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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나팍 Sep 02. 2023

출산 준비, 10만 원으로 해결한 이야기

출산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을 깨 보자

OECD 최저 출산율, 0.78명.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고 씁쓸한 마음이 든다. 15년 전에도 최저 출산율이라며 시끄러웠는데 개선은커녕 매년 역행하며 신기록을 경신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는 국가가 소멸할지도 모를 위기에 봉착했다.


아이를 키우며 주변을 둘러보다 놀라운 사실을 알았다.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출산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 점이었다. 양육비에 대한 '돈' 걱정이 출산으로 나아가려는 누군가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쓴다. '돈'에 대한 걱정 없이 출산한 사람이 여기 있고, 돈과 양육의 질은 절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며, 절약하면서도 신체, 인성, 지성 골고루 발달하는 아이로 키워내는 꿀팁도 담아내고 싶다.


나는 출산을 준비하며 돈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돈을 쓸 계획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아이가 태어나면 평균 양육비가 얼마나 드나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가정마다 천차만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난감을 1개 사는 가정과 여러 개를 원하는 만큼 사는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육아용품과 교육용품, 생활용품 등 아이템은 사려고 들면 끝도 없기 때문에 unlimited로 돈을 쓸 수 있다. 마치 몇 년째 캠핑하는 사람도 매달 캠핑용품 살 게 생겨나는 것처럼, 육아용품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지갑을 얼마까지 열고 닫느냐는 개인별로 다르다. 다만 대부분이 지갑을 활짝 열기 때문에 다 같이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한다.


내가 출산 전에 쓴 비용은 10만 원가량이며, 2년간 장난감비에 10만 원을 썼고, 2년간 의류비엔 0원을 지출했다. 여기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양육의 질은 엄마 컨디션의 질과 매우 밀접하게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우는 똑같은 상황에서도 엄마 컨디션이 좋으면 받아주고, 엄마가 힘들거나 짜증 나는 상황이면 모든 게 힘들게 느껴지면서 아이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 가족 구성원들이 아이가 아닌 엄마에게 잘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매우 일리가 있다. 엄마의 온전한 정신, 온전한 체력이 아이의 발달과 안정적인 양육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런 의미로 시작한 행동들이 결과적으로 육아비 절약으로 이어졌다.


나의 양육 철학은 이렇다.


1.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육아를 한다

2. 물품을 비워낸 자리에 엄마의 사랑으로 채운다.

3. 엄마가 편하고 행복한 육아를 한다. 엄마 마음이 편안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4. 아이가 살아갈 미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육아하며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일회용품을 쓰지 않는다.

5. 아는 만큼 덜 힘들기 때문에, 육아서를 많이 읽으며 공부한다.

6. 책육아를 한다.

7. 모유수유를 한다.

8. 미디어 노출이 없는 육아를 한다. 최소 3년.


육아용품은 사려고 들면 살게 너무 많다. 게다가 아무거나 살 수도 없다. 아이가 쓰는 물건이니 품질과 성능을 비교하며 검색을 하게 되고, 브랜드를 고르고, 가격 비교까지 하게 되면 쇼핑에 할애하게 되는 시간이 엄청 많아진다. 그래서 시간이 없는 엄마들이 보통 하루종일 육아하고 아이가 잠든 밤을 활용해 쇼핑을 한다. 그러면 늦게 자서 잠이 부족해지며, 다음날 피곤하니 예민해지고 아이를 온전히 받아주기 힘들게 된다. 이런 패턴이 반복되면 육아가 힘들고 짜증이 나게 된다.


나는 이런 패턴을 끊기 위해서 쇼핑을 끊었다. 성향상, 아기용 주방세제 하나를 고르는데 1주일이 걸렸기 때문에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꼭 필요한 생필품(먹고, 자고, 싸는)을 제외하고는 구비하지 않았다. 물려받는 용품들은 감사히 쓰고, 없으면 굳이 사려고 들지 않았다. 돈을 쓰기 위한 일련의 시간에 에너지가 나면, 육아서를 읽었고 재테크 공부를 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육아에 돈을 별로 들이지 않는 방법이 결국 아이에게 좋다는 확신을 얻게 되었다.


몇 년간 실천을 해 보니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었다. 미니멀 육아를 하면서 비용은 절약되고, 환경은 지키고, 엄마는 편안하며, 양육의 본질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는 밝고 건강하게, 안정된 정서와 인지발달을 보여주었다.


내가 '육아비 지출'과 관련해 어떤 용품을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대처했는지 하나씩 풀어내려고 한다. 그에 앞서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자세는 '엄마의 굳건한 마음 자세'다. 먼저 양육 철학을 세울 필요가 있다. 어떤 태도로 육아를 할 것이며, 어떤 아이로 키워내고 싶은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할 것인지 등을 정립한다. 그리고 이 소신에 따라서 행동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유독 비교심리가 강하다. 자라온 환경부터 우리는 '남보다 잘 살기'를 목표로 달리는 경주마 같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서, 남들이 1,200만 원 벌 때 1,000만 원 받는 것과 남들은 600만 원 벌 때 혼자 800만 원을 받는 것 중 선택하라고 했는데 대다수가 후자를 선택했다고 한다. 급여의 절댓값은 1,000만 원이 높지만 남들보다 많이 버는 것에서 더 만족감을 느끼는 심리가 잘 드러난다.


이처럼 남보다 뒤처지기 싫은 마음이 육아를 할 때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더 강화될 수도 있다. 자신에게 쓰는 돈은 아까울 수 있어도, 자식에게만큼은 아낌없이 투자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심리로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수많은 육아용품을 사게 된다. 물론 엄마의 양육에 도움 되는 편하고 비싼 용품들도 많고 적절히 활용하면 도움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남들 다 사는 아이 옷, 장난감, 고급 유모차, 고급 카시트 등을 살 때 한 번 생각해 보자. 신생아가 그렇게 비싼 물품으로 사달라고 졸라서 산 것인지 말이다. 부모 생각으로 부모가 판단해서 사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남들처럼' 좋은 용품들을 다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건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아이에게 정작 중요한 것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부모의 사랑이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 상호작용이면 충분하다. 물려받은 옷을 입혀도 부끄럽지 않았다. 만일 내 아이가 성장해서 물질이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는 걸로 생각하게 된다면, 그건 자존감과 연결되는 부분이다. 내 양육에서 '자존감'을 키워내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어릴 때 돈 들여 풍요를 줄 게 아니라, 자존감과 회복탄력성을 키워내는 데 집중하고자 했다.


그래서 일단 비용을 절약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나의 소신을 세우고 남들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자세부터 단단히 할 필요가 있다. 이게 어렵다면 지나영 교수의 '본질육아' 강의나 책을 추천한다. 정말 중요한 가르침을 알려 준다.



*만일 물질적 풍요가 양육 가치관이라면 그 또한 존중한다. 각자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



-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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