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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자꾹 Dec 10. 2024

국가란 무엇인가?

『남한산성』김훈

『남한산성』김훈 학고재    

 


‘ 국가란 무엇인가?’ 그 말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리에서 맴돌아 매우 힘들었다.  

    

반정으로 왕위에 올랐기 때문일까? 성향이 그런 것일까? 왕이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자신이 왕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 것일까? 왕은 무엇인가? 만백성의 어버이라고 하지 않았나? 백성을 버리고 자기 살길만 찾는 어버이가 무슨 자격이 있을까? 산성에 웅크리고 들어갈 때는 신하들에게 못 이기는 척, 산성에서 나올 때는 살아야겠기에? 척화를 주장한 신하들을 묶어 보내는 대신 자신을 묶어서 뚜벅뚜벅 걸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을까? 그런 왕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런 전쟁이 일어나지도 않았겠다는 부질없는 생각에 답답하다.     


당상관이란 조선의 최고 두뇌이며 권력 서열로 최상위 군상들. 왕을 성으로 이끌고 온 자들. 화친을 하면 죽어도 안 된다며 성토하면서, 칼 하나 창 하나도 들지 못해 나가 싸우지도 못하는 자들. 그들은 도대체 아는 것이 무엇일까? 문서에 쓰여 있지 않은 것은 알지 못하는 바보들. 임금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도 물어본다. 가마니를 군병에게 보내 덮으라고 할지 말먹이로 줄지, 바늘을 어찌 구해야 할지 …. 그리고 또 말싸움한다. 그런 것을 임금께 아뢰는 게 ‘맞네, 맞지 않네’ 하면서….     


밴댕이 젓갈을 찾아냈다며 반색하는 상궁들 역시 어찌 나누어 줄지 왕에게 묻는다. 왕이 참 할 일이 없다. 전시라면 전쟁을 치러내야 하는 군병들을 가장 잘 먹여야 하는 게 아닐까? 임금과 종친들, 벼슬의 급에 따라 먼저 나누어 먹어버리고 나면 군사들은 무얼 먹고 무슨 힘을 내어 싸운단 말인가? 부상병은 굶어 죽게 버려두는 것을 보고 온 힘을 다해 죽도록 싸우려는 병사가 과연 몇 이나 될까?      


임진왜란이 끝난 지 얼마나 지났다고 그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명나라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성리학의 힘이 그렇게 센 것일까? 먹고사는 것보다 도리와 명분이 중요하다면 왕을 앞세워 가파른 산성에 들어오지 말고 청군 앞에서 모두 자결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도리와 명분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성리학을 창시한 주희는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     


김상헌은 청병을 안내해 올까 봐 두려워 사공을 죽인다. 어찌 백성이 이러하냐며 한탄하고 사공을 죽인다. 왕은 백성을 버려도 백성은 왕을 떠받들어야 하는가? 자기 살길만 찾는 왕에게 백성은 없는 것이다. 왕이 국가인 시대라지만 백성들에게는 그저 누가 왕이든 살아내야 할 뿐이다. ‘전군이여 모이라!’는 왕의 전언을 전할 수 있는 신하가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김상헌은 대장장이 서날쇠에게 부탁한다. 그 잘난 신하들은 도대체 말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줄을 모른다. 그런데도 미천한 자에게 막중한 일을 맡길 수 없다고 야단들을 한다.    

 

임금이 산성을 나가고 피난 갔던 성안 사람들은 되돌아와서 농사지을 채비를 한다, 청군이 쏟아져 들어오지 않는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왕자와 신하들, 수많은 남녀 백성들이 끌려가지만, 남은 이들은 또다시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병자호란은 ‘삼전도의 굴욕’으로 낙인찍히듯 각인되어 있다. 인조가 야만족 여진의 칸에게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을 겪었다는 것으로 교과서에서 그렇게 배웠다. 전쟁이 어찌 일어났으며 나라가 어찌 되었고 백성들이 어찌 견디어냈는지는 몰라도 임금이 피를 흘리며 머리를 찧었다는 것만 기억하면서 내내 청나라를 향해 적개심을 가지도록 그렇게 배웠던 것 같다.     

 

김훈의 소설『남한산성』은 우리에게 왕의 무능과 신하들의 의미 없는 말의 전쟁, 궁핍한 백성들의 삶에 대해 말해준다. 그저 담담히 말해준다. 작가는 더 많이 쓰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지만 나는 고맙다. 과거를 잊지 않도록 해주어서.      


자신이 국가라고 생각하던 ‘왕들의 시대’가 사라진 지 10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대한민국에는 인조처럼 무능력하고 외골수인 왕들의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국민에게 잠시 권력을 위임받아 국가와 나라를 위해 온 힘을 바치라는 뜻이 들어있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 잊어버리는 걸까, 잊어버리고 싶은 걸까.      


날마다 듣기 힘든 뉴스로 답답한 요즘,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이 자기네 것인 양 '주고받는' 그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국민이 국가라는 것을 다시 한번 꼭 되새기고, 지금 당장 우리 국민에게 가장 이로운 길이 무얼까 곰곰이 생각하고 행동하기 바란다.   

 

대한민국헌법
제1장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제2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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