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06.
점점 심하네, 오늘은 4시 반 기상이었다. Grand Canyon을 만나고 LA에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하려면 이런 일정이 나올 수밖에. 2시간을 달려 Lapan Point에서 대자연 워밍업을 한 후, Grand Canyon의 Yavapai Point에 도착했는데, 아직 7시가 안 되었다니.
한 시간 정도 트래킹을 했다. 다람쥐들이 영역 다툼을 하는지 싸우고 있었다. 그러지 마라, 아차산에서 태어나서 초딩들 돌멩이 피하며 도망 다니며 사는 다람쥐들도 있다.
그랜드 캐년, 콜로라도 강이 만든 지구 역사의 흔적, 하도 유명하니 설명을 생략하고, 저 아래 콜로라도 강은 한 번 내려가 보고 싶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생명체 수백 종이 살고 있을 듯. 발 달린 뱀이 날아다닌다던지.
살면서 여길 또 올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지우, 지아는 한 번쯤 더 와보겠지. 아빠 엄마와 2022년 여름에 왔던 것만 기억해라. 마음에 잘 새기고 떠납니다. 이제 LA로 돌아갑시다.
Williams라는 마을의 Love’s Travel Stop에 들러 점심으로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먹었다. 한국에서도 주문하기 어려운 곳인데, 여기서는 8명의 각기 다른 취향을 취합해서 지영이가 주문 중책을 맡았다. 나였으면 메뉴판 사진 가리키며 저거 그대로 8개 달라고 했겠지만, 지영이 덕분에 샌드위치도 취향대로 넣을 것 넣고, 뺄 것 빼고 제대로 먹어보네.
마지막으로 Seligman이란 도시에 들렀다. 미국 동서를 가로지르던 역사적인 Route 66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란다. 큰 도로들의 개발로 Route 66 도로가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서 없애는데, 이 도로에 많은 추억들이 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곳은 옛 모습 그대로 남겨 두었다고 한다. 어느 각도에서 사진을 찍건 레트로 감성이 묻어 나왔다. 이제 나의 플레이리스트에 있는 Nat King Cole 형님의 Route 66를 들으면 이 거리가 생각나겠지.
남은 시간은 차에서 모두 곯아떨어져 긴 침묵이 흘렀고, 6시간 걸려 LA 노르망디 호텔로 돌아왔다. 두 번째 방문이지만 반갑진 않았다. 짐은 잘 보관하고 있었네.
마지막 식사는 LA 북창동 순두부집에서 먹고 싶었는데, 대기줄이 디즈니랜드를 연상시켰다. 대신 호텔 앞 춘천 닭갈비 집에서 만찬을 즐겼다. 보이그룹으로 보이는 친구들이 대기하고 있어서 힐끔힐끔 쳐다봤는데, 중2 여중생 지우가 누군지 모르니 인기 아이돌은 아닌 걸로.
눈물 속에서 마지막 짐을 꾸렸다. 내일 PCR 관문이 남아 있어 100% 돌아가는 기분은 들지 않았지만, 양성이면 또 얼바인이랑 샌디에이고 가지 뭐. 걱정이 1도 안 됐다. 오히려 살짝 기대? 코로나가 들으면 자존심 상할라.
지우는 마지막 날까지도 아빠와 잤다. 비행기에서도 아빠 옆에 앉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