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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희 Dec 24. 2021

잔인한 30대의 방황



나는 하고 싶은 게 너무 확실해서 그 길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없다. 물론 그 안에서 무언가를 표현해 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들은 해왔지만 진로 그 자체에 대한 고민은 해본 적이 없었다. 고등학교 때 하고 싶었던 일이 나는 지금도 하고 싶다. 전시를 하고 난 뒤 그 허함을, 결국 작업으로 돈 버는 일이 쉽지 않음을 알았지만 나는 여전히 작업하는 일이 하고 싶다. 이런 내가 30대가 되어 심하게 방황을 했다.


첫 개인전을 마치고 그 후유증이 었을까? 아니면 인생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그때쯤 깨달았을까? 결국 내가 아무 쓸모없다는 생각을 그때쯤 자주 했던 것 같다. 개인전은 아직 전시를 하지 않은 작가들에게 로망이다. 단체전만 하던 나에게 온전히 내 작업들로만 이루어진 개인전은 정말 꿈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개인전이 끝나고 약간의 허무감이 밀려왔다. 경력사항 제일 첫 번째 줄에 개인전 한 줄이 들어가 있는데 그 후론 뭐가 없다. 그리고 여전히 작업이 뭔지 몰라 방황을 했다. 내가 하는 예술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삶에 어떤 쓸모가 있는지. 나는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등등.


스스로는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뚜렷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계속해서 주변에 말하고 다녀야 했다. 그 일을 하면 안 되는지에 대한 말들이 너무 많아서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를 얘기하다 스스로도 가끔은 잊어버리고 만다. 누구를 위해 나는 이 짓을 다시 하고 싶어 하는 건가.


예술대학에서 혹은 예술하는 이들에게 경제에 대한 공부는 너무나도 필수인데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똑똑한 몇몇은 스스로 깨우치고 공부하겠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고 그 대가는 컸다. 나는 돈을 벌기 위해 작업실 공간을 가게의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돈을 벌려고 할수록 점점 작업과 멀어지는 현상이 괴로웠고 그 순간을 버티지 못했다. 스스로 쓸모없다 생각했고 순간 이렇게 의미 없이 살아서 뭐하나 하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그냥 의미 없이도 사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조금은 안다. 사는데 사실 큰 의미는 없다는 것을. 어떤 강의를 보는데 인생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했다. 그 말이 마음에 와닿았다. 그래 지금 그냥 하고 싶은 것을 매일 하면서 살자. 너무 인생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말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매일을 그리고 쓰며 지내고 있다.    


내 방황의 대가는 컸다. 나는 나 스스로를 지웠고 지운 자리에 아이돌을 두었다. 그리고 그 아이돌을 위해 돈을 쓰고 시간을 썼다.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으며 내가 만들어낸 창작물의 결과라는 착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모두 내 것이 아니었고 그곳에 나는 없었다. 그리고 긴 방황 끝에 다시 이 자리로 돌아왔다. 다행인 건 그 전과는 내 작업을 내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진 것. 쉽게 지치지 않을 자신이 생겼고 스스로를 쉽게 놓지 않을 거라는 것. 작업을 하지 말아야 할 수많은 이유가 있지만 나에게는 작업을 해야 할 단 한 가지 이유가 있다. 그래서 나는 계속 마지막까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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