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나는 문체를 사랑한다. 문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선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도 있고,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도 여러 가지일 테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그중에서도 톤, 즉 스타일, 혹은 무드, 쉽게 말하면 필치 정도가 되겠다. 그 작가만이 낼 수 있는 글의 색깔, 분위기, 고유의 스타일 뭐 이런 것들. 어떤 이의 글을 읽으면 어, 이건 누구누구의 글이어야 하고 대번에 알아볼 수 있게 만드는 그 작가만의 벗어버릴 수 없는 인장 같은 것, 내겐 그게 어떻게 보면 내용이나 본질보다 더 중요하다. pp.238-239
<보통의 존재>도 책 전체에 엷은 우울감 같은 것이 배어 있다. 쓰면서 중요했던 건 그 농도였다. 조금만 진하거나 옅었어도 아마 지금과 같은 모습을 띠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략) 팔레트에 이런저런 색의 물감을 짜 놓고선 이것을 조금 더 넣어보기도 하고, 저것을 좀 빼기도 하면서, 만약,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무언가 이 글만의 어떤 감정이나 분위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면 나는 채색에 성공한 것이다. p.240
상처는 못나서 받는 게 아니라
더 좋아하기 때문에 받는 거야.
그러니 자책은 필요 없어.
p.316
어느 날, 우연히 티브이에서 본 이영자 씨의 한마디. "과거의 이영자한테 오늘의 이영자가 야단치고 싶다. 그렇게 업신여겼어 내가 나를. 이렇게 가치 있는 애였는데." p.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