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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achK Nov 02. 2020

복서와 라이프 스타일

무함마드 알리와 마이크 타이슨을 보며

"나는 승리를 생각하며 링 위에 올라가지 않는다. 단지, 누군가를 죽여버리기 위해 올라간다."





 홍수환 씨의 말로 기억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입니다.


 여러 종목에서 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명언을 제조했으며 권투 선수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근육덩어리 싸움꾼 이미지 때문에 명언과 거리가 멀 듯하지만 외려 권투 선수들이 남긴 촌철살인 같은 명언들이 많습니다. 명언 제조기로 유명한 복서, 20세기의 위대한 무인 무하마드 알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곰팡이 핀 빵에서 페니실린은 나온다. 당신도 꼭 무언가를 해낼 수 있다."


-무하마드 알리-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라.'는, 알리의 가장 유명한 말보다 더 인생을 관통하는 무언가가 있는 말입니다. 미국 켄터키 주州에서 가난한 흑인으로 태어나 고등교육과는 별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말문이 막히도록 멋드러진 비유입니다.


 무하마드 알리는 고등교육을 받지 않았을 뿐 권투 스타일부터 스마트한 아웃복서로서, 그의 인생 역정 전체를 돌아보면 여러 시련들을 놀라운 재기才氣로 극복한 적이 많습니다. 즉, 저런 명언들이 놀라운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고 또 한 명, 가난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가정에서 성장한 무하마드 알리와는 다르게 13살이 되기도 전에 경찰에 38번이나 체포된 진기록을 남길 정도로 정상적인 성장과는 인연이 없었던 사람, 마이크 타이슨도 나름대로 명언을 남깁니다. 촌각의 시간에 불과 몇 센티 되지 않는 거리에서 끊임없이 살의殺意를 주고받는 스포츠에 몸 담은 선수들에게는 찰나의 깨달음 같은 게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이 있다. 아가리에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




 앞서 이야기했던 알리의 말, '곰팡이 속에서도 페니실린이 나온다.'는 말이 어떤 역경에도 희망을 버리지 말라는 메세지를 갖고 있다면 마이크 타이슨의 말은 '까불면 맞는다.'는 단순한 메세지를 던집니다. 희망을 잃지 말라는 알리의 말 못지 않게, 타이슨의 까불다 맞는 수가 있다는 말 또한 조야하지만,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한 교훈입니다.




 묘한 것은 이 두 복서의 말이 순서를 바꿔도 뜻이 통한다는 겁니다. 알리의 말이 먼저 오고 타이슨의 말이 나중에 온다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까불다가 언젠가는 얻어터진다는 경고가 되고, 반대로 타이슨의 말이 먼저 오고 알리의 말이 나중에 오면 얻어터지더라도 끝끝내 도전하면 결실을 맺을 거라는 희망의 메세지가 됩니다.




 두 사람의 권투 스타일 차이에서 메세지의 차이가 생겼을까요. 무하마드 알리는 '알리 스텝'이라고 불리,는 빠른 발에 노 가드로도 상대의 주먹을 피할 수 있는 잰 눈과 위빙으로 상대의 약점을 노리는 복서였습니다. 조지 포먼에게 가드 위로 맞아도 몸이 붕 뜰 정도의 강펀치를 맞아도, 라운드를 거듭하며 기회를 노리다가 단 한 번의 기회에 몇 대의 강펀치로 역전을 해내는 스마트한 아웃복서였습니다.


 한편 마이크 타이슨은 179센티라는, 헤비급 복서로는 매우 작은 신장으로도 펀치력과 맷집을 바탕으로 가장 안쪽까지 파고들어 자신보다 머리 하나씩 큰 상대를 두들겨 분쇄하는, 약관 스무 살에 데뷔 후 19연속 KO승이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는 강펀치의 인파이터였습니다. 두 선수의 스타일 차이만큼이나 '희망을 잃지 마라.'와 '까불다 뒈진다.'는 메세지의 차이는 명확합니다.




 재미있게도 두 사람의 삶 또한 두 사람의 말을 따라갑니다. 무하마드 알리는 선수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베트남 전戰 참전에 거부하는 소신 발언을 했다가 5년 동안이나 선수로 뛰지 못했지만 권투 선수로선 환갑을 넘겼을 나이인 32살에 조지 포먼과의 매치에서 승리하여 다시 챔피언 벨트를 획득하기도 하고, 은퇴 후 펀치드렁커(punch drunk) 증상으로 언어 능력이 어눌해져 고생했지만 죽기 직전에 나온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의 무슬림 비하 발언에 '나도 무슬림이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하며 인종차별에 정면으로 맞섰습니다. 그리하여 사망 후에도 단순히 대단한 커리어를 가진 권투 선수에 머무는 정도를 넘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무인이었다는 영광스러운 평을 듣습니다.



 반면 마이크 타이슨은 천고에 다시 없을 복서의 재능 덩어리라 평가를 받으며 데뷔하자마자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전성기를 보내지만 그의 전성기는 약 3년여 만에 끝났습니다. 코치라기보단 차라리 '아버지'라고 부르는 편이 옳았을 명코치 커스 다마토의 사망 후 방탕하게 인생을 보내다 무명의 복서에게 충격의 KO패를 당하고, 끝내는 꽃뱀에게 걸려들어 파산하여 옥살이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자기 말대로 '까불다 뒈진' 사람은 마이크 타이슨이었던 셈입니다.





 삶에 있어서는 둘 다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알리가 옳다, 혹은 타이슨이 옳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둘의 말이 엎치락뒤치락 반복되는 것이 삶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는 시기가 있고, 승승장구하며 자신감을 얻다가 세상이 날린 강펀치에 한 대 맞고 겸손함을 배우고, 그러다가 다시 도전하고, 또 겸손해지는 게 반복되는 것이 아닐지...... 한 해가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 턱주가리에 정통으로 한 대 꽂히더라도 그걸 통해 겸손을 배우고, 그렇지만 또 나중에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도전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까불다 뒈지더라도 끝내 도전하고, 불굴의 정신으로 도전하면서도 언제든 얻어터질 수 있다는 겸손함을 잊지 않는 삶을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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