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28
시드니의 추억들을 다시 되짚었다. 센트럴 역에 도착하자마자 그 기분이 얼마나 이상하던지. 센트럴 역 주변의 진짜목적지는 6Oz Coffee다. 나의 시드니 생활 시작을 함께 했던 곳.
여자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는 속절없이 또 울고 말았다. 처음 응원을 받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워홀을 끝내고 돌아갈 때가 됐다니, 끌어 오르는 마음 덕에 눈물이 줄줄 났다. 진짜 주책바가지가 따로 없다.
브라우니를 서비스로 받아먹고 마음을 달랬다. 그리고 사장님들과 진짜 인사를 나누었다. 사장님 내외분은 호주에 와서 살라는 말을 여전히 하신다.
오늘의 최종 목적지는 본다이 비치에서 쿠지비치까지 이어져있던 Coastal walk다.
본다이로 가고 싶었는데 버스가 쿠지에서 나를 내려줬다. 덕분에 전과는 반대 방향으로 걸어볼 수 있어 좋다. 전에는 홀리데이라서 사람이 가득했는데 오늘은 날도 우중충해서 그런지 사람이 띄엄띄엄 있다. 앉아서 싸 온 도시락을 먹으며 여전히 천천히 헤엄치는 사람들을 평화롭게 바라본다.
사람이 가득했던 해변이 이렇게 한적해진 걸 보니 또 기분이 이상하다. 호주는 확실히 좀 이상하다. 나는 호주에서 사람들이 없으면 재미없다. 풍경이 허전하고 심심하다.
걷는 길에는 무덤들도 있다.
내가 죽으면, 내가 떠난 것을 슬퍼해 줄래요. 우리의 우정이 끝난 것, 우리의 대화가 끝나버렸음을, 우리가 떨어지게 된 것을 슬퍼해 줄래요? 저를 기억해 주세요.
내가 죽으면, 내가 살았었던 걸 기뻐해줄래요. 우리가 만나서, 우리가 얼마나 기뻤었는지 기뻐해줄래요? 저를 기억해 주세요.
이런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무덤을 찾은 이들은 이 헤어짐이 그리 슬프지만은 않지 않을까?
전에는 사람이 가득 차 있어서 앉아볼 수 없던 바위의 틈에 입성했다. 이렇게 영광스러운 순간에 비가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의 의지로 인해 바위 안에 갇혔다.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아이디어들이 샘솟기 시작했다. 갇힌 자리에서 나는 떠오른 생각을 한참 정리했다.
그리고 돌아온 집에서 소피가 “조이야!”하며 집으로 들어온다. 현재의 감각이 기민하게 느껴진다. 이 순간이 가슴을 찌른다. 지금이 어찌나 그리워 미치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