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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동주 Aug 27. 2020

압도적인 존재 앞에서 한 없이 무기력 해진다.

언더워터. 러브크래프트식 공포.

 영화, 소설, 게임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여러 매체를 접하는 사람들이라면 '러브크래프트'라고 들어 보았을 것이다. 오늘날 크툴루 신화의 뼈대를 만들게 된 저자의 이름으로 각종 공포영화와 소설, 게임에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언더워터는 심해 속 미지의 공포를 그린 영화로,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에는 문어의 모습을 한 미지의 존재가 심해 속에서 살고 있으며 그를 추종하는 광신도 집단이 나오기도 한다. 비록 영화는 광신도는 나오지 않고, 심해 속 미지의 존재의 모습만 그려졌지만 오히려 그대로 광신도가 나왔으면 영화는 더욱 산을 향해 올라갔을 것이다.


 러브크래프트식 공포영화들의 특징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악령이나 사이코패스 살인마가 나오는 것이 아닌 우리가 처음 보는 미지의 공포에 있는 것이다. 인간의 손으로 어떻게 해결할 수 없는 그런 공포인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인간과 개미의 관계로 설명이 된다. 개미의 입장에서 인간들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존재들이다. 손가락으로 살짝만 눌러도 죽는 것이 개미들이고, 우리는 평범하게 가던 길 가고 있는 데, 의도하지 않게 신발에 밟혀 죽는 것이 개미들이다. 어렸을 때는 다들 한 번쯤 개미를 괴롭혀왔을 것이다.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관찰도 하고 말이다. 개미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한없이 무기력한 존재로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설명했던 인간은 크툴루 신화 속 미지의 공포이며, 개미는 인간이다.


 영화에는 언더워터의 공포가 어떤 공포인가에 대해서 초반에 메시지를 던져준다. 초반에 노라가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면서 세면대에 있는 거미를 발견하게 돼서 물로 흘려보내서 없애려고 하지만 이내 잡아서 세면대 밖으로 풀어주면서 한마디 한다. "이런, 너 어떻게 들어왔어?" 이는 깊은 심해에 들어올 곳도 없는 거미가 신기해서 하게 되는 말이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된다면 거미가 아닌 주인공 일행한테도 해당되는 말임을 깨닫게 된다.


 대체적으로 영화는 정체불명의 괴수에게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닌 탈출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어쩌면 지루하지 않을 수가 없는 전개이다. 계속 탈출하면서 한 명은 구석에서 겁에 질려 있고, 누구는 기다리고 있는 가족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은 자기희생을 하게 되고, 또 다른 누구는 긍정적이면서도 살짝 미쳐있다. 이른바 분위기 메이커지만, 사실상 공포영화 속에서 가장 이해 안 가는 캐릭터이다.


 뻔한 전개와 구성이지만, 한 단계씩 탈출을 밟을 때마다 벌어지는 일들과 점점 좁혀오는 미지의 존재의 모습은 우리에게 몰입감을 가져다주게 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할리우드식 공포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영화 마지막에서는 주인공인  노라가 "때론 무기력하고 하찮은 존재로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그건 느낌일 뿐이다. 때론 그 느낌을 지우고 행동해야 한다."라는 독백의 대사 자체는 영화의 내용과 결말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대사이자, 관객들에게 하여금 허탈감을 느껴주기도 한다.

무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느낌인데 빨리 끝났다는 느낌을 지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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