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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창우 Jun 05. 2023

미국 여행 10일차 - Universal Studio

2022.07.21.

여행 전반부의 하이라이트, 유니버셜 스튜디오 day. 


놀이공원 가는 날은 새벽부터 움직여야지. 6시 반에 전원 기상해서 민박집 한식으로 조식을 먹고, 7시 30분엔 출발할 계획이었는데, 눈 뜨니 이미 7시가 지나 있었다. 그래, 계획대로 착착 움직이면 그게 군대지. 아 몰라, 시침, 분침 위치 잠시 잊어버리고 한식이나 먹자. 부엌을 나갔더니, 식탁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메뉴는 베이글 샌드위치였다. 아… 네… 


유니버셜 스튜디오는 20분 거리였다. 조금 오래된 듯한 주차장 건물에 도착하니, 일반 or preferred 중 어디 주차할 건지 묻는다. 일반은 30불, preferred는 50불. Preferred 주차장이 조금 더 가까운 곳이란다. 발레파킹 정도는 해줄지 알았는데. 그래도 오늘은 20불 따위 아끼지 않겠습니다. preferred!


Preferred 표시를 따라가니 프랑켄슈타인이 그려져 있는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선크림으로 백인이 되는 과정을 거친 후 유니버셜 입구로 향했다. 가는 길에 SUV 한 대의 넘버가 OYYYYYYY였다. 저 차 주인 어지간히 얼굴이 긴 가 보다. 아님 한 때 별명이 오이였던 날 위해 유니버셜이 준비한 환영 인사인가.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데 셀카봉은 반입이 안된단다. 이게 왜 안되지? 예전에 누가 셀카봉으로 사람을 때렸나요? 난 그냥 버려 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지영이가 차에 놔두고 오란다. 네네. 안 그래도 2만 보 걸을 날인데, 나 혼자 500보 추가하고 시작하네. OYYYYYY 한 번 더 보고 왔다.


드디어 입장. 이미 아침잠 없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뛰어간 곳은 해리포터 존. 지우와 지아는 마치 와 본 곳인 양, 동서남북 헷갈리지 않고 성큼성큼 잘 걸어갔다. 유니버셜 지도랑 유튜브를 얼마나 많이 본거야. 이 날을 위해 해리포터 영화도 그렇게 많이 봤나 보다. 내가 감정표현에 진심인 사람은 아닌데,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해리포터 덕후가 아닌 나조차 이렇게 놀라게 하다니, 정말 끝내주게 만들어 놨구나.


아이들은 사전조사 시 해리포터 구역에서 가장 타고 싶어 했던 청룡열차 ‘Flight of the Hippogriff’를 향해 뛰어갔다. 다행히 줄이 길진 않았다. 서서히 사막여우들이나 좋아할 더위가 시작되고 있었지만, 대기 중인 사람들에게 중간중간 시원한 물을 뿌려줘서 버틸 만했다. Hippogriff는 기다린 시간에 비해 운행시간이 짧았지만 적당한 스피드와 추락 각도로 우리 아이들이 딱 좋아할 난도의 놀이기구였다. 나이스 스타트.


그다음은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 계획에는 없었지만 줄이 길지 않아서 날름 들어갔다. 헐, 4D로 날아다니는 놀이기구였다. 아빠 엄마는 이제 눈과 뇌 사이 간극이 존재하면 어지러워 토하는 나이라 4D인 줄 알았으면 안 탔을 텐데. 역시 나오자마자 둘 다 어질어질. 조금만 천천히 걷자, 애들아.


다들 이 순간을 기다리며 용돈을 모았었지. 기념품계의 에르메스, 해리포터 지팡이를 사러 갔다. 우와, 등장인물마다 지팡이가 다 달랐구나. 수십 종류의 지팡이들이 간지 나게 펼쳐져 있다. 아이들은 신중히 고른 후, 지우는 해리포터, 지아는 헤르미온느 지팡이를 골랐다. 난 흰머리 말포이 지팡이가 가장 멋있던데. 7불이면 하나 사서 강의할 때 여기저기 휘저으며 마법을 뿌려대겠지만 무려 70불이라. 내가 이다음에 아랍 부호의 친구가 되면 지팡이 1,000개 정도 사서 캠프파이어 땔감으로 쓰리라.


여전히 어질어질한 40대 둘에게 휴식이 필요했다. 근처 식당으로 가서 닭다리, 옥수수, 감자를 브런치로 먹었다. 아이들은 음식을 오물오물 씹어 삼키고는 있었지만 온 신경이 이미 그리핀도르 학생들이 되어 밖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 휴식은 무슨, 나가자.


다음 코스로 ‘마이펫의 이중생활’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밖 대기줄이 짧아서 꼬리를 물고 건물 내로 진입했더니, 실내에서 층층마다 꼬불꼬불, 어이없이 한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등장한 러블리한 탈 것. 5~8세 아이들에게 딱 좋은 놀이기구였지만, 영화를 본 사람들에겐 장면들을 떠올리며 재미있어할 장치들을 잘 만들어 놨다. 그래도 한 시간 기다릴 일은 아니었다. 


다음은 The Simpsons Ride. 여기도 Virtual reality roller coaster였다. 여전히 어지러운데 자꾸 이런 탈 것들이 걸리네. 공간 효율 극대화를 위해서 어쩌겠냐. 이번엔 무작정 당하지는 않고, 중간중간 눈을 지그시 감았다. 이렇게라도 cheating을 하지 않으면, 진짜 유니버셜 길바닥에 오바이트 지짐을 만들지도 몰라. 


전열을 가다듬고 내가 가장 기대하던 Water World로 향했다. 수백 명이 함께 보는 공연이라 대기시간이 길진 않았다. 각 구역별로 응원단장 역할의 바람잡이들이 분위기를 띄워 놓으면, 출연진들이 화려한 제트스키 퍼포먼스로 시작해서 여기저기 불이 나고 다이빙이 이어지더니 클라이맥스엔 경비행기가 날아와 추락까지 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공연이었다. 모두가 젖는 아마존조로존존처럼 앞 줄들은 모두 물에 젖는데, 우린 중간 자리라 기분만 시원했다. 할리우드 스케일, 쩌네. 


여기까지 Upper Lot이었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Lower Lot으로 내려갔다. 롯데월드 실내에서 놀다가 매직아일랜드 나가는 기분이랄까. ‘Jurassic World – The Ride’로 향했다. 아이들이 롯데월드에서 가장 좋아하는 후룸라이드의 할리우드 버전이라, 안올 수 없었다. 더위 피크 시간이었지만, 물을 맞으며 버텼다. 드디어 보트에 도착. 한 번 올라가서 내려오고, 두 번째 더 높게 올라가서 더 깊게 떨어지면 끝이다. 쥐라기 공원답게 중간중간 공룡들과 볼거리들이 많았고 특히 마지막 하강은 압권이었으나, 보트가 커서 안정감이 느껴져서 인지 떨어질 때의 짜릿함은 후룸라이드에 비해 살짝 덜했다. 아이들은 무슨 소리냐며, 이게 훨씬 재밌었다면서 한 번 더 타자고 졸랐다. 


아이들과 협상에 들어갔다. 무더위에 이미 2만 보 이상 걸었고, 대기줄에서 계속 서 있다 보니, 40대 둘은 지칠 대로 지쳤다. 게다가 우리가 구입한 유니버셜 스튜디오 티켓은 1+1일이라, 7일 내에 한 번 더 올 수 있었다. 그래서 이쯤에서 유니버셜 오늘 일정을 마무리하고, 내일 한 번 더 오자고 했다. 내일 오전 일정이 애매했는데, 오늘과 내일을 다 살릴 수 있는 쌍피 스케줄인거지. 아이들이 무슨 소리냐며 펄쩍 뛸 줄 알았는데, 내일 또 온다는 말에, 해리포터만 한 번 더 타고 마무리하자고 했다. Deal~!


저녁은 코리아타운 Hodori 분식집으로 갔다. 아이들은 호돌이를 몰랐다. 하긴 1988년인데. 그나마 호돌이는 전국민적인 인기가 있었지, 2018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를 아는 사람은 진짜 몇 안될 것 같다. 분명 분식 메뉴들을 골랐는데 패밀리 레스토랑 외식 가격이 나왔다. 맛있으면 됐다. 


Universal Studio, 내일 또 봅시다. 
 


아빠 같이 찍자고 안하네.


Harry Porter Zone


Flight of the Hippogriff


음식 보단 쉴 곳이 필요하여 들어간 식당


비싼 작대기들


Jurassic World – The Ride


비행기 튀어나오는 Water World


호돌이 분식에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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