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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르 첫 책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연애·인생 고민 채널 오마르, 글은 어떨까? 첫 책 완독 후기

by 앤트윤antyoon

2025년 20번째 읽기록

Words by Jeong-Yoon Lee


어렵게 어렵게 올해 스무 번째 독서를 완료했습니다. 독서도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가지고 하지 않으면 계속 미루게 될 것 같아서, 요즘은 거의 기를 쓰고 읽는 중이에요. 주변에서도 요즘은 도무지 책을 읽을 수 없는 환경이라고들 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책뿐 아니라 3시간짜리 영화나 시리즈 드라마처럼 ‘각잡고 봐야 하는 것들’ 전반에 집중력이 도망가 버린 상태예요. 의무감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을 방문하곤 하지만, 그래도 책 읽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극을 받고, 예상치 못한 새 책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다 읽지 못한 세 번째 책(①속죄, ②공간의 미래, ③공간인간)을 반납하러 갔다가, 이럴 바엔 그냥 머릿속을 비우고 쉬자 싶어서 도서관을 나오려 했어요. 그런데 문득 속죄를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 책이 있던 서가를 책장 위치를 더듬어 찾아가던 중, 오마르님의 책을 발견하게 되었거든요. 책을 꺼내 펼치자 ‘이건 완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레즈고~


유튜브 채널 오마르의 삶을 처음 알게 된 건 아마 그때쯤이었어요. 친구의 이별을 화두로 대전 여행을 다녀오며 그동안 제대로 꺼내지 못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죠. 집에 도착해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확 올라왔어요. 그때가 아마 일요일 아침 7시였나? 의자에 앉아 맥북을 켜고 유튜브를 들어갔는데, 그때 오마르님의 영상을 보게 된 거죠. 그 연애 고민 영상을 보고 풀리지 않던 생각이 한 번에 정리되어, 하고 싶었던 말을 곧장 스레드에 올렸던 것이 제 첫인상입니다.


그 뒤로는 오마르님의 채널을 구독하고 새 콘텐츠가 올라올 때마다 챙겨보고 있어요. 라이브도 시간이 맞으면 웬만하면 들어가고, 보통은 댓글은 잘 안 다는데 종종 달기도 합니다. 요즘 연애나 인생 상담 채널이 워낙 많잖아요? 저는 어린 시절에 이런 고민 상담을 ‘라디오 말고 조금 더 친근한 방식’으로 들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기껏해야 비슷한 친구들끼리 하는 고민 상담이 전부였고, 저는 주로 ‘들어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어쨌거나 저한텐 남는 장사였습니다.


친구들의 고민을 듣다 보면 저 스스로도 생각이 깊어지는 시간이 많았어요. 결국 제 결론은 늘 ‘나나 잘 살자’이긴 하지만, 온라인 자만추도 이제는 자만추의 범위 안에 넣어보기로 했습니다. 현실에서는 평생 얽힐 일 없는 사람들과도 연결될 수 있으니까요. 누군가의 생각과 삶의 이야기를 듣는 건 또 다른 위로와 위안이 되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열심히 사는 사람’에게 유독 감동받는 편인데, 오마르님이 4시간 동안 유연하게 라이브를 하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위험한 순간도 있을 테고, 논란에 휘말리기 쉬운 구조인데도 자기 소신대로 방송하는 모습을 보면 멋있다고 느껴요.


오마르의 삶 콘텐츠나 라이브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불편한 것들’을 소신 있게 이야기해 주기 때문에 보는 사람이 속 시원하고 크게 공감하게 됩니다. 하는 말이 터무니없었다면 당연히 보지 않겠죠. 하지만 평일 평균 900명대 시청자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만 봐도 많은 공감을 얻는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는 오마르님의 첫 번째 책으로 2018년에 나왔으니 그 이전에 썼던 글들이겠죠. 2025년의 오마르님이 보면, 맞는 부분도 있고 달라진 부분도 있고, 생각이 변했을 부분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오래 블로그를 했기 때문에 과거 글을 가끔 보면 ‘그때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싶거든요.


오마르님은 이전에 래퍼 활동을 하셨잖아요. 래퍼는 본인의 가사를 직접 쓰는 아티스트라 글쓰기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모든 이야기가 창작의 소스가 되기 마련이라, 지금은 래퍼 활동을 하지 않지만 창작의 행위 자체는 글쓰기에서 유튜브로 자연스럽게 옮겨간 것이겠죠. 요즘 작가님들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하면 새 책이 잘 안 나오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워낙 말을 ‘그 자리에서 다 풀어내다 보니’ 모았다가 쓸 내용이 없어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유튜브에 올리는 모든 콘텐츠가 또 하나의 창작 활동이고, 그 연속성 위에서 지금의 모습이 만들어지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잘 읽히는 책들을 보면, 유시민 작가님의 말처럼 너무 뻔한 말을 해주는 책은 흥미가 없고 잘 읽히지 않더라고요. 뼈 때리는 촌철살인 같은 불편한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거나, 날카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책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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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이정윤

사진.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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