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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udio AccA Feb 05. 2016

Farm to Table

농장으로부터 선물, 마르쉐

Intro

난 어렸을  적부터 서울에서만 자란 서울 촌년이다. 부모님은 물론, 친척들도 모두 서울에 계시기 때문에 시골이라던가 명절 때 친척집 방문은 생전 해 본 적이 없다. 명절 때만 되면 난 엄마에게 나도 시골이 가고 싶다고 종종 말해왔다. 자라 오면서 농작물을 키워본 적은 없지만 항상 집에서 요리를 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요리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 요리 공부를 하면서 수업 중에 근처 농가(이탈리아의 농가라고 하면 보통 치즈를 만들거나 목장을 방문하거나 등)를 방문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그것이 농가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음식을 공부하면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시간이었고 무척이나 재밌던 수업이었다. 매주 선생님의 차를 타고 토스카나 근교의 농가들을 방문해 농부님들의 이야기나 작물 등이 자라나고 가공되는 과정을 눈으로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는 농부님들과의 만남은 비록 얼마 되지 않은 2012년부터였다. 

친구가 광화문에서 하는 서울 농부시장에 참가하면서 친구를 도와주다가 농부님들과 직접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알게 된 마르쉐라는 장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참가신청을 하고 기다리기를 몇 개월... 연락이 온 것은 2013년 여름쯤이었던 거 같다. 그때도 우연의 일치인지 서울 농부시장과 함께하는 시청광장에서의 시장이었다.  마르쉐에서 우리밀을 이용해 파스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지만, 그때 까지도 제대로 된 농부님들과 협업이 이뤄지지는 않은 상태였다.

한국의 식재료가 얼마가 다양한가?

이탈리아에서 잠시 있었다고 요리에 대해 다 아는 마냥 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나는 

한국 식재료뿐 아니라 토종 재료, 외국 식재료까지 마르쉐에서 약 3년 동안 정말 다양하고 엄청난 재료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 계기는 농부님들과의 협업이었다. 난 그때부터 농부님들의 작물을 그냥 사서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작물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농부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작물이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길러지는가 도 알게 되었다. 초반에 단순히 우리밀 하나밖에 모르던 나는 여러 종류의 우리의 토종 밀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토종 밀을 테스트하기 시작했고, 파스타에 적합한 밀도 찾아내었다.

그렇게 2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파스타를 만들었고 농부님들과의 협업을 통해 많은 작물을 만나고 공부를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작물을 모르고 살았던가에 대해 한탄하면서도 그 시간들이 무척이나 즐거웠다. 이제는 단순 관심이 아닌 내가 요리하는 목적이 되기도 했지만, 제철 농산물들과의 만남은 나를 더 성장시키는 것이었다. 아직은 짧지만 더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 

나의 제철요리는 한국의 땅, 농부님들의 땀과 손에 의해 완성되어질 것이다.

현재 나는 연남동에서 아까 H라는 식당에서 건강하게 키운 농부님들의 제철 재료와 앉은뱅이밀을 이용한 생면 파스타를 만드는 이탈리아 가정식을 만들고 있다. 

종종 농부님들과의 협업 워크숍이나 요리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철요리책을 준비 중이다.

공부를 위한 글쓰기이므로 잘 못된 부분이 있다면 아낌없는 질타를 바란다.

어느 날의 마르쉐 시장

Tortelli di funghi in brodo 버섯육수에 넣은 이슬 송이버섯 토르텔 리(이탈리아식 만두)

-재료가 주는 맛이 얼마나 대단하고 중요한지 요리를 먹어보면 알 수 있다. 난 아직도 이맛을 잊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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