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만지다>
우리말 중 ‘아름답다’는 말은 ‘자기 존재답다’라는 말입니다. 우리의 삶이 외적인 꾸미기와 가꾸기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나를 찾는 쉼 없는 여정이어야 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자기 존재답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삶은 공허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이 소유하고 성공해도 어딘가 빈 것처럼 공허한 이유는 자기다운 모습에서 소외된 채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외란 말은 분리되었다는 뜻입니다. 성경에서 하나님이 아담에게 선악을 알게 하는 실과를 먹으면 정녕 죽으리라고 말씀하실 때, 죽음은 육체의 죽음이 아니라 그들이 영원한 세계로부터 ‘분리’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소외된 인간이란 본래의 인간의 모습에서 분리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현대 인간의 조건Present Human Condition》에서 현대인의 “소외”된 모습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19세기의 문제가 “신이 죽었다”라는 것이라면, 20세기의 문제는 “인간이 죽었다”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이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서로 물건을 사고팔 았습니다. 그러다가 노동력을 사고팔았고, 이제는 우리 자신을 상품으로 사고팝니다. 거대한 소비시장에서 우리는 하나의 상품이 되어버렸습니다.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무엇을 전공을 해야 잘 팔린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잘 팔린다, 여자는 어떠해야 잘 팔린다고 말입니다. 결국 우리의 성공은 내가 얼마나 잘 팔리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마치 “아무도 사고 싶어 하지 않는 당신은 대체 누구인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잘 팔리려면 타인들, 즉 구매자(대중)의 욕구에 부합하는 모습이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이 거대한 소비시장에서 물품화되어 하나의 자동기계인형automaton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소외된 현대인의 문제라고 프롬은 지적합니다. 즉, 내 존재다운 아름다운 삶이 죽어버린 것입니다.
새삼 아름다움이 그립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그립습니다. 어느 길모퉁이에서 어떤 모습으로 날 기다리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내 존재다운 내가 그립습니다. 진정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전설과 이야기가 가득 새겨진 그리스 도자기를 빚듯이 ‘나’를 빚어내고 싶습니다.
이봉희 교수의 문학치유 카페, <내 마음을 만지다> https://url.kr/b5lo4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