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구구글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도연 Nov 30. 2023

박리다매 기사식당식 자기경영에 관한 고찰.

 


  

이 글은 박리다매 기사식당식의 자기경영에 대한 고찰이다.


일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기준을 몰라 헤맬 때가 있다. 모자란 것보다 과한 것이 낫다는 마음으로 거래처에서 요구하는 것 이상을 넘어 업무를 할 때가 종종 있다. 새벽 1시에도 메일에 답하기, 가급적 거절하지 않기, 돈 더 달라고 하지 않고 내 선에서 처리하기 등등. 거래처의 직원도 나 같은 보통 사람이니, 이왕이면 조금 더 해주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겠느냐는, 생존을 위한 <자본주의식 사랑받기 전략>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 전략은 0점인 상태에서 70점으로 올라오는데 적중했다.  가격 대비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줬고, 잘잘한 일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반찬 푸짐하게 나오는 만원 미만의 기사식당은, 아줌마들이 부엌에서 끊임없이 프라이팬을 돌리고 김치를 담가 가며 맛집이라는 소문을 감내한다. 아줌마들이 쉬지 않고 일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통하질 않으려고 한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고찰해 봤다.


1. 에너지 대출이 안 되게 나이를 먹고 있다.

- 에이징 커브라는 말이 있다. 쉽게 말해 나이 들어서 꺾였다는 뜻으로, 나이가 들수록 이전 같이 해낼 수는 없다는 뜻이다. 우선 체력이 안되니 밤을 새웠다가는 일주일간 황천길 원웨이 티켓행이다. 다크서클이 뺨까지 내려오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축 쳐져서 어떤 일을 해도 흥이 나질 않아 멘탈이 코끼리가 밟은 쿠쿠다스가 되어 버린다. 깨어 있으되  좀비 같은 상태로 앉아 있다가, 한국의 좀비들은 기운이 좋아 잘 뛴다는 걸 깨닫고는 좀비만 못하다는 걸 알게 된다.


밤샘은 미래를 당겨 쓸 뿐인데, 40살이 넘으면 에너지 대출이 잘 안 된다. 결국 내 체력과 시간 안에서 오버하지 않고 일을 해내야 하는 시기가 오는 것이다. 일의 완성도는 시간이 비례할 때가 많고, 디테일에 악마가 있니 어쩌니 하는 말로 과로를 유도했었다. 의 인생 멘토님은 "이런 식으로 일하시면 같이 못해요. 퍼포먼스가 마음에 안 들어요."라는 부정적인 거절의 메시지를 듣는 걸 상상하고 미리 연습하라고 조언했다. 닥쳤을 때 무방비로 들으면, 일 잘한다 소리만 듣던 사람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2. AI가 나보다 더 잘하고, 멘붕도 없다.

자존심 상하지만 사실이다. 이건 피할 수 없는 급류 같은 것이라, 댐의 수문을 열고 방류하면 아랫마을이 잠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거대하고 거스를 수 없는 물줄기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지금 수문이 하나 정도 열렸는데 앞으로 10년 안에 댐의 모든 수문이 열릴 것이다. 과학자들은 ai와 인간의 지능이 교차하는 지점인 싱큘레리티(특이점)이 2035년에 온다고 예측했다가 그 시기를 5년 앞당겼다. 기술은 한번 방향을 정하면 멈추는 법이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인간을 편리하게 하고 돈을 벌게 하는 일이니 투자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수몰 위험. 마을이 물로 가득 차면 거기서 밭농사는 어렵다. 평생 밭농사만 지었으니 사는 대로 살아야겠다고 말한다면, 당신이 서 있을 땅도 없을 거라 말하고 싶다.  농사를 짓고 싶다면 스마트팩토리라는 공장형 농사법이나, 물에서 농사짓는 수경농업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인간이 먹을 농작물을 기른다는 업의 본질은 동일하되, 방법은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이런 격변의 시기에 Ai는 나보다 영특하고 기억력고 좋고, 심리적으로 멘붕도 전혀 겪지 않는다. (아마 걔는 상사를 뒤에서 욕하거나 무단결근은 하지 않을 것이다.) 보통의 일은 나보다 더 잘하는 ai는 믿음직스럽고, 충성스럽지 않을까. 퍼포먼스가 비슷한데 비용이 1/10이라면, 나도 ai에게 업무를 의뢰할 것이다.


3. 이전 성공 경험이 지금도 통하리라는 보장이 없다.

세상은 바뀌고 있고 트렌드는 너무 순식간에 나왔다 사라진다. 이전의 성공을 패턴화 해서, "해 봤어? 이렇게 하면 된다!"라고 선경험자의 지식을 늘어놓기에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너도 나도 초보자다. 100년 묵은 기술 따위가 없고, 코딩을 당장 1년 배워서 써먹어야 한다. 누군가의 축적된 경험이 타인에게는 전수될 정도로 요긴하거나 쓸모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내가 일 했던 방식은 낡고 비효율적인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조합한 최고의 레시피로 로봇 팔이 무쇠 웍을 가볍게 돌리는 무인화된 음식 체인점을 바라보며, "그래도 음식은 손맛이고 정성이지"를 외치는 사람이 내가 아닐 거라 자신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나는 뭘 해야 할까? 이제 70에서 100으로 가는 전략을 구사해야 할 때인 것이다.

대체불가하기 위해서는 마음에서 하고자 하는 의욕과 에너지가 샘솟아야 한다.

나는 통찰로 인사이트로 이야기를 압축해 전달하고자 할 것이다. 이 글이 그 시작이다. 인간이 할 수 있는 대체불가한 일에 더 집중하고자 한다. 초보자의 마음으로 다시 세팅을 시작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04.25] 김도연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