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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Fly Mar 07. 2020

아름다움을 보는 시선 '툴루즈 로트렉'

툴루즈 로트렉Toulouse Lautrec전(1.14-. 5.3)을 보고

11년 전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에서 툴루즈 로트렉을 처음 만났다. 그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유전적 결함으로 키가 자라지 않아 하반신이 과도하게 짧은 난쟁이 형상으로 지팡이에 의존해 살아야만 했다.  그는 “드로잉으로 자유를 샀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하였다고 한다. 그가 쥔 연필이 그의 다리와 목소리를 대신한 것이다

    

"Everywhere and always ugliness has its beautiful aspects. It is thrilling to discover them whrer nobody else has not " 추함은 언제나 아름다운 면을 지니고 있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곳에서 그것들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짜릿하다.

Toulouse-Lautrec, l'insaisissable (2019) Documentary, Biography, History , 20 October 2019 (France)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선보이는 로트렉의 첫 번째 단독 전으로,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헤라 클레이 돈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150여 점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 Moulin Rouge, La Goulue> 1891, 176x108 cm

“현대 포스터의 아버지‘로도 불리는 툴루즈 로트렉은 19세기 후반, 예술의 거리 몽마르트르와 밤 문화의 상징 물랭루즈 등을 무대로 파리 보헤미안의 라이프스타일을 날카롭게 그려낸 프랑스 화가이다. 그가 제작한 공연 포스터 <물랭루즈, 라 굴뤼, Moulin Rouge, La Goulue> 포스터가 파리 시내 곳곳에 나 붙자 파리 시민들은 서로 뜯어가려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카바레 물랭 루즈(Moulin Rouge)가 가을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이 포스터는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가장 큰 사이즈로 3,000여 부를 찍어 파리 전역 거리마다 붙였다. 길거리 포스터의 시초인 셈이다.   한눈으로 들어오는 간결한 디자인과 대담한 색채,Moulin Rouge 글자를 세줄에 반복해서 넣으면서 첫 글자인 M을 크게 강조한 글자 도안이며 뒤쪽의 관객들을 실루엣으로 처리해 가운데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든 그래픽 기법 등 기존 포스터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포스터의 등장이었다.

19세기 말 프랑스는 각종 잡지가 쏟아져 나온 매거진 저널리즘의 황금기였다. 당시 파리 미술계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로트렉은 여러 잡지로부터 원고 청탁이 쇄도했다. 로트렉이 잡지를 위해 제작한 일러스트나 만화ˑ그래픽 디자인 등은 로트렉 예술의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이다.  이 시기 파리에서 출판되던 풍자 잡지 <르 리르(Re Rire), 비웃음>는 스타들의 밤 문화를 비롯해서 유명인사들에 대한 가십거리와 정치.풍자.부패.군대 스캔들에 초점을 맞춘 기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로트렉은 <르 리르>잡지에 풍자 그림을 자주 기고하는 단골 작가였다.

Henri de Toulouse-Lautrec. ELLES; la clownesse assise, 1896, Musée Toulouse-Lautrec, Albi, France

근대 프랑스 문학의 경우(플로베르에서 모파상의 단편소설까지)와 마찬가지로, 추악하거나 부도덕한 것으로 간주되는 주제와 등장인물은 대개 예술로 대체 됬다. 세기의 전환기 파리. 카바레의 화려한 무대 위에서 캉캉 댄서들, 가수들, 코미디언들이 펼치는 퍼포먼스와 춤과 공연 덕분에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던 파리지앵들의 생활은 로트렉의 눈에는 그림의 아주좋은 소재로 비쳤다.

La Passagere du 54 ou Promenade en Yacht” 1895. Poster for the exhibition

로트렉이 그린 대표작 중에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꿈’을 표현한 그림이 있다.  로트렉은 아프리카로 가는 배 위에서 이 신비한 여성과 마주쳤고 헤어졌다. 로트렉은 이 여성을 <54번 선실의 여행객(The Passenger in Cabin 54), 이라는 타이틀로 아름답게 그려냈다.      

로트렉은 1894년 몽마르트 유곽에서 몇 주간 거주했다. 이때 만난 직업여성들의 은밀한 사생활 모습을 관찰할 기회를 가졌고 이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림으로 담아냈다. 침대에 누워있다든가 목욕을 하고 머리를 빗고 옷을 입고 아침을 먹고, 손님을 기다린다든가 하는 등의 여러 일상생활의 모습을 가벼운 에로티시즘으로 표현했다만, 아주 사소하고 평범한 순간들을 친밀함과 우정 어린 시선으로 아주 객관적으로 묘사한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다. 오늘날 기준으로 볼대 이런 친밀한 장면들은 크게 에로틱하게 여겨지지 않지만 당시에는 추악하고 부도덕한 것으로 여겨졌다. 이 표지 그림에서 여성은 보이지 않는 남성 손님을 위해 머리를 풀어헤친다. 남성의 신사는 모자는 빨래걸이 위에 놓여 있고 그녀의 푸른 장식이 있는 모자


Elles Par Toulouse Lautrec Cover

는 왼쪽 침대 위에 놓여있다. 여자의 풀어헤친 오렌지색 머리칼이 푸른 가운의 곡선 실루엣과 어울려 이뤄낸 조화는 아르누보(Art Nouveau)의 영향을 받았음을 드러낸다. 왼쪽에 두드러지게 배치되어 있는 이 신사의 모자로 인해 이 여성의 직업을 유추해 볼 수 있도록 표현한 점이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이다.

포스터 엘르는 4가지 색깔(노란색. 짙은 녹색. 오렌지색, 파란색)의 석판화다. 포스터에 쓰인 글자들은 로트렉이 써넣은 것이 아니고 나중에 삽입한 것이다. 이 <엘르> 연작은 19세기에 제작된 석판화 중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당시에는 시리즈 전체를 구입하려는 콜렉터들이 없어서 각각의 작품을 따로따로 팔아야만 했다고 한다. 좌측의  포스터는 1896년 4월에 열린 로트렉의 석판화 시리즈 전시회를 홍보하기 위해 책 표지 <Elles,여인들>에 쓰였던 이미지를 사용하여 새로 제작한 것이다.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이<엘르(Elles)>연작은 직업여성들의 일상생활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요즘 같은 불안감의 시기에, 로트렉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의 아름다움을 보는 시선을 생각한다. 그의 과장이나 왜곡은 오히여 감추어진 진실을 강조해 드러내 보여주며, 그의 엘르 연작에는 미화가 없이 보이는 대로 그리며 그들의 관능 아래 숨겨진 열정과 외로움을 잘 보여준다. 삶의 무대에 살고 있는 개인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이해했기에 그의 작품은 상업성을 넘어 예술성의 경지에 까지 이른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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