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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이 Aug 17. 2020

[엄마편] 18개월 아기의 MRI 촬영이란

난청 검사를 위한 입원기

채혈 후 분노진노대노상태인 민준이


민준이는 경중도난청으로 현재 보청기를 쓰고,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이비인후과로 입원을 해서 MRI 촬영을 하기로 했다.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 뇌 발달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추가로 난청의 원인을 파악할 수도 있는 유전자 검사도 같이 진행했다.


입원과정 요약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외래 후 검사, 입원 예약

-입원 당일 오전 병원으로부터 문자 및 전화를 받고 병원 출발

-입원 수속 후 입원생활안내센터에서 방문. 입원생활 안내

-병동으로 가서 환자복 탈의 후 검사 시작


주차를 마치고 병원을 들어서는 순간 쉽지 않을 것이라 직감했다. 지난 외래에서의 채혈 후 민준이는 파란 옷(간호사, 의사 선생님)을 입은 사람만 보면 울기 시작했다. 즉 거의 모든 사람을 보고 운다고 생각하면 된다.


환자복으로 갈아입은 뒤 본격적으로 검사가 시작되었다. 키와 체중을 재고, 소변검사, 심전도, 엑스레이 검사를 진행한다. 모든 과정에서 오열하는 민준이때문에 아주아주 많이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병동으로 와서 채혈과 주사 라인을 잡았다. 다섯 통 정도 채혈을 해야 하는데 민준이가 팔다리를 흔들며 격하게 우는 바람에 잡아놓은 혈관이 자꾸 터진다고 하셨다. 결국 양쪽 손등을 돌아가며 세 번을 찔러 채혈을 마쳤다. 피가 잘 나오지 않아 팔을 손으로 꾹꾹 짜서 채혈했다. 그리고는 수액을 연결했다. 힘이 어마어마해서  잡아놓은 라인을 뜯어낼까 봐 손등에 붕대를 칭칭 감아주었다.


이제는 MRI실에서 오는 콜을 기다리면 된다. MRI 촬영을 할 때까지는 계속 금식을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원활한 활영을 위해 낮잠도 재우면 안 된다. 소아의 경우 기계소리가 커서 아이들이 놀랄 수 있고, 촬영 시 움직이면 안 되기 때문에 잠을 재워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7-8시쯤 드디어 민준이의 순서가 되었고, 포크랄(수면유도제)을 먹고 금세 잠이 들었다. 영상의학과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담당 선생님들이 나와서 침대에 눕힌 아이를 데리고 들어간다. 10-20분쯤 되었을까 민준이가 촬영이 시작하자마자 기계소리에 놀라서 깨버려 검사를 하지 못했다고 일단 병동으로 가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주치의 선생님은 주사약을 약하게 써서 검사를 마무리하자고 하셨다. 주사제를 쓰기 때문에 이번에는 전체 검사과정에 인턴 선생님이 동행했다. 다행히 검사도 하고 그대로 아침까지 깨지 않고 푹 잤다. 다음날 아침 민준이는 눈뜨자마자 우유~우유~를 외친다. 한시름 놨다. 검사 결과는 다음 주 외래에서 듣기로 하였다.


1박 2일 동안 보호자로서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아이가 오열하며 엄마를 찾는 모습도 안쓰러웠고, 큰 침대에 누워 혼자 MRI실로 들어가는 모습도 애잔했고, 쉴 시간이 없는 것도 아이가 울 때마다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도 힘들었고, 민준이가 자더라도 나는 제대로 잘 수 없어서 너무 피곤했다. 심신이 모두 힘든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과정에 항상 함께 해야 하고, 그러고 싶다. 민준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어도 힘든 과정 속에 우리가 항상 힘이 되는 존재이길 바란다. 지금 민준이에게는 우리가 전부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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