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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won Yeo Mar 01. 2024

New Jeans - Ditto 중세풍 커버음악 단상


I. 서론- 독창성의 종말: 포스트 모던의 시대


1. 오늘날의 클래식 음악이 무엇일까?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있다. 하나는 서유럽 귀족들이 옛날에 향유하던 음악이 오늘날 우리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이다.


다른 하나는 역사적으로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고전, 낭만, 현대로 이어지는 음악사의 흐름과 각 시대마다 음악을 둘러싼 미학적이고 양식적인 경향이 존재하는데, 그렇다면 오늘날의 음악은 어떠한 양식으로 보는가이다.



2. 독창성의 모더니즘 VS 하늘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포스트 모더니즘


후대의 학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가장 동시대의 음악을 평가하는 비교적 보편적으로 합의된 기준은 포스트 모던이다.


포스트 모던은 1970년대에 나타난 사상으로 '모더니즘'에 반대하여 나타났다.


i. 모더니즘


모더니즘은 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음악을 작곡하는 것을 높게 평가하고, 이에 따라서 혁신적인 음악, 그리고 이것이 후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에 대해서 중요하게 평가하던 시대다.


소위 말하는 독창성, 창조성, 개성, 영감 등이 중요한 사상이 모더니즘이다.



ii. 모더니즘의 문제점: 자기폐쇄성


하지만 이러한 접근이 지나치게 음악에 대해서 이전 시대와 다른 새로움만을 추구하다 보니 소위 현대 음악이 갖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대중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음악을 만든다는, 즉 작곡가들이 자기 폐쇄적인 세계를 그려나간다는 비판이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위대한 작곡가라는 허상


iii. 모더니즘의 문제점: 독창성의 신화


한편으로 독창성이라는 개념도 허상이 아니냐라는 비판이 나온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창조라는 것도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든다기보다는 기존의 사례를 재조합하고 합성함으로써 이뤄내는 점을 고려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마치 신과 같이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된다는 독창성에 대한 압박과 경직성에서 벗어나고 기존의 사례를 자유롭게 결합하고 이를 통해서 예술적 효과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더 바람직한 예술이 나아갈 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iv. 모더니즘의 문제점: 예술은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다는 신화


결국 이러한 모더니즘적 음악관은 음악이란 재능과 실력이 뛰어난 전문 음악가만이 할 수 있는 작품 활동 이라는 통념을 낳게 되었다.


물론 이러한 개념이 고도화된 수준 높은 작품의 탄생에도 일조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소위 전문 음악인으로 인정받지 않은 사람들은 대가들의 작품을 수동적으로 주입 당하기도 하고, 은연 중에 작곡 연주 감상 사이의 위계를 만드는 원인이 되었다.


  음악이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간 본성에 따라서 자유롭게 표현함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인류학적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논의에 대한 가능성을 도외시하게 된다는 문제점이 있다.


자장가



3. 포스트 모더니즘: 크로스 오버


포스트 모더니즘은 이러한 모더니즘의 문제점에 반대하여 나타난 사상으로 모든 창작 활동은 이전의 사례에 근거해서 이루어짐을 인정하면서 오히려 이런 점을 더 부각하는 크로스 오버라는 방법론으로 대두되었다.


예컨대 대중가요와 클래식의 결합으로 유명한 조수미의 '나가거든' 같은 앨범 혹은 한국의 전통음악 기법을 서양 클래식 음악 악기로 연주하는 윤이상의 음악, 혹은 중세시대 음악과 현대 시대 음악의 결합 등


소위 이분법적으로 분리되었던 시대, 문화권, 장르 간의 융합을 추구한 것이 크로스 오버이다.


시대와 문화권과 장르를 뛰어넘어..





4. 동시대의 유튜브에서의 크로스 오버


최근 세계 최대의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인 유튜브에 여러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이 결합한 크로스오버적 영상이 자주 올라오고 있다.


i. 클래식 정전의 대중음악적 융합


예를 들면 전형적인 클래식 음악의 정전(canon)이라고 할 수 있는 베토벤 교향곡 9번 등을 비트가 두드러지는 오늘날의 대중음악 풍으로 리믹스한 음악으로 대중 음악과 클래식 음악, 그리고 전통 음악과 동시대 음악의 융합이 드러내기도 한다.





ii. 케이팝과 클래식 음악의 융합


한편 2000년대 이후로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기 시작한 한국의 대중가요인 K-pop 역시 크로스 오버의 소재로 자주 쓰이곤 한다.


예를 들면 BTS의 dynamite, butter, permisson to dance와 같은 음악을 오케스트레이션함으로써 대중 음악과 클래식 음악, 그리고 전통 음악과 동시대 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가 드러나며


이번에 분석할 New Jeans의 Ditto를 중세음악 풍으로 크로스 오버한 음악은 (동시대, 한국, 대중음악, 가사가 있는 음악)의 반대항인 (중세, 서양, 클래식음악,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로 보인다.


본론에선 중세음악의 방식으로 크로스 오버한 New Jeans의 Ditto 음악이 어떻게 '중세 스타일'을 구현하였는지 보고자 한다.


II. 본론: 중세 스타일 구현을 어떻게 했는가?


1. 방법론


우리와 다른 문화권 혹은 다른 시대의 음악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요소가 무엇일까? 음색과 음조직, 리듬 등 여러 패턴화된 악조를 들 수 있다.


i. 민족주의의 사례


음악사에서의 사례를 보면 19세기 말 혹은 20세기 초 민족주의의 대두에 따라서 작곡가들은 특정한 지역 내에서 같은 문화, 풍습, 언어를 공유하는 집단인 민족 구성원 상호간의 정체성을 구현하고 재확인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음악적 수단을 사용하였다.


그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춤의 리듬, 음조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19세기의 쇼팽의 경우 조국인 폴란드의 민속 춤곡인 마주르카, 폴로네이즈 등의 3박자 계열과 마지막 박에 악센트가 들어간 특유의 리듬을 이용하여 작곡하여 폴란드 민족주의적 성향을 드러냈다.


20세기의 바르톡은 조국인 헝가리의 농촌 지역인 트란실베이나에서 채록한 농요를 바탕으로 음계를 추출하여 이를 기반으로 <체코미스의 노래>와 같은 헝가리적 정체성이 드러나는 음악을 작곡한 바가 있다.


ii. 고음악의 사례


1970년 이후로 당대의 음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의 음악 관습에 맞춰서 연주해야 된다는 사상으로 '고음악(early music, Historically Infromed Performance)이 대두되었다.


즉 예를 들면 17세기에 작곡된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음악을 오늘날의 현대식 피아노로 연주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라는 식의 주장을 하였다.


이는 바흐가 살았던 당시에는 피아노가 발명되기 전이기 때문에 이를 현대식 피아노로 연주하기보다는 그 당시의 하프시코드 등으로 연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따라서 비교적 현대식 피아노에 가까운 피아노가 탄생한 19세기 음악을 연주할 때도 그렇다면 그 당대의 조율법에 따라서 음률이 구성된 악기를 이용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서 한 시대의 음악적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수단을 악기 및 그 악기의 음색로 여김을 확인할 수 있다.














2. 중세 음악의 재현 상 문제점


i. 자료의 공백: 악보가 거의 없다


서양 음악사에 있어서 중세시대 음악을 연구하는 데에 있어서 큰 장벽 중 하나는 자료의 공백인데, 중세 시대는 워낙 오래전의 시대라서 그런지 보존된 자료가 그렇게 많지 않다.


예컨대 음악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1차 자료로 평가받는 악보조차도 중세시대에 기록된 악보를 전부 펼치면 식탁 하나 밖에 차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ii. 자료의 공백: 악보가 아닌 그림과 텍스트 기록을 참조하다.


중세 시대 음악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참조할 수 있는 자료는 당대의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그려진 그림, 혹은 중세 시대 특성상 기독교의 영향력이 상당히 컸던 만큼 그 당시 미사의식에서 불렸던 노래 가사들을 보면서 추론하고 혹은 당대의 음악과 관련된 행사, 축제나 미사 등을 기록한 글들을 보면서 그 시대의 음악 모습을 추론하는 것이다.



iii. 본 연구대상은 그렇다면 어떻게 중세 풍의 음악을 구현했는가?


본 연구 대상의 중세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은 결국 자료상의 한계로 알 수 없는 중세 음악을 억지로 구현하기보다는 인접한 시기인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모델로 삼아서 이를 중세 시대 음악으로 취급한다.










3. 르네상스 음악을 모델로 삼아 중세풍 음악 구현


i. 음악 내재적 접근 옛 악기를 이용함


a. 류트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현악기인 류트의 음색을 모방한 듯 음악이 나옵니다.


b. 하프시코드


바로크 시대를 상징하는 건반악기인 하프시코드 음색이 나옵니다. 추가적으로 당대의 바로크 시대에 주로 쓰인 장식음도 하프시코드 멜로디 라인에 종종 첨가됩니다.


ii. 음악 내재적 접근: 병행 5도를 이용함


음과 음 사이의 거리를 음정이라고 하고 이런 음정이 동시에 울리는 것을 화성 음정이라고 하는데, 둘 사이의 거리가 5개의 음 이름으로 이루어진 5도 음정이 연속적으로 쓰이는 것을 병행 5도라고 하며 이는 전형적인 중세 시대의 음 조직이 구성되는 방식이다.


당시 중세 종교 음악인 병행 오로가눔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이러한 병행 5도가 종종 나타나는 것은 중세 음악을 재현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3. 아쉬운 점


iii. 음악 외재적 접근의 부재: 종교적 코드


물론 자료상의 공백으로 중세시대 음악을 그 당시 있는 그대로 양식, 음악 내재적인 음 조직에 맞춰서 재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료상의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하나가 그 당시 음악이 어떤 식으로 쓰였는가를 바탕으로 즉 그 당시 문화권 내에서 구성원들이 어떤 식으로 음악을 인식하고 이를 향유하는가를 중심으로 재현할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중세 시대 음악을 재현하는 데 있어서 그 당시 종교적 영향력이 매우 컸던 시대를 감안해서 종교적인 코드가 들어있는 장치를 심어줌으로써, 비록 음 조직이나 양식은 인접한 시대인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 등을 참조해서 만들어도 적어도

외재적인 요소들, 예를 들면 커버 아트에 교회와의 연관성을 추론할 수 있는 상징을 집어넣을 수 있을텐데 이 점은 아쉽다.



iv. 음악 내재적 접근: 조성감의 지나침


뉴진스의 디토는 A Major 즉 가장조라는 장단초 조성 음악으로 작곡된 곡이다.


이러한 조성은 17세기 바로크 시대부터 확립되기 시작했었고, 점차 고전 시대부터 장단조를 중심으로 한 조성 체계를 이용한 음악이 대부분 쓰여지기 시작했다.


물론 원곡을 훼손한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중세 음악의 스타일을 구현한다고 한다면, 현대 즉 바로크 시대부터 확립되어 온 장단조 조성 체계보다는 그것이 확립되기 이전의 5음음계나 교회 선법과 같은 음 조직을 활용하였다면 보다 더 중세시대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음악이 작곡되었을 것이다.



3. 소결론


크로스 오버는 시대, 지역, 문화권을 넘나드는 시도로서 서로 다른 영역이 융합되는 사조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융합이라는 것은 서로 다른 두 영역이  대등하게 결합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완전히 대등하게 이를 융합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융합의 과정에서 어느 한쪽의 정체성의 타협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뉴진스의 디토는 중세시대 음악이라는 하나의 영역이 자료상의 한계로 인해서 그와 인접한 바로크 시대,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을 참조한 것으로 보이고,


그렇다면 옛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크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의 음악이 동시대 대중음악인 케이팝과 결합하여 예술적 효과를 낸 걸로 이해할 수 있다.




III. 결론: AI 시대의 크로스오버



1. 유투브, AI 그리고 크로스오버


포스트 모더니즘 사조 등장 이래로 이분법적으로 나뉘어져 있던 두 영역의 융합을 추구하는 크로스 오버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 시대인 오늘날에는 크로스 오버로 탄생한 결과물을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이를 접하면서 이에 자극받아서 또 새로운 크로스 오버를 전개하는 등 더더욱 이러한 경향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AI의 등장은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지 않더라도 자연어 명령어를 어떻게 입력하느냐에 따라서

자유롭게 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새로운 융합적인 음악을 탄생하는 데 훨씬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서 작곡 연주 감상의 위계 및 이를 구분 하는 경향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 정체성 문제


하지만 이러한 크로스오버는 두 영역의 대등한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이상적이나 필연적으로 영역 가운데 하나의 정체성의 타협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정체성의 타협이 사실은 원 음악의 장르 지역과 시대의 음악의 왜곡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예를 들면 앞서 얘기했던 뉴진스의 디토를 중세 음악풍으로 커버한 사례는 사실 엄밀히 따지면 중세 음악의 풍이라고 하기는 힘든데 이는 여러 가지 자료상의 공백으로 인해서 르네상스 바로크 시대의 음악 양식을 참조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 없이 마냥 중세시대 음악이라고 이를 접하고 배운다면 원래 음악의 정체성을 왜곡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러한 오류는 음악을 단순한 스타일과 분위기로 접했기에 발생했다고 보고 그 당시 음악이 어떻게 향유되고 당대 사람들에게 어떤 상징과 의미로 수용됐는가를 중심으로 고민할 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음악도 한 시대와 문화권 내에서의 음악을 이해하는 방식 등이 투영된 하나의 산물임을 이해하고 음악을 단순히 양식 및 악보로 기록된 결과물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류학적인 행위임을생각하면서 음악적 정체성을 고민하는 크로스 오버 음악이 탄생할 필요가 있다.



IV. 보론: AI음악 그리고 인간의 음악


AI가 도래되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는 AI가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대체할 것이라는 비관론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의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음악 AI에 한정해서 이를 얘기해보자면


1. 음악을 단순히 멜로디, 리듬, 화성이 아닌 인간과 사회가 어떻게 수용하는 가를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


2.  그래서 두 음악을 결합하는 크로스 오버 음악을 생산하면서도 두 음악 사이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융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일


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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