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상이란 상은 다 주고 싶다

by 민경민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옳은 말을 아무개가 헛소리처럼 내뱉으면 옳은 말이 아니게 될까?



오래간만에 눈이 번쩍 뜨이는 영화를 본 것 같다. '한국에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있나?' 감독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2년 전에 <길복순>을 연출한 변성현 감독이었다. 일찍이 2023년 최악의 영화로 <길복순>을 손꼽은 적이 있었기에 그 놀라움은 더더욱 배가 되었다. 그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마 내가 연말에 어떤 상을 줄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심사위원이라면 <굿뉴스>에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남우주연상, 뭐 하여튼 상이란 상은 다 주고 싶을 정도였다.


영화는 덩그러니 떠있는 보름달에 자막을 달아놓은 인상적인 오프닝 시퀀스로 시작한다. 사실상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이 장면은 이 영화의 주제와도 맞닿아있다. '이 영화는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나 등장인물 등은 모두 허구'라는 흔한 실화기반 영화의 면책 자막을 흘려보내다가, 문득 '그렇다면 진실은?'이라며 그조차도 영화의 세계관 속으로 끌고 들어온다. 분명히 각색을 하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는데도 그 각색에서조차 진실 게임을 벌이겠다는 이 결연한 의지는 주연배우 설경구의 보이스 오버를 통해 다음 대사로 표현한다.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 -트루먼 셰이디-"


이내 달에서 내려온 카메라의 시선은 그것도 모르냐며 약 올리는 아무개에게 '그걸 모를 리가 있겠냐'며 아득바득 대꾸하는 서고명 중위의 모습에 닿고, 다시 앵글을 바꾸면서 그조차도 유리창에 비친 이미지였음을 밝힌다. 진짜인 줄 알았는데 사실 가짜였고, 가짜라고 여긴 것이 실재하고 있는 이 장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 오프닝 시퀀스가 거짓투성이이지만 사실 틀린 것도 아니라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오프닝 시퀀스의 장면은 극 중 아무개가 가짜뉴스를 생산한 뒤에 곧장 이어지는 장면인데, 그는 그 장면에서는 이런 말을 덧붙인다. "어쩌면 달 뒷면은 안 이쁠지도 몰라. 야, 우리는 평생 달 뒷면은 못 본다는 거 알지?"


'트루먼 셰이디'라고 하는 사람의 명언을 해설하기 위해서 장장 1시간 30분을 소모한 <굿뉴스>는, 같은 장면이 두 번째 반복되었을 때 하나의 신에 불과할 그 짧은 장면조차도 많은 비밀과 권모술수, 협잡과 탐욕이 판을 친다고 말한다. 더욱이 가장 중요한 '트루먼 셰이디'라는 인물조차 아무개가 아무렇게나 만든 가상의 인물임을 우리가 알게 되었을 때, 그걸 부인하지 않고 곧장 '알겠다'라고 한 서 중위의 지성이 '믿고자 하는 자신의 의지'에서 비롯된 것임도 우리는 깨닫는다.


아무개가 원하는 여론을 만드는 방법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민경민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영화, 삶, 인간, '지적 감성인'들을 위한 사유 공간입니다.

1,813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8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7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핵전쟁이 일어날 수 없다면 '핵실수'는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