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배 Zoe Oct 10. 2023

행운을 빌어!

23-03-04


일본 친구들과 약속이 있어 호바트 시내로 나왔다. 분명 처음 여기 왔을 때의 낯선 기분이 아직 생생한데 이제 곧 떠날 때가 다가온다. 금세 적응이 돼버렸는지 떠난다고 생각하니 이곳이 벌써 그리워지고 만다.



호바트 도심에는 몇 번 와봤지만 처음 본 거리다. 나나미가 쿠팡이츠 같은 배달 알바를 하며 알게 된 베이글집에서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나는 필터커피인 배치브루와 함께 딜 어니언 베이글을 골랐다. 딜 어니언 베이글에선 내가 콜스에서 자주 사 먹는 크림치즈만큼 깊은 맛이 느껴지진 않았다.


카페에 앉아서 일본친구들과 꽤 오랜 시간 동안 얘기를 나눴다. 우리의 앞날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친구들은 지금 거창한 계획이 있다기 보단 미래의 행선지 정도만 정해둔 상태다.


나는 나의 원대한 계획들을 다 풀어놓고 말았다. 친구들에게 "나는 꿈이 없는 사람이었다" 는 말을 하면서 그 꿈을 찾게 된 이야기를 설명했다. 나는 그 실마리가 책에서 부터 왔다고 믿는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오지랖을 부렸다. 만약 나중에 지내다가 너무 지치는 순간이 오면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으니. 


내가 책에게서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친구들이 비슷한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책으로 인생이 바뀐 사람들, 그리고 어떤 책에서 본 감명 깊었던 이야기도 했다. 베니카는 도쿄의 미용실에서 일을 하다 호주로 떠나왔다. 그 시절 힘들었을 때 카페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나와 베니카 이야기를 듣더니 나나미는 책이 읽고 싶어 졌다고 한다.


지금 당장 나나미가 책을 읽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는다. 다만, 어느 힘든 순간에 이 말이 기억나길 바란다. 무너졌을 때 일으키는 힘이 책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고.


오늘은 내가 떠나기 전 마지막 살라망카 마켓을 구경하는 날이 될 듯하다. 일본 친구들은 돈을 열심히 모으는 중이라 돈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베니카는 유럽 여행을 위한 자금을 모으고 있고, 나나미는 일본에 가서 지낼 생활비가 필요하다.



내가 맛본 버섯튀김의 맛을 친구들에게도 꼭 알려주고 싶어서 과일이 들어간 도넛과 버섯튀김을 사서 나눠먹었다. 그리고 쭉 들어선 마켓에서 소소한 잡동사니를 기웃거리며 구경하기도 하고, 베니카와 나나미가 전에 있던 농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만나기도 하며 우린 다음을 알 수 없는 행아웃을 했다.



서로의 행운을 빌고 집에 돌아 가려다 "우리 사진 찍자" 며 공원을 잠깐 들렀다. 나도 아주 많이 꾸미고 다니는 편은 아니지만 나는 이 친구들의 수수함이 자주 부러웠다. 물론 이 친구들도 같은 아시안인 덕에 하얀 피부가 더 보기 좋다고 말한다. 바다에서 놀다가 거뭇해진 피부가 어쩐지 속상하다고. 하지만 내 눈에 이 친구들은 정말 아름다웠다.


베니카는 해야 할 일이 있어 집으로 돌아갔고, 나나미는 공원에서 낮잠을 자다 돌아가겠다고 했다. 나는 그 옆에서 꿈을 적었다. 지금으로선 정말 꿈만 같은, 좀처럼 지금은 손에 잡히지 않는 꿈을.


내가 꿈을 적는 이유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이 적었대서? 물론 그것도 있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사랑에게 자주 말했었다. 지금 그 기록들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나는 호주에서 인터뷰를 하고 다니고 싶었다. 마이크를 들고 다니진 않지만 지금 나름 인터뷰 같은 것들을 하고 있다. 그걸로 브런치에 글도 발행하고 있는 중이고 말이다. 나는 그러니 입 밖으로 꺼낸 꿈의 힘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오늘은 마침 책을 읽는데 이런 말이 나온다. 사랑이 스며든 생각은 무적이라고. 내 꿈은 분명 사랑과 연결되어 있다. 사랑을 위해 세상을 사랑하고 다정하겠다. 그 때문에 나는 이 꿈이 무적일 거라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