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무조건 기대를 가지고 집어드는 책이 있습니다. 제임스 설터도 그중 한 명인데요, 그가 197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고독한 얼굴》의 주인공은 '고독한 등반가' 버넌 랜드입니다. 프랑스 샤모니에서 알프스의 험난한 암벽을 묵묵히 오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가 순도 높은 문장과 묘사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까마득히 높은 암벽을 거의 맨몸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경이롭고 신기하기까지 하죠. 산 아래에서는 예상할 수 없는 기후의 변화, 찰나의 실수로 맞닥뜨리게 되는 위험한 순간 등 어쩌면 대체 어떤 이유로 초인적인 힘을 빌려 그곳을 오르는지 궁금할 때도 있습니다.
"아니에요. 산을 사랑하는 게 아닙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본문 중에서
랜드의 이 말이 그러한 의문에 답을 해주는 것 같네요. 삶을 사랑하기에, 살기 위하여 거대한 암벽을 마주하고 로프 하나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을 오롯이 그려내고 있는 멋진 소설입니다. 주인공 랜드가 겪는 여러 가지 사건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몇 번의 등반이 너무나 강렬하게 그려지고 있어서 등반이나 산에 대해 전혀 모르더라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등반과 산에 대한 이야기를 지우고 한 외롭고 과묵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