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채영 Aug 14. 2019

데미안 2019

워킹홀리데이 그 후, 다시 돌아온 유럽

Choose life Choose your future


2017년 7월 아일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났습니다.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아프리카 모로코, 덴마크, 스위스, 이탈리아 등  1년 하고 20여 일을 여행했습니다. 2018년 7월 한국으로 돌아왔으며,  2019년 6월, 1년이 채 안 되어 유럽으로 다시 여행을 떠나왔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독일 베를린에 도착했을 때,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한 베를리너 종아리에 있던 타투였습니다. "Choose life, Choose your future." 어쩌면 지금 제 상황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여행에서는 타인이 아닌 졸업을 앞두고 있는 제 마음속에서 하는 말에 온전히 귀를 기울이고 싶었습니다. '채영, 너 지금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어떤 것을 하고 싶은 거야?'  



여행이 길어지면, 내일 뭘 할지가 아닌 당장의 오늘 아침엔 무엇을 먹을지부터 깊게 고민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저는 이 과정을 사랑하나 봅니다. 그러니까, 내일이 아닌 오늘 여기를 사는 이유를 다시 한번 고민하게 되고, 그럼에도 불안함을 반복하면서 말이죠.



친구들은 제게 외국에서 생활하며 여행하는 모습을 보고는 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하지만, 저는 의외로 겁이 많습니다. 아니 알고 보면 모든 사람은 겁이 많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겁이 어디서 어떤 모양으로 나타나는지는 다른 이야기겠지만요. 



지금 있는 곳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입니다. 오늘은 밤에 혼자 바다를 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번 주에는 아시안 여자가 무시무시한 일을 당했다는 것을 실제로는 보지 않았지만 듣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저는 그 겁을 해치고 밤에 바다에 갈 용기가 없었습니다. 저는 '모험'을 하러 와서 큰일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밤에는 절대 나가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그런 저의 모습이 더 겁이 납니다. 어쩌면, 누가 누가 그랬대. 누가 어제는 그랬고, 오늘은 그랬대. 누구는 저 쨌고 어쨌대. 그런 제가 실제로 보지도 못한 이야기들을 제 생각에 가득 메우고, 반복하고 곱씹으며 당화하는 것 같아 말입니다. 조심은 해야겠지만요. 이 모든 위험을 이전 여행에서 겪고서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여행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직도 잘 모르겠으며, 앞으로도 모를 것이며, 그럼에도 저는 다시 똑같은 선택할까요? 온전히 저 스스로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삶을 원하면서도, 그 선택권이 제게 주어진 지금 저는 무엇을 쥐려고 할까요? 머릿속에 떠다니는 말들을 흘려보내는 것도, 결국은 저일 것이며, 어떤 말들을 흘려보낼 건지 선택하는 것도 결국은 저의 몫일 테죠. 



글을 쓰다 보니 깨달은 것은 1년 20여 일의 세계여행에서 제가 가장 사랑했던 것은 '내가 했던 선택을 내가 결정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삶은 저의 것이고, 제가 선택할 때 가장 빛난 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50일 동안 치열하게 제 알을 깨려고, 그 안에 뭐가 있는지 보려고 고민하고 마음을 열었습니다. 꾸준히 쓰고 대화하며 여행했습니다. 과정 자체로 의미 있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떠난 글래스톤베리를 시작으로,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여행하고, 그들의 집에 초대받아 저녁을 먹기도 했고, 초대를 해준 친구네에서 또 다른 세계를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게스트하우스 스텝을 하면서 손님들과 대화하면서도 문득문득 느끼곤 했습니다. 삶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으며, 하고 있으며, 각자의 시간 속에서 각자의 알을 깨기 위에 고군분투하는 우리네 인생이 너무나 사랑스럽다는 것을 말이죠. 



저는 항상 지금 여기를 살자고 말하지만, 먼 훗날의 태도까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번 여행을 통해서 한 번 더 다짐했습니다. 멀리까지 생각하지 말기로. 지금 제 마음이 가는 그 길을 가자고 말이죠. 여행은 항상 제게 존재의 이유를 상기합니다. 많이 정리했습니다. 떠날 때보다 돌아올 때가 더 가벼울 것 같습니다. 짐도, 사람도, 사랑도. 아무래도 소란스러웠던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기 때문인지, 무엇이 중요한지 더 알게 된 것인지. 아쉬움은 존재할지라도. 그 아쉬움은 용기라는 이름으로 변신하여, 또 다른 사람으로, 또 다른 사랑으로 베풀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지금 졸업을 앞두고 새로운 시작을 할 제 친구들은 데미안의 싱클레어와 같은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저를 포함해서요. 결국은 우리 모두 각자의 알을 깨고, 각자의 시간에 초침을 맞추고 잘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 이번 여행이 그렇다고 말해줬거든요.



작가의 이전글 영원히 살 것도 아니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