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구구글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연 Apr 26. 2022

[04.25] 김도연씨

더할나위 없이 좋다

내 자신이 견딜 수 없어 미울 때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달을 보며 한숨 짓다, 나 같은 쓸모없고 초라한 인간이 내일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 버거워서 괜시리 눈물이 나곤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고, 밝은 달만 쳐다보니 외롭기 한이 없다. 내 동무 어디두고 이 홀로 앉아서, 이일 저일을 생각하니 눈물만 흐른다" 혼자 자주 흥얼거리던 노래에는 외로움과 고독함, 패배감이 범벅되어 있었다.


괜찮은 것 같지만 여러모로 뜯어보면 부족함이 많은 인간... 기울어진 운동장의 절벽 끝에서 안간힘 쓰며 매달려 있지만 손가락의 힘이 풀려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진다 해도 누가 아쉬워할까 싶었다. 무쓸모, 비루함.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를 알차게 시작해야겠다는 다짐보다, 오늘 하루는 또 얼마나 고달플까 싶으니 지각을 할 때까지, 버틸 수 있을 때까지, 침대에 누워 햇빛이 두 눈에 들어 오는 걸 억지로 막았다.


그런 상태로 한 20년을 보냈다. 강산이 두번이 변한 시간 동안 나는 내내 우울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 고통스러울 때도 많았고  히키코모리처럼 칩거하며 한마디도 하지 않은 주말도 있었다. 그래도 삶은 살아야 하니까 자주 막차를 타고 퇴근을 했고, 점심을 굶어가며 회사일을 했으며, 일년에 백 권 이상 책을 읽었다. 이 낯선 도시의 이방인으로서, 내가 나를 힘껏 부양하고 있었다. 눈물 한방울. 척박하고 마른 도시에서 뿌리 내리느라 눈물로 물을 주었다.


나는 스스로를 못견뎌 했다.  그리 부족하고 못났다고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고 가죽혁대로 내리치면서 울려야 속이 시원했을까. 사랑고파병에 걸려, 사랑을 구걸하고 매달리고 유기불안에 시달렸지만 내가 더 잘하면 괜찮아질거라 여기며 모든 화살을 나에게 돌렸다. 분명히 말하지만, 내가 맨정신에 말하지만, 돈 떼먹고 거짓말 하고 룸살롱 드나든 네 녀석들이 쓰레기였던 거다. 예쁜 쓰레기는 장식이라도 하지, 다들 예쁘지도 않았다. (ㅋㅋㅋ 아 이 부분 웃프네)


 다시 돌아가도 더 잘하지 못할만큼 애썼던 날들이다. 애썼다. 여기까지 오느라고.

나는 앞으로도 한... 60~70점 정도의 인간일 것이다. 개선의 여지가 없는 부분도 많고 이율배반적이며 가끔 나태지옥에 빠질만큼 게으르다. 그런데 잘하는 것도 많고 반성도 잘하며 배우고자 하는 의지도 충만하다. 몹쓸 인간도 아니고 전인적인 훌륭한 인간도 아닌,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길 바라며 하루하루 읽고 쓰는 딱 그정도의 소소한 인간이다.


그런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내 삶이 좋다.

탈모에 흰머리까지 설상가상, 엎친데 덮쳐서 삭발을 해버릴까 싶지만~ 아직은 쓸어넘길 머리카락이 있어 상당히 기쁘다. 더 바라면 욕심이고 이정도도 참 좋네.


내 인생의 멋진 동반자 김도연을 뜨겁게 사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4월 19일] 부메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