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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단언니 Jan 03. 2023

37분 만에 지하철에서 2022년 회고해 버리기

퇴근길 KPT 회고? 이게 되네?

12월 29일부터 남들은 다 설레며 보내는 연말 시즌인데 나의 불안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쏟아지는 2022년 회고와 2023년 목표 콘텐츠를 보면서 생각했다. '사람들 정말 부지런하고 건설적으로 잘 산다..' 연말 회고와 신년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나? 나 MBTI J에서 벗어나본 적 없는 계획형 인간인데.. 파워 J라고 해서 미래 목표를 다 잘 세우는 것은 아니구나.


촉촉한 연말 감성에 뒤늦게 승차해 보았다. 무작정 눈에 들어오는 방법으로 회고를 시작했다. 

KPT 회고는 처음 들어봤는데 2016년에도 작성된 글이 있는 것을 보면 생각보다 오래된 회고 방식인 듯하다. 


Keep (지속할 것), Problem (문제가 된 것), Try (시도할 것)의 약자로 각각의 항목을 적어보면 생각보다 쉽게 회고를 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37분 만에 작성할 수 있었다. 


KEEP | 지속할 것

내가 해결책을 찾아줄 수 없을 것 같더라도 기꺼이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도움을 시도해본 것 

책 읽는 것을 설레는 일로 여기는 것, 영감의 원천으로 쓰는 것

노션에 대한 흥미, 내 삶의 모든 것을 노션에 기록하는 것

주변사람들의 이직 고민을 듣고 개발자에서 기획자로 직업을 바꿀 때 내가 했던 방식을 이야기해 주고 자소서 첨삭과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해주었는데, 그것이 의외로 다른 사람에게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뾰족한 해결책이었다. 

내가 안 해본 일이라고 스스로를 한계에 가두지 말자.
지원하고 싶은 공고에서 찾는 사람이 누군지 구체화해서 상상하고 그 사람이 잘할 법한 일을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업무에서 천천히 조금씩 만들어나가자. 지금 속해있는 회사에서 할 수 없다면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하면 된다. 그렇게 만든 경험과 그 일을 안 해봤기 때문에 줄 수 있는 시야와 인사이트를 합치면 그 직무를 잘할 수 있는 나만의 강점이 된다.

단순히 친구를 도와주려는 선의에서 나온 경험이 뜻하고 호한 피드백을 준다는 따단언니의 시작이 되었다. 내가 커리어, 이직 관련 조언을 꽤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영광의 순간이었다.


PROBLEM | 문제가 된 것

생산적인 대화만 하고 싶어 한 것

관계와 성취 중 어느 하나도 놓지 못하고 다 이루고 싶어 한 것

하루에 3번이나 약속을 잡았던 과거의 나는 사라졌다.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삶을 이제 갓 시작했고 '따단언니 다마고치'를 키우는 듯한 이 재미에 흠뻑 빠진 나는 모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인사이트나 영감을 얻고 싶어 했다. 조금만 관심범위가 벗어나도 흥미를 잃고 만남의 횟수를 줄여갔다. 


빨리 계정을 키우고 싶은 욕심에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잠시라도 가벼운 수다를 떠는 나를 용납할 수 없었던 거다. 이건 아주 큰 문제가 되었다. 내가 사람들과의 관계나 대화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상관이 없었겠지만, 난 그렇게 살 수 없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면서도 끊임없이 불안해했다. 불안정한 자아로는 건강하게 생산자로 성장할 수 없다.


 | TRY | 시도할 것 

유튜브 숏츠, 인스타 릴스 (영상 콘텐츠) 도전

의외로 힘을 빼고 자연스러운 이야기와 수다를 나눌 때 가장 생산적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쌓기


나는 글을 빨리 읽는 능력 덕분에 성격이 급한 나는 영상을 잘 못 본다. 글로 읽는 것이 훨씬 빠르게 내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조차도 영상을 잘 보지 않기 때문에 따단언니를 알리는 수단으로 영상은 생각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최근 유튜브를 하면 따단언니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3명에게서 들었다. 따뜻하고 단호한 언니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내 글은 실제의 나보다 차가운 느낌이 있다고 했다. 


본래 나의 모습을 아는 사람들로부터 지어진 따단언니 이미지는 목소리와 말투, 표정에서 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3년엔 유튜브 쇼츠, 인스타 릴스를 시작해볼 것이다. 긴 영상은 나도 잘 못 보지만 짧은 영상은 가볍게 볼 수 있고 따뜻하게 뼈 때리는 (?) 나의 특성을 잘 보여줄 도구가 될 것이다.


회고하며 느낀 점 |

KPT 회고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TRY 때문이었다. 회고라는 게 지나간 2022년을 돌아보겠다는 의미가 있지만 지나간 2022년의 KEEP, PROBLEM에서 직접적인 개선점을 도출하는 TRY 가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좀 더 DEEP 하게 회고해보면 좋겠지만 생산성에 미친 나는 지나간 일보다는 앞으로 나를 설레게 할 내용들을 더 깊게 파고 싶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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