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31.
Thank God, It’s Sunday. 주일이다. Linda Vista에 있는 갈보리 교회로 갔다. 20년 전 누나 손에 이끌려 간 내 생애 첫 번째 교회가 이곳이었다. 그때 차가 없던 나는 누나가 교회 일을 보는 동안 계속 교회에 머물러야 해서, 혼자 교회 구석구석을 참 많이 다녔는데, 20년 동안 변하지 않았네. 우리 아버지도 미국 여행 와서 은영이 누나 손에 이끌려 억지로 교회에 따라갔다가, 처음 예수님을 만난 곳도 이 교회였다. 그래서 아버지도 내가 샌디에이고 간다고 했을 때, 꼭 갈보리 교회를 가보라고 하실 정도로, 우리 가정과 참 인연이 깊은 곳이다. 그곳에 다시 오니, 메리엇 호텔에 다시 간 것만큼 반가웠다. 제가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면, 턱시도 입고 와서 특송 한 번 부르겠습니다.
예배를 드리고 은영이 누나는 조금 늦게 나왔다. 설교 말씀 중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며, 목사님과 이야기를 좀 나누고 나온다고 했다. 와, 누나, 여전히 적극적인 신앙인이네.
다행히 교회에서 점심은 먹지 않았다. Frank 형이 안내한 곳은 브런치 식당 The original Pancake House였다. 식당명에 Original이 붙어 있으니 원조 감자탕, 요런 느낌이겠지. 팬케익, 에그베네틱트, 딸기 크레페를 하나씩 시키고, 여기선 꼭 시켜야 한다는 직접 짠 오렌지주스도 곁들였다. 팬케이크는 German Pancake란 이름이었는데, 진짜 크기가 독일만 했다. 이걸 시럽 듬뿍 뿌려 매일 먹으면 덩치가 샤킬 오닐이 되는 거지.
집으로 돌아와 독일만해진 위장을 좀 쉬게 한 후, 다시 Trader joe’s와 코스트코를 다녀왔다. 요 며칠 너무 자주 다녀와서, 오늘은 뭘 반납하고 뭘 샀는지 기억도 안 난다. 그냥 오고 가는 드라이브만으로도 충분히 휴식이 되었다.
오후엔 바닷가에 가기로 했다. 나름 한 달간 여름 바다와 함께하는 여행인데, 한 번도 바다에 들어가지 않았구나. 가 볼 만한 바닷가를 방실이가 좌표를 찍어줬는데, 샌디에이고 북쪽 Del Mar 지역의 Powerhouse Park & Beach란 곳이었다. 모두 수영복은 입고 갔지만, 바다 뒤처리가 엄두가 안나는 어른들은 물에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지아는 바다로 돌진할 태세고, 지우는 언제나 본인은 바다에 안 들어갈 거라고 수영복도 안 입고 도착해서, 파도에 물싸대기 몇 번 맞고 나면, 자기도 물에 들어가고 싶다고 차 안에서 어렵게 수영복으로 갈아입는 스타일이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수영복 입고 오자니까.
방실이도 아이들을 데리고 먼저 와 있었다. 나도 물에 발을 담가 보니, 여기 아이슬란드야? 너무 차가웠다. “니들 이 날씨에 진짜 들어가?”하는 순간, 아이들은 첨벙첨벙 이미 바다와 하나가 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변온동물들인가. 진짜 안 춥나?
지우와 아영이는 부기 보드 하나씩 들고 제법 멀리 들어갔다. 배꼽 위로 들어가지 말라는 말을 하면 너무 남양주 아저씨 같아 보일까 봐 놔뒀더니 애들 실루엣이 점점 작아지네. 아, 몰라. 드웨인 존슨 같은 life guard들이 뛰어나오겠지. 아영이는 바다 마을 American 답게 수영도 잘하고 부기 보드를 능숙하게 운전했다. 수영 1년 배운 지우도 아영이 조금 못 미치는 곳까지는 함께 따라 들어가서 파도에 몸을 맡겼다. 둘은 서로를 보고 웃고 있었지만 대화는 많지 않았을 듯. 친해지는데 40년씩 걸리는 애들이라. 지아는 발목 수심인 곳에서 혼자 놀았고, 지아에겐 내가 드웨인 존슨이 돼야지. 계속 지아 근처에서 서성거리며 보초를 섰다.
해변에 앉아 있는 동안, 방실이가 가져온 미국 스낵 POPCORNERS를 하나 먹었는데, 어라, 엄청 맛있네. 새우깡을 먹는 기러기처럼 계속 우적우적 씹어댔다. 멈출 수가 없었다. 코스트코에 한 번 더 갈 기회가 있으면 요 놈 몇 봉지 사야겠다.
메리엇 인턴 하며 보내던 시절 친하게 지냈던 현우 형이 생각났다. 여전히 샌디에이고에 계신 것 같던데, 연락처를 어렵게 알아내서 이곳 주소를 찍어서 문자로 보냈더니, 얼마 후 “창우야~!”하며 바로 나타나셨다. 와, 이렇게 만나 진다고? 어찌나 반갑던지. 20년 만의 연락이었지만 한 달음에 달려와준 형도 고맙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봉투를 하나 찔러줘서 더 놀랬다. 그냥 얼굴만 봐도 반가운데. Del Mar와 루이스, 좋은 추억 쌓고 갑니다.
집으로 돌아와, Frank 형이 뒷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주셨다. 그릴 앞의 Frank형은 고든 램지였다. 겉면을 새까맣게 태운 후, 탄 부분을 능숙하게 잘라내고 손질하고 나니, 완벽한 미디엄 스테이크가 되었다. 고기만큼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이 각종 야채와 오늘 산 올리브 오일, 발사믹 소스로 버무린 샐러드 볼. 구리 식당의 쿠팡 이츠에 길들여진 혓바닥들이 제대로 호강했다.
교회 갔다가, 브런치 먹고, 바닷가에 갔다가, 고기 구워 먹고… 샌디에이고 하면 떠올랐던 완벽했던 하루.
다 좋은데, 내일이 8월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