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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작 Mar 05. 2024

파묘, 반일영화가 아니다

파묘 후기, 감독의 진짜 속뜻

지난 달 일요일(2월 24일), 파묘를 봤다.

(글을 쓴 뒤 저장만 해두고 발행을 못함;;)


일각에서는 반일영화다, 일제 침략을 비판하는 영화다 라고 하던데 개인적으로는 다른 시각에서 봤다.


파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미국에 사는 미국계 한국인 대부호가 귀신 들려 유능한 무당 화림을 찾는다. 화림은 단번에 묫바람인 것을 알고 지관인 김상덕을 찾아가 협업을 의뢰한다. 상덕과 장의사 영근, 화림과 그의 제자 봉길은 의뢰인과 함께 조상의 묘가 묻힌 곳을 찾는데 상덕은 묫자리를 보자마자 의뢰를 거절한다.


"전부 잘 알 거야. 묘 하나 잘못 건들이면 어떻게 되는지."


영화를 조금 관심 있게 본 사람이라면 등장인물의 이름이 독립운동가 이름과 같다는 것쯤을 알 것이다. 그래서 더욱 항일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


왜 그런 주장이 나왔는지 영화 속 이름대로 캐릭터와 역사 속 인물을 비교해 보았다.


김상덕

영화: 국내 내놓으라 하는 지관, 풍수지리에 능한 풍수사다. 돈 꽤나 있는 집안, 가풍을 중시하는 집안의 선조들 묫자리를 소개하고 파는 사람이다. 노년에 은퇴를 앞두고 딸 결혼에 근심이 많았지만 앞서 화림의 제안으로 큰돈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역사: 일본과 중국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로 1891년 생이다. 일본에서 조선청년독립단을 결성해 활동하다가 상하이로 망명했으며 이후 북으로 넘어가 1942년에는 조선민족혁명당의 임시정부 참여로 임시의정원 의원으로 선임되었다.


고영근

영화: 김상덕과 함께 콤비처럼 활동하는 장의사. 대통령 염한 이력이 있을 정도로 능력 있으며 극중에서 개신교로 나온다.


역사: 대한제국 출신으로 1853년 생이다. 명성황후의 친정 조카이자 정치인인 민영익의 시중꾼이었다. 이후 독립협회와 만인공동회에서 활동하였으나 일본으로 망명하였다. 그러다 명성황후 시해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주동자인 우범선을 살해한다. 고종 승하 후 홍릉을 지키는 능참봉이 되었다.


이화림

영화: 젊은 나이에 능력과 실력을 겸비한 무당. 이 영화의 핵심 인물이다. 법사인 봉길과 친남매처럼 활동한다.

역사: 평양 출신, 1906년 생으로 14살에 처음 3.1운동을 했으며 22세 한인애국단에 들어가 윤봉길을 만난다.


윤봉길

영화: 법사이자 화림과는 사제 관계다. 과거 신병을 알았으며 온몸에 태을보신경을 문신했다.


역사: 1908년 생으로 3.1운동 후 식민지 노예 운동을 거부, 1930년 본격으로 독립 운동에 뛰어 든다. 흥커우공원에서 투탄하며 항일에 앞장섰다.


인물 소개는 이쯤에서 하고 영화의 핵심 주제이자 이 영화의 플롯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사가 있다.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전 세계 유일한 분단 국가인 한반도를 일컫는다. 호랑이를 상징하는 한반도 지도 가운데 38선이 있으며, 영화 속에서 봉길이 주문처럼 외는 숫자가 바로 호랑이 허리 가운데 지점인 위도와 경도를 가리키는 숫자이다. 그리고 그 지점에 험한 것이 박혀 있다.


영화 표면적인 내용만 봤을 때 감독은 독립운동가 중 자신의 페르소나가 되어 줄 네 명의 인물을 극 중 인물에 녹여냈고, 일제가 끝난 지금까지도 험한 것 또는 여우로 비유되는 그 나라에 끝까지 저항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극인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영화는 한반도 분단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미국과 소련은 일본으로부터 한반도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남과 북을 반으로 가르고 미국은 우익, 소련은 좌익을 지지했다. 북에서는 일본을 몰아냈으나 남한은 여전히 일제 청산을 하지 못한 채 미국 비호를 받으며 일본 통치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니 그 험한 것이 여전히 우리나라 땅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봤을 때 여우는 역사적으로 간사했던 일본을 비유한 것으로 보여지기도 하지만 내 생각에는 러시아나 미국을 가리키는 것이기도 하다. 여우의 주 서식지가 아메리카와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내가 눈여겨 것은 험한 것을 빼내는 과정에서 표현된 인물의 모습이었다.


처음 묫자리를 파내고 시신을 화장했을 때만해도 사건이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짜 험한 그것을 발견했을 때 상덕과 화림의 입장이 달라졌다. 처음 사건을 맡았을 때만해도 상덕은 의뢰를 거절했었다. 그런데 두 번째 험한 것을 발견했을 때는 화림이 만류한다.


상덕 기성세대, 화림 요즘 젊은 세대를 상징한다.


기성세대정치적 입장에서 볼 때 일제 청산(처음  파묘는 반대)을 반대하고 통일(두 번째 관은 제거)을 원한다. 그러나 살아온 자세를 보자면 자식의 미래를 위해 힘든 일도, 하기 싫은 일도 어떻게든 낸다.  

요즘 세대를 정치적 입장에서 보자면 일제청산(처음 파묘 원함)은 원하지만 통일(두 번째 관 제거 반대)은 반대한다. 삶에 대한 자세를 보자면 금액 여부로 일을 할지 말지 판단한다.


그런데 두 세대가 자신의 신념과 상관없이 어떤 가치 있는 행동을 해야 할 때 각 세대는 어떻게 행동할까?


바꿔 말하면 그 험한 것, 그러니까 통일 이전에 우리 기성세대는 자식들을 위해 그저 제 한몸 희생하며 땅을 파고 이 땅을 다시 가꿨다. 그리고 그 땅 위에 자본의 맛을 본 젊은 세대가 살아간다. 그러나 통일 앞에서 두 세대는 분명 입장 차이를 보인다. 하지만 결국 미래 세대를 위해 언젠가는 한번 그 험한 것(=삼팔선 제거, 통일)을 반드시 풀고 나아가야 한다. 대업을 이루려면 결국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가 힘을 합쳐야 한다. 험한 것이 없는 땅을 위해서.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가 아닌 앞으로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해서 말이다.


파묘에서 첫 번째 관(일제청산)을 제대로 묻지 못해서 후손들이 괴로웠던 것처럼 미래 세대가 괴롭지 않으려면 진짜 험한 것(38선)을 빼내야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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