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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이 May 04. 2020

[엄마편] 어린이집 적응기

엄마도 적응기

무럭무럭 자라서 열심히 어지르는 중


예정대로라면 3월 초에 등원을 시작했어야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미루고 미루다가 지난주에 첫 등원을 했다. 그리고 오늘이 세 번째 날이다. 벌써 익숙해져서인지 신발도 안 벗고 들어가려고 한다. 평소에는 아침에 어린이집에 갔지만 오늘은 오전에 언어치료가 있어 오후에 갔다. 다른 반 친구들(형, 누나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이어서 준이는 혼자 선생님과 놀이시간을 보냈다. 주방놀이도 하고 제법 친해진 모습이다. 


어린이집 등원은 준이의 사회생활 첫 발이기도 하지만, 나 역시 학부모로서 첫 발이기도 하다. 

아이가 어색한 만큼 나도 어색했다. 아이의 손을 씻겨야 하는데 처음으로 세면대에서 씻겨보는 터라 손을 씻긴 건지 옷을 빤 건지 소매를 흠뻑 적셔놓았다. 집에 가야 하는데 양말은 왜 이렇게 안 신겨지는 것인지. 의연한 척하고 있지만 양말도 못 신긴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싶다. 엄마로서 양육에 있어서는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오히려 일을 더 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엄마가 그렇게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동안 준이는 그냥 본능대로 잘 적응해 가고 있었다.


친구들이 낮잠에서 깨고, 교실문이 열리자 준이는 선생님 손을 붙잡고 그 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어차피 모레부터는 엄마 없이 혼자 있어야 할 테니 따라가지 않았다. 한참을 지나도 안 나오길래 살짝 들여다보니 어느새 선생님들과 형아들 틈에 한자리 잡고 앉아서 빵과 우유를 먹고 있다. 아직 혼자서 컵을 못쓰기 때문에  중간중간 선생님한테 우유도 먹여달라고 하면서 먹고 있다. 다 먹으면 나올 줄 알았는데 또 안 나오길래 다시 보니 마냥 신나게 놀고 있다. 결국 집에 갈 시간이 돼서 선생님 손에 끌려 나왔다. 집에 갈 생각이 없는 아이에게 허겁지겁 양말을 신기고 발에 신발을 욱여넣고 있는데 선생님이 신발을 반대로 신겼다고 한다. 앗이런.. 민망해서 식은땀이 난다. 어쩐지 잘 안 들어가더라니. 엄마 된 지 벌써 15개월 차인데 나는 여전히 당황하고, 진땀이 난다. 그렇게 오늘도 허둥지둥 문을 나선다.


선생님께서 특별히 챙겨야 할 내용이 있냐고 물으셨다. '음식 알레르기는 없고, 또래보다 많이 먹는 편이에요. 보청기는 물에 닿으면 안 되고 분실되지 않게만 챙겨주세요. 빼고 끼우는 것은 나중에 필요시 다시 말씀드릴게요' 몇 가지 이야기를 드렸다. 그리고 오늘로써 엄마는 어린이집 데뷔전에서 퇴장했다. 이제부터는 뒤에서 열심히 서포트하며 아이에게 맡기는 수밖에.


주섬주섬 어린이집 가방을 싸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준이는 오늘 하루가 어땠을까. 처음 먹어본 카스텔라빵이 얼마나 맛있었을까. 자연스럽게 또래들과 어울리고 있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많이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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