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든 [모노그로브]라는 정체성에 형태를 만들어 주기 위해 로고를 디자인했다. 사실 로고 디자인은 경험이 없어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과연 모양이라도 제대로 낼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는데, 놀랍게도 하루 만에 완성해 흥분된(?) 마음으로 후기를 쓰기까지 했다. (바로 그 후기)
'하나'라는 뜻의 모노와 '작은 숲'을 의미하는 그로브가 결합된 만큼 색상도 그린 계열로 정하고, 식물을 연상하는 심볼도 만들었는데 내가 의도한 바가 나름 심플하게 반영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 (뻔뻔스럽게도?)
로고 디자인을 완성한 후, 로고시스템(로고 사용 가이드라인)도 후루룩 작성했는데 겨우 한 장 짜리 페이지더라도 내용이 정리되자 그제야 골격을 갖춘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에 심취해 같은 결의 명함도 만들었다.
이제 앞으로 내가 만든 이 심볼을 외부에 일관되게 노출할 예정인데, 이 로고의 의미대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흔적을 숲이 될 정도로 꾸준히 쌓아나갈 수 있기를.
+ 비핸스(전 세계 디자이너들의 포트폴리오를 공유하는 어도비 플랫폼)에도 첫 프로젝트로 올려봄.
내 역량에 대한 한계를 계속 느끼고 있던 터라 월초엔 다음의 두 가지 프로그램을 등록했다. 하나는 가상의 클라이언트를 설정해 디자인 과정을 실무로 익힐 수 있는 '교육 자료 패키지'고, 다른 하나는 프리워커를 꿈꾸는 이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크리에이터 단단님의 커뮤니티'.
교육 자료 패키지는 신청하기 전, 고민이 많았다. 디자인 실무를 이미 경험했음에도 온라인 강의도 아니고 책자 형태의 자료집으로 디자인을 익히는 게 과연 옳은 판단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구매를 결정한 건 두 가지 이유였다. 개인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분야의 디자인(카드뉴스나, 포스터)이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과 자료가 구체적으로 주어지는 가상의 클라이언트 작업을 경험해보고 싶다는 것.
중순 즈음 실물 패키지를 받고 내용을 조금씩 익히고 있는데 생각보다 기초 수준의 내용이긴 하나 학습 방식은 나와 꽤 맞는다는 걸 느끼고 있다. 일단 영상보다 글로 디자인 이론과 노하우를 설명하는 점이 그러했고, (비전공자로서 이론 학습은 늘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므로), 직접 예습한 내용을 적어둘 수 있게 책자에 빈 공백이 많도록 구성한 점 또한 마음에 든다. 욕심부리지 말고 일단 5권의 책자를 한번 정독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 이것만큼은 꼭 지켜보자.
단단님의 프로그램은 월초에 신청했지만, 고민 끝에 철회를 결정했다. 나처럼 프리워커라는 세계로 진입하고 싶은 사람들과 콘텐츠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신청서를 두 번이나 보낼 정도로(첫 번째 내용이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열의 있게 신청했는데, 현실적으로 지금은 디자인 공부와 영업에 더 몰두해야겠다는 뒤늦은 자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고객을 수주하고 막상 디자인을 진행해 보니 긴장한 탓인지 다른 활동에 집중할 수 없었다. 개인 블로그 포스팅이나 독서, 심지어 산책까지도 자연스레 디자인 마감 이후로 일정을 미루고 있었다. 불규칙한 외부 일감을 소화할 요령이 아직 없는 탓일 거다. 그래서 일단 일정하지 않은 스케줄을 스스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을 때 외부 커뮤니티를 재고해 볼 생각이다.
11월은 처음으로 회사 없이 홀로 디자인 일감을 받은 첫 번째 달이었다. 게다가 초심자의 행운이 따라줬는지 하루에 두 명의 고객을 동시에 얻기도 했다. 사업자 계좌에 입금 알림이 온 순간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도파민이 팡팡 솟구치던 바로 그날.
의뢰받은 두 건의 디자인 모두 일정이 촉박했는데도 첫 고객님을 모셨다는 흥분으로 힘든 것도 몰랐다. 그래서 작업하는 내내 알아서 야근하며 디자인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그뿐인가. 소중한 첫 고객님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최선을 다했을 뿐인데, 두 고객 모두에게 황홀한 피드백까지 받았다. 특히 학교 리플릿 디자인을 맡겨주신 고객님은 계속 거래하고 싶다며 개인 번호까지 물어보셨다.....(바로 그 눈물의 후기)
이런 과분한 코멘트를 받을 때면 어쩐지 감격스러움만큼이나 민망함도 크다. 아마 내 디자인이 아직 프로의 세계에 진입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더 광적으로 기록하려 애쓰게 된다. 그 머쓱함을 기억해야 스스로 나아지려 애쓸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 칭찬뿐 아니라 쓴소리까지도 꼼꼼히 보관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