하루정도 아바나를 더 보고 내려가려 했는데, 어...오자마자 끌려간다. 하지만 어쩌겠나, 쿠바는 가능할때 해 놔야한다. 반드시.






낚시하는 사람,

사진찍는 사람,

말레꼰에 기대어 쉬는 사람,

그리고 이들을 태우기 위해 호객하는 사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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