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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Oct 03. 2019

내가 라디오 DJ가 되다니

내 글을 내가 낭독하기. EBS 오디오 천국 <나도 작가다>에서.

꾸준히 쓰는 일은 어렵습니다. 이번 여행 50여 일 동안, 꾸준히 쓰려고 노력했고 브런치에 '셀-프' 연재를 했습니다. 매일 하면 직업이라고 서귤작가님은 말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저는 여행이, 글 쓰는 것이 직업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저는 지금 대학교 막 학기에 재학 중입니다. 막 학기라는 특권으로 수업은 단 2일을 듣습니다. 18학점을 꽉 채워 듣던 과거의 나에게 칭찬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학생이 직업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제 마인드는 대학생이라는 틀에 맞춰져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무려 막 학기를 기숙사에서 살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의, 식, 주의 범위에서 가장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주'인데, 지금 여기는 4인용 여자 호스텔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숙사 창문 밖으로 학우님들의 웃음소리가 들립니다. 웃음소리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만, 너무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불안하기도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제가 내린 결론은 결론을 내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다는 결론입니다.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ㅡ 너는 유명해지고 싶니?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저는 그 모습에 무척이나 놀랐습니다. 그리고는 왜 유명해지고 싶은지에 관해 되묻기 전에, 내가 왜 유명해지고 싶지 않은지에 관하여 설명했습니다.


ㅡ 나는 유명해지고 싶은데, 유명해지고 싶지 않아. 유명해지면 주변을 못 챙길 거고, 상처 받는 일이 생길 거 같아. 그리고 힘들어지고 피곤해지잖아. 그래서 넌 왜 유명해지고 싶은데?


ㅡ 안 유명해도 힘든데, 난 유명해서 힘들래. 멋지잖아.


라고 친구는 말했습니다. '그래, 멋지네.' 생각했습니다. 요즘 제가 하는 고민은 '유명'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유명하다는 것. 그러니까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것. 저는 유명해질 수 있을까? 가 아닌 유명해지는 것은 당연한 건데, 그것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라며 어쩌면 건방지고 똥꼬 발랄한 고민을 하는 중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이 글은 분명 라디오 DJ가 됐다던 글인데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런 고민들 사이에서 저는 라디오 DJ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2019년 10월입니다만, 라디오 DJ가 된 경험은 8월 말 경이었습니다. 프로그램명은 EBS  오디오 천국의 <나도 작가다>입니다. 브런치 연재 작가님들이 본인의 글을 읽는 방송입니다. 팟캐스트이며, 라디오로도 송출됩니다.




EBS입니다. 일산입니다. 제가 사는 곳은 경기도 부천이라 꽤 멉니다만, 오는 길이 즐겁고 설렜습니다.




뿡뿡이입니다.



방문증입니다. 로비에서 제 이름과 사유를 적고, TV에서만 보던 개찰구 같은 곳에 방문증을 찍고 들어갑니다.

언젠가 방송국 명찰을 목에 걸고 빌딩 숲에서 점심을 먹는 제 모습을 꿈꾼 적이 있었는데요.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라디오국은 6층입니다. 제3 부조에서 진행됐습니다.



마이크입니다.



녹음하는 저입니다. 피디님께서 찍어주셨습니다.



콘셉트 샷입니다. 이미 녹음은 끝난 상태였습니다.ㅎ



방송이 끝나고..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쓴 글.


아마 중학교 1학년 때였을 거다. 다른 친구들보다 조금 더 친하게 지냈던 이성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갓 투투를(22일ㅎ) 넘겨 친구들에게 200원씩 선물 받아 혹은 걷어내(?) 떡볶이를 사 먹었는데, 나의 초등학교 졸업 선물이었던 Yepp(이하 옙) mp4로 이어폰을 하나씩 끼고는 같이 음악을 들었다. 내 플레이리스트를 좋아하던 그는 그 날 내 옙을 빌려갔고, 그것이 내 인생의 최대 흑역사의 날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 당시의 나는 그날의 감정이나 생각나는 것들을 텍스트보다는 내 옙에 음성 메모로 자주 녹음하곤 했는데, 마치 라디오 디제이가 된 것 마냥 나의 일기 혹은 친구들과 했던 이야기를 사연도 소개하고 그랬다. 나만의 비밀 일기장이었다.


그날 이성친구로부터 이게 무엇이냐는 문자를 받았고, 그 뒷일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죽도록 창피함과 내 비밀일기를 들켰다는 마음에 그날의 기억을 지웠다보다. 

10년이 지난 오늘 Ebs에서 라디오 첫 녹음을 했다. 나는 진짜 DJ가 되었고, 내 첫 청취자였던 그가 생각나는 날이다. 연락이 닿는다면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이제야 답을 해주고 싶지만, 고맙고 어딘가에서 잘 살길 바라는 마음뿐이야. 흑역사가 역사가 된 날이다.




이날 녹음을 마치고, 저는 다른 피디님과 미팅을 한 번 더 했습니다. 새로운 코너를 신설하기 위한 만남이었지요. 그리고 10월이 된 오늘 2번의 녹음을 마친 상태입니다. 오늘 3번째 녹음을 하러 가는 날이기도 하고, 저희 코너가 과연 파일럿으로 끝날지 지속 가능한 프로그램이 될지의 여부가 결정되는 날인데요. 이러나저러나 좋은 경험이었고, 분명한 것은 움직이지 않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란 것입니다. 제가 유명에 관한 고민을 하며 맞이하는 기회들을 고민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면, 지금 여기 이 순간에 일어날 일들은 없다고 생각하고요. 아직도 저는 저의 알을 깼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깨는 중이고 언젠가는 분명히 깰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나도 작가다> 코너에서 제글을 제가 낭독하는 경험은 의미가 무척 큽니다.




<나도 작가다>에 방송된 음원을 공유드리면서.

http://www.podbbang.com/ch/1772869?e=23168451


온 마음을 담아 행운을 그대에게.

채영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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