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핵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면 '핵실수'는 어떨까

by 민경민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게임 'Coldline' 플레이 영상



유튜브에서 우연히 뜬 게임 플레이 영상을 흥미진진하게 본 적이 있다. 게임 이름은 'Coldline'. 냉전 시대 소련 지도자가 된 플레이어가 실수로 발사된 핵미사일을 막기 위해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야 하는, 아주 단순한 게임이다. 미사일이 뉴욕에 떨어지기 전 10분 동안 전화 한 통을 걸면 승리하는 단순한 조건임에도 이 게임에서는 전화를 거는 것 자체가 난제다. 직통 라인을 연결하기 위해서 수많은 자동응답을 왔다 갔다 하며 인증 코드 같은 것을 입력해야 원하는 결말을 얻을 수 있다.


세계관은 핵전쟁을 빌려오고 있으나 이 게임은 사실상 암호 풀이나 퍼즐 게임에 가깝다. 그래서 설정 자체가 일견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든다. 진짜 실수로 핵무기가 발사되는 사태가 아주 안 일어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핵무기 사고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꽤 많이 일어났다. 주로 핵무기를 운반하던 폭격기가 함께 추락하거나 장치 이상으로 핵무기가 도시 근처에 투하된 사례다. 핵무기는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로 보호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불발탄으로 넘어갔지만 실제로 기폭장치가 작동한 사례도 있었다. 만약에 기폭 장치가 정상작동해서 미국의 도시 하나가 증발했다면 어땠을까.


생전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가 미국의 미니트맨 대륙간탄도미사일 앞에서 강대국들의 분쟁을 비판하고 있다


1983년에 소련에서 대규모 핵전쟁이 개시될 뻔했던 사례는 유명하다. 냉전의 갈등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소련의 탄도탄 경보 위성 관제 센터는 미국에서 발사된 핵미사일 하나를 포착한다. 이것만 해도 위험하지만, 그래도 핵전쟁을 일으키면서 적국에 핵미사일을 하나만 발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으니 충분히 오류라고 판단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뒤이어 5발의 미사일이 추가로 식별되자 소련의 핵대응 체계는 최고 등급의 비상사태에 즉각 돌입했다.


당시 관제센터의 당직사령이었던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는 생각했다. '정말 핵전쟁이 개시된 거라면 미국의 ICBM 전체가 발사되어야 옳다'라고. 실로 그의 판단은 옳아서 나중에 위성이 햇빛을 탄도탄의 섬광으로 착각한 것이 밝혀졌고 막을 내릴 뻔했던 인류사는 오늘날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사실상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의 현명한 대처로 어처구니없는 핵전쟁을 막은 것이다. 고로 우리 역사에서는 'Coldline'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그런데 이 질문을 한 번 더 꼬아서 새로운 딜레마를 안긴 영화가 나왔다. 넷플릭스 신작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2025)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민경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영화, 삶, 인간, '지적 감성인'들을 위한 사유 공간입니다.

1,81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뭔가 뻔한데 눈을 뗄 수가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