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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연 Dec 03. 2023

미친듯이 나대기와 자기검열 사이

알고 있지만 쉽지 않아


나는 책읽는 다락방이라는 팟캐스트를 운영중이다.


책을 견주면서 읽고 작가를 소개하고 낭독하는 책관련 콘텐츠를 만든다. 대부분 밤 12시에, 침대에서 들으면 반절도 듣기 전에 잠이 들어버린다는 평가다. 나도 내 목소리의 녹음본을 듣고 있으면 졸리다. 졸리는 방송이라는 뜻이다.


 팟캐스트는 자주 올리지는 못하지만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하며 to do 리스트의 상위에 올려둔 업무이다. 팟캐스트를 만드는 작업은 다른 업무에 밀리거나, 녹음본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올리지 못하고 묵혀두기 일쑤이다. 팟캐스트를 기다리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얘는 왜 올린다고 하고 안 올리냐고 책망할 것이다. 나도 자주 올리고 싶은데 왜 잘 안되는 것일까 다각도로 생각을 해봤더니, 업무의 우선순위, 시스템-협력 가능한 스텝, 시간 비용, 체력 등의 다양하기 풀어야 할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가장 걸리는 부분은, 자기검열이다.


우선 내가 이걸 해도 되냐라고 하는.... 자격의 문제가 등장한다. 꼭 자격증이나 학위 등의 권위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고, 뉴미디어 시대는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생산하는 것이니 <자격>에서는 조금 자유로워져도 될 것 같다. 유튜브를 자격증을 따서 하는 건 아는 건 아니지 않나. 그런데 나처럼 자기검열이 강한 사람들은 성향상 내가 해도 되나?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며 에너지를 뺀다. 마치 작은 욕조 마개처럼. 작은 실수를 해도, 다른 사람들은 이러지 않을텐데,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을텐데.... 괜히 비웃음만 사는 게 아닌가 싶어, 되짚어보고 또 뒤돌아 본다.


이런 성향이 일하는데는 분명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자신을 부족하다고 느끼니 모든 일에 더 완벽을 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굳이 남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주지 않아도 스스로 점검하며 부족한 점을 애써 찾아서 보완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점까지 고려한 세심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나를 우쭐하게 만들고 검열을 합리화했다.


그런데 모든 건 시기가 있고, 정도가 있다.


얼마 전에, 친밀한 타인이었던 사람에게 "자격지심이 있는 사람같다."는 평가를 받았다. 뒤에서 한 말이 돌고 돌아 내 귀에 들어온 것인데, 전체적으로는 맞는 말이어서 크게 반박하지 않았다. 내가 살아온 세상에서는, 지금까지는, 생존에 유리했나보다라고 답하며 마무리를 지었다. 뼈아팠다. 참 씁쓸했다. 하지만 그 말을 뜯어보면서, 내 인생을 찬찬히 살펴보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앞으로 살날이 더 많지 않나. 이전까지는 통했던 것들이 앞으로는 맞지 않을 수 있고, <수위와 정도>의 적당함을 찾는데 적당한 자극이 되었다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앞으로는 좃밥들과는 어울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나에게 있어 자격지심과 자기검열은 한쌍이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많고 사람들과 더 활발히 만나고 싶은 나에게 검열은 통과하기 어려운 내적 시험이다. 모래 주머니를 차고 운동장을 달리는 기분이다. 잘하고 못하고는 다음 문제고, 그냥, 조금 편하게 달리고 싶은대로 달리면 어떨까. 어제 밤에 팟캐스트를 업로드하면서, 12월 중에 다시 업로드하겠다고 했다.


"나는 좀 나대고 싶어요. 모래 주머니를 조금 내려놓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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