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샵》, 피넬로피 피츠제럴드
영화관은 물론이고 변변한 식당도 없는, 너무나 한적하고 작은 바닷가 마을. 오래 방치되어 있던 폐가 - 심지어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출몰한다고 하죠 - 에 서점이 들어온다면 어떨까요. 이렇다 할 오락거리도 없어 심심해하던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너무 반가워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1959년의 하드버러 주민들은 그렇지 않았나 봅니다. 서점을 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플로렌스 그린을 두고 무모하다고 수군거리기도 하고요, 마을의 권력자인 가맛 부인은 다른 곳으로 옮기라며 압박도 가합니다.
막상 서점이 생기니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두고는 먼저 읽으려고 신경전도 벌이고요, 예상 외로 서점 운영을 잘해내는 플로렌스를 새삼 다르게 평가하기도 합니다. 귀여운 알바생 크리스틴도 제 몫을 톡톡히 하고 있고요.
저택에 은둔하고 있는 브런디시 씨도 조용히 플로렌스와 서점을 지지해줍니다. 좋은 고객이기도 했고요. 마침 이맘때 문학계에 파란을 일으킨 소설 <롤리타>가 출간되며 플로렌스의 서점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죠. 자, 이제 하드버러의 유일한 서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좋은 책은 위대한 영혼에 흐르는 고귀한 혈액인 만큼 세대를 뛰어넘어 길이길이 전해지도록 방부 처리하여 소중히 보관해야 합니다. 당연히 책도 생활에 꼭 필요한 겁니다. 생활필수품이란 말입니다." - 본문 중에서
서점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소설 중 고전이라고 할 만한 《북샵》이 드디어 한국에서도 출간되었습니다. 작가 피넬로피 피츠제럴드가 실제로 바닷가 마을에서 거주하며 서점도 운영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 경험이 상당 부분 반영되었을지도 모르겠네요. 품위 있게 그리고 강단 있게 어려운 상황에 맞서가며 좋은 책을 판매하려고 노력하는 플로렌스의 용기에 함께 응원을 보내며 읽었습니다. 몇 년 전 개봉한 영화 <북샵>을 보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소설과 영화를 함께 비교해보시면 또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