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 남형석
춘천 약사동이라는 작은 동네에는 독특한 가게가 있다고 합니다. 책이 많이 꽂혀 있지만 서점은 아닌, 커피를 마실 수는 있지만 카페도 아닌, 그곳의 이름은 '첫서재'. 온순하고 따뜻한 공기가 가득한 그곳에서 누구나 원하는 대로 마음껏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해바라기를 하면 된다고 하네요.
또 그곳에는 아주 어릴적 기억에 남아 있는 다락방이 있다고 합니다. 작고 비밀스러운 그곳에서 며칠 묵을 수도 있는데, 숙박비는, 5년 뒤 '돈이 아닌 것들'로 지불하면 된다고 해요. 돈이 아닌 것이라, 만약 그 다락방에서 며칠을 보내고 난 다음에 무엇으로 지불하게 될까요. 기분 좋은 상상도 해봅니다.
'서재지기' 남형석 작가님은, 언론사에서 기자로 일을 하고 있는 중에 마흔 살이 되어 휴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막연하게 가슴속에 품고 있던 자신만의 편안한 공간을 마련하고 한껏 느슨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춘천을 찾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공유서재'를 열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쉼과 영감이 필요한 사람들을 맞아들이기로 하죠. 그리고 조용한 대화와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갔고, 그 이야기가 이 책에 담겼습니다.
"11월은 계절을 규정하기 모호한 달이다. 그것 또한 11월만의 특권이겠지. 그래도 확실한 게 있다. 2022년 11월이면 지금 형태의 첫서재는 문을 닫는다." - 본문 중에서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가고 싶은 공간이지 않나요. 하지만 처음부터 스무달만 문을 열기로 했던 이곳 '첫서재'는 몇 주 뒤, 지난해 11월 6일에 문을 닫았다가 최근에 '독채 공유서재'로 시즌 2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관심 있는 분들은 한번 찾아보셔도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