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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십일월 Feb 07. 2020

#4. 대학교직원을 하고 싶다면

정답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타대학 채용공고를 구경하다, '토익 990점 이상 필수'라는 문구를 보았다.

  

  아니, 

  토익에 990점 이상의 점수가 있었나?

  그니깐, 토익 만점만 지원하라는 거잖아? 


  설령 신이 숨겨놓았다고 하는 이 직업을 찾는다 해도

  이건 뭐 찾은 보람도 없이 지원조차 못하겠고만  


  




  아무리 생각해도, 대학에서 하는 업무가 최고 대학 출신의 토익 만점자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느껴지지 않는다. 공부머리와 일머리는 다르다는 우스갯소리를 굳이 끌어다 쓰지 않는다고 해도, 정말 그 정도의 스펙은 필요하지 않다.


  아무리 외국인 학생이 많아졌다 해도, 대학의 모든 부서가 영어를 자주 쓰는 건 아니다.

  나 역시, 대학에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영어를 한마디도....단 한마디도... 해본적이 없다. 

  정 외국어가 필요한 부서에서는 해당 분야 전문인력을 맞춤 채용하면 된다.


  '당신이 언젠가 우리 대학에 와서 정말 어쩌다 단 한마디라도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드러내야하는 순간이 올 지도 모르니 일단 높은 영어 성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답니다.' 뭐 이런건가 


    



 

   대학교직원이라는 직업을 언급할 때 '신의 직장' 혹은 '신이 숨겨놓은 직장'이라는 표현을 왕왕 쓰는 듯 하다. 

  소위 잘나가는 대학을 나온 토익 고득점자가 일을 해보니 신이 숨겨놓은 직장인것 마냥 꿀맛 같아서 나온 소리가 아닌가 싶다.


   [그림출처 :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8/14/2019081403234.html]



  물론, 꿀맛 같던 시절이 있긴 했다.


  그 시절의 배경은 두 가지에서 기인한 듯 한데 


  때려치지 않고 버티기만 하면 월급이 오르는 호봉제가 그 첫번째이다. 지금의 대학은 그 버티기의 강도가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세진 부분이 있으니 꿀맛은 아니라고 하겠다.


  두번째는 굳이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매년 바글바글 들어왔던 신입생들, 그리고 이를 받쳐주는 우리나라의 높은 대학 진학률이 되겠다.  






  연봉제를 도입한 대학도 점차 늘어가고,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구성원 모두가 노력하여 신입생을 모셔와야하는 처지가 되었음에도 나에겐 아직 꽤 괜찮은 직업이라고 느껴지는 대학교직원이 하고 싶다면! 



첫번째 : Specialist 보다는 Generalist  

 

  이곳은 유난히 1년이 빨리 지나가는데, 그것은 학기제(3학기 및 4학기까지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로 운영되는 대학 특성상 학기별 고유 업무들이 루틴하게 돌아가는 탓이다. 

  대학의 체질 개선이라는 명분 하에 대학구조개혁을 위한 경쟁이 심해지며 루틴하지 않은 업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긴 하나 학기제에 따른 큰 틀에서의 운영방식은 변함이 없다. 

  즉, 하던대로 하는 업무들이 많다.


  외국 유학생들을 주로 상대해야 하는 부서 등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부서에서는 그에 맞는 인재를 별도로 채용하면 되는데,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큰 국제교류 부서를 제외한 특수목적사업 담당부서의 지속성은 그리 길지 않은 경우가 많아 대부분 채용 유형이 계약직인 경우가 많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마다 정직원을 채용할때 대개는 일반 기업들의 채용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년 내지 5년 정도 일하면 때에 맞춰 부서 순환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부서에서도, 저 부서에서도 맡은 업무들을 적당히 해낼 수 있는 인재를 원한다.   


  뭐라고 하는게 좀 더 쉬운 표현일 지 모르겠으나,


  본인이 A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자격증이 많다해도, 대학에서는 A 분야에 대한 적당한 지식까지도 금방 흡수해 일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이 보이는 꽤 높은 스펙의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학생들에게는 도전하고 혁신하라고 하면서, 정작 인재를 가장 보수적으로 채용하는 곳이 대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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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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