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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림자에도 공간이 있다 (2)

by 민경민

1부 완벽한 영화는 없다


제1장 영상 편



5. 그림자에도 공간이 있다 (2)


외화면4.jpg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영화학자 노엘 버치가 외화면에 대해 정의한 것을 잠깐 짚고 넘어가 보자. 노엘 버치는 영화가 내화면과 외화면 두 가지의 공간으로 이뤄져 있으며, 특히 외화면은 내화면과 맞닿은 부분들과 감춰진 부분 등 6가지로 나뉜다고 본다. 먼저 스크린의 테두리를 차지하고 있는 상, 하, 좌, 우 직사각형의 선은 각각 맞닿은 부분으로부터 연장된 외화면 공간을 가지고 있다. 프레임에 직관적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가장 눈치채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며, 거의 모든 부분에서 영화의 외화면 공간을 암시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남은 두 가지는 관객이 의식하지 않으면 눈치채기 어려운데, 바로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 그 자체의 후방, 그리고 내화면 속에서 인물이나 사물로 인해 가로막힌 부분이 전방의 외화면 공간을 구성한다.


체험의 공간으로써 관객이 있는 자리, 불침의 공간으로써 카메라가 있는 자리인 후방 영역을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모두 영화 속 세계가 잠재적으로 확장된 상태다. 그런 까닭에 영화 속의 인물이나 사물들 역시 외화면 세계를 인식하면서 행동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행위나 움직임이 외화면 공간과의 인과관계와 맞아떨어져야 한다.


외화면 공간은 영화에서 정보 격차와 층을 만드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고 그로 인해 서스펜스와 같은 영화만의 독특한 장치를 구현케 하지만, 그 못지않게 영화에 사실성을 부여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한번 생각해 보자. 화면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걸어가던 범인이 프레임 오른쪽에서 사라진 다음, 주인공이 오른쪽 방문을 따라간다. 그런데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방 안에는 범인이 없다. 그 순간 갑자기 범인이 주인공이 문을 열고 들어왔던 왼쪽 방향에서 나타난다면 관객은 금세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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