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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심이 Mar 16. 2021

[엄마편] 떴~다 떴다 비행거

난청아기 발음 교정하기

소근육 발달을 위한 모래놀이 하기


복직 후 '출근-퇴근-육아출근-육아퇴근-집안일 대충, 급히 마무리-미드보기-기절'의 패턴으로 하루하루 살아다가 보니 글을 쓴 지가 정말 오래되었다. 그래도 워킹맘이라는 새로운 생활패턴이 몸에 익숙해지고 나니 다시금 기록을 남겨볼까 싶었다. 나름의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민준이는 현재 26개월이다. 이맘때 아이들은 어느 정도 말을 하더라도 발음이 정확한 시기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난청으로 보청기 재활 중이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아서 틀리는 것이 아닌지 언어치료 선생님과 함께 계속 확인해야 한다. 민준이 역시 정확하지 않은 발음들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비행거이다. 비비비-행행행-기기기 따로따로 시키면 잘 따라 하는데 비행기~ 하면 비행거~ 라고 발음한다. 다행히 이 발음을 잘 듣고 있지만 ' -기' 발음을 하기 어려워서 본인이 하기 편한 발음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대근육, 소근육이 발달해야 더불어 입 주변 근육도 잘 쓸 수 있게 되고 그러면서 발음이 정확해진다고 한다. 그래서 열심히 뛰놀고, 입에 요플레도 묻혀가며 먹고, 비눗방울도 후후 불고, 손가락으로 꾹꾹 주무르며 클레이도 하면서 몸을 많이 쓰도록 해야 한다. 선생님이 언어치료 때마다 매번 강조하는 내용이다.


매일 자기 전 아이와 함께 누워 대화를 하는데 그날은 비행기 노래를 부르자기에 함께 노래를 불렀다. '떴다 떴다 비행거~' 역시나 비행거다. 보통은 발음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서 아예 말을 안 할까 봐 틀렸다고 지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대화 속에서 고쳐 말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번 주 나의 작은 목표가 비행기 발음 교정하기였기 때문에 살짝 말을 꺼내보았다. 열심히 대근육, 소근육 운동도 시킨 것 같기도 했고..........


'민준아~ 비행거가 아닌 거 같은데, 비행. 기. 지~ 비행기기기~'

'비행거 아니야 비행기야'


어어????????????????????? 발음이 너무 정확하다. 우연인가 싶어 그다음 날 남편 앞에서 다시 시켜보았다. 입을 양쪽으로 쭉 늘리며 '비행기'라고 하는 것이었다.  민준이는 그렇게 또 하나의 과제를 해결했다. 그 순간 남편 표정 0_0?!?!?!?!?!?!?!?!?!?!?


그렇게 교정해도 비행거였는데 하루아침에 비행기가 되었다.


말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나 복잡한 일이다. 단순히 잘 들려서만도 안되고 잘 먹고 잘 듣고 잘 뛰어놀아서 팔다리가 튼튼해지고 대근육이 발달하고, 소근육이 발달하고, 입 주변 근육이 발달하면 비로소 발음이 완성된다. 뻔한 깨달음이지만 다시금 깨닫게 된다.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생각보다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간단해 보이던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다음 목표는 소봉차(소방차)다. 소소소-방방방-차차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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