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햇살아래 바람한줌 Oct 12. 2020

불편한 관계

혼자일 때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런 사람 있잖아요?
왜, 직접적으로 다투거나 딱히 싫은 소리를 한 것은 아닌데 자꾸 만나고 연락할수록 기분이 안 좋아지는 사람.

내가 먼저 연락하는 것도 아니고 항상 상대방이 연락을 해오는데 메신저나 통화를 하고 나면 찝찝한 느낌을 주는 사람.
며칠 전에 이 사람하고 연락을 끊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한 사건이 있었어요. 아마도 7년쯤 되었을 거예요. 개인적인 사정으로 마음이 많이 힘들었을 때였습니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영업, 마케팅을 배우겠다며 이리저리 고생을 사서 하던 때였지요. 경제적인 사정도 어려워지고 집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은 마음에 지인을 통해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한 두 달쯤 지났을까, 한 팀이 생겼고 꽤 일을 잘하신다는 분이 관리자로 오셨지요. 저 또한 관리자 직분이었고 워낙 그쪽 분야 일이 입사 퇴사가 잦은지라 회사에서도 같은 부서의 관리자들끼리는 친하게 지내길 바라는 추세였습니다. 나이 차이도 꽤 있었지만 같은 여성인지라 (대부분이 남성이었어요) 나이가 적은 제가 먼저 인사도 하고 선임으로서 이것저것 도와드리기도 했지요. 저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마주하고 밥을 먹을 정도로 낯가림이 없는 편입니다. 어릴 때는 버스에서 만난 강원도에 만난 사람 하고도 친구가 되어 집까지 오가는 사이일 정도로 나름의 사교성도 좋았지요.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면 어색함이 사라지기 마련인데 항상 친절하기도 하며 먼저 다가오시는 편인데도 이상하게 불편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저는 아이를 돌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분께서도 아쉬워하시며 여러 번 집에 초대를 하셨지만 몇 번이나 거절을 했던 터라 식사를 한 것이 다였어요.

그 후로 아주 가끔 안부를 묻긴 했는데, 올해 봄쯤 본인이 쉬고 있다며 만나자고 했죠. 반갑기도 하고 마침 제가 좋아하는 박시현 작가님의 책이 출간된 터라 선물도 할 겸 만나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셨어요. 그런데 같이 있는 내내 이상한 불편함이 밀려왔어요.

¹동생의 사업이 잘 되어서 분양하는 일을 다시 하게 되었다며 살짝 같이하고 싶다는 의도를 비쳤지만 감사의 인사로 거절을 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 불편한 감정을 생각하고 정리를 해봤습니다.


1. 상대방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만 하고 자꾸 주제를 벗어난다
2. 일방적으로 약속을 한다.
3. 주변 인맥을 이야기하며 이래서 나한테 잘해야 한다고 표현한다.
4. 자신이 축하를 받을 일이 있다며 당당하게 선물을 요구하고(적은 금액이지만) 조른다.
5. 대가로 인맥에게 연결해 주겠다는 조건을 건다.
6.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자신이 그 일의 중심이라고 자랑한다.


대략 정리해 보니 이랬어요.

찝찝함이 뭔지 결론이 내려졌죠. 제가 건네준 책과, 그분이 저에게 얻어낸 선물을 받고 저에게 지인의 서명이 담긴 중요한 책을 보내주겠다더니 그 후로 아무 말이 없습니다. 사실, 제 입장에서는 받는 게 더 싫지요. 볼 때마다 그분 생각이 날 테니까요.
그 날 이후 메신저로 자주 연락이 왔는데 메신저를 안 보면 전화를 해서 확인을 안 하는 것에 대해 묻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며칠 전, 결단을 내리고 그분을 차단했습니다.

현재 오피스텔 분양을 다시 하고 있는데 본인이 일하는 지역이 부천인데 서울에도 모델하우스가 생겼다며 저에게 어디서 만나는 게 좋겠냐는 거였어요. 만나자는 약속을 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잘 지내죠? 부천 oo에서 보는 게 좋아요
서울 oo에서 보는 게 좋아요?
“저는 두 군데 다 좋지 않아요. 코로나도 있고 지금은 여기저기 다니는 것은 피하고 있어요. 추석에도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재미있네요~”
“???”
“길에도 그렇고 코로나라고 해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데~’
일하는 중이라 메시지를 안 보니 바로 전화가 오더군요. 당연히 안 받고 문자를 보냈어요.
‘상담 중이라 전화받지 못합니다.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그래요’
그러고 나서 메신저가 다시 왔습니다.
“제가 지금 1등이에요. 103개 중에 31개 남았어요.”
그분은 항상 화장기가 짙은 웃는 얼굴이에요. 말투도 항상 친절합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그분에게 전혀 찾아볼 수가 없어요. 오로지 자신의 의견만 생각하는 사같아요. 제 의도를 알았다면 저러한 표현은 안 하셨겠죠. 저는 그렇게 판단을 내렸어요. ‘아니요’라고 말해야 하는 때라는 걸요.
관계지향적인 사람들은 타인을 배려할 줄 압니다. 그분은 일방적인 목적지향적인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알았거든요.

행복한 이기주의자라는 저서로 유명한 웨인 다이어가 인생의 태도라는 책에서 말했습니다.
‘아니요’라는 말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무척이나 대단한 말이다. 우리는 확신과 헌신, 애정과 신의와 존경을 담아 ‘아니요’라고 말해야 한다. 진심을 다해 ‘아니요’라고 말하라.

관계에 대해서는 되도록이면 맺고 끊음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자신의 입장만 표현하는 관계는 끊을 때도 항상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에요.

 잘 한 방법인지는 모르겠으나 관계를 <차단>하는 방법으로서 저는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저 또한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사람일 수 있어요. 저 또한 누군가에게 <차단>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연연하면서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모든 관계를 다 좋게 지낼 수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관계는 서로가 연결되는 것이니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인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