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30.
오늘은 샌디에이고 쇼핑 마무리 날. 나의 슬기로운 감빵생활 동안 누나랑 다녀온 Carlsbad Premium Outlet에 반품할 게 있다며 다시 가기로 했다. 쇼핑하고 반품하고, 반품하러 가서 다시 쇼핑하고, 돌고 도는 세상. 샌디에이고엔 북쪽, 동쪽, 남쪽에 아웃렛이 하나씩 있는데 칼스베드는 북쪽이다. 서쪽은 없다. 태평양이니까.
누나 차로 이동했다. 내가 운전하지 않으면, 알래스카도 갈 수 있지. Carlsbad는 고가부터 중저가 브랜드들까지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우리가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곳은 COLE HAAN이라는 신발 가게였다. 지난 몇 년은 All Birds만 신었고, 원래 발바닥이 까다로운 사람은 아니지만 COLE HAAN 신발들은 착용감이 깡패였다. 50~70% 할인까지 더해져 이 신발 저 신발 보이는 대로 신어봤다. 1인당 신발 1개씩 샀으니, 우리 가족에게 이 정도면 역대급 폭풍 쇼핑이다. 신발도 부피 엄청 차지할 텐데, 가방, 아 몰라.
이후 다시 집 근처로 와서, Baker & olive라는 올리브 오일 가게로 갔다. trader joe's에서 오일에 눈을 뜬 지영이에게 여기도 들러봐야 한다며 누나가 안내했다. 이러다 다음엔 사우디로 오일 여행 떠날라. 매장엔 오일이 거의 와인앤모어 와인 수준이었다. Blackberry, Cinnmmon, Cranberry, Butter, Dark Chocolate, Espresso, Lemon, Garlic, Herb 등 다양한 오일 맛을 직접 시음해 볼 수 있었다. 한 잔씩 다 마셔보면, 온몸이 기름져 물에 둥둥 뜰 듯. 역시 지영이에겐 여기가 신세계였다. 미각과 후각을 최대한 부스터 시켜 놓고 무엇을 살까 홀짝홀짝 맛보고 다녔다. 그냥 참기름이면 되지 않나?
오일 세상에서 미끌미끌 겨우 빠져나와, 지우 지아 반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사러 코스트코에 갔다. 한 곳에서 다 살 수 있는데 몇 군데를 다니는지. 아주 비효율적인 동선이지만 이게 여행의 즐거움 아니겠는가. 길에 뿌리고 다니는 기름값이 얼만데, 그러니 더 싼 거 아닐 걸, 따위의 계산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고 싶다. 여행은 집안 서열 1위가 가자는 대로 따라다니는 것이라고.
오후는 각자 집에서 뒹굴뒹굴이다. 지우 지아는 씨씨와 삐삐와 뒹굴었고 지영이는 회사일을 했고, 난 짬날 때마다 여행 기록을 적었고, 그게 이 글이다. 평화로운 휴식 시간을 보내고 오늘 일정의 소박한 하이라이트, ‘딘타이펑’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일찍 가서 웨이팅 걸어 놓고, 웨스트필드 UTC를 또 구경하고 다녔다. 오늘은 LEGO 매장을 집중적으로 팠다. 지우가 마음에 들어 하는 레고는 다 100불이 넘어가고, 눈높이 낮추면 너무 초등용이고, 결국 레고도 사춘기 아이들은 버린 건가. 상품 라인업도 우리 동네 현대 아웃렛 LEGO 매장이 훨씬 많은 것 같고. 마지막까지 노란색 LEGO 머그컵은 살짝 땡겼으나, 짐 부피 줄여야지. 안 사.
저녁 폭식을 앞둔 사람들이 해서는 안될 짓이지만, 쇼핑몰 벤치에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먹었다. 근데 이 정도 되는 쇼핑몰 청소 좀 깨끗이 합시다. 뭐가 이래 더럽냐. 공익근무요원 몇 명만 풀면 될 것을.
드디어 결전의 장소 ‘딘타이펑’에 입성했다. 메뉴판을 돌려가며 7명이서 신나게 시켰다. 강남에서 맛있으면, 샌디에이고에서도 맛있지. 하나하나 다 훌륭했다. Bill을 달라고 하니, 역시 Frank형이 또 지갑을 잡길래, 이번엔 더 용맹하게 움직였다. 계산서엔 미국에서 본 가장 큰 숫자가 적혀 있었다. 뭐 어때. 이렇게 한 끼 제대로 대접하며 살려고 돈 버는 거지.
배부른 돼지가 되어 다시 누나 집으로. 각자 뒹굴뒹굴 다시 위치로!
7월이 끝나니 여행이 끝나가는 기분, 하… 여기서 계속 감금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