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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ndevoy Sep 23. 2019

기억하며 기록하다

김향화 그리고 신혜선




수원(水原)의 봄


1919년 3월. 수원시 내 한복판에 기생(妓生) 한 무리가 나타난다. 그 발걸음이 멈춘 곳은 일제의 경찰서다. 진주 기생들의 만세운동에 자극을 받아, 일제의 총칼 앞에 선다. 기생들의 행렬 앞에는 악대가 있었는데, 북을 치고 장구를 쳤다. 기생들은 이 뒤를 따라 일제에 저항한다.


조선의 기생들은 평소에도 말했다. "우리는 일본 기생과 다르다", "내 나라를 사랑할 줄 아는 여자다"라고 외치며 일제의 차별을 견뎠다. 기생이라고 손가락질받을지언정, 일제 앞에서는 당당했다. 기생 33명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자 일제는 수원 내 경찰 병력을 총동원해 무력으로 진압한다. 이를 목격한 수원의 학생, 상인 노동자도 동참한다. 1919년 수원의 봄이 그러했다. 





기생(妓生)과 독립운동


하지만 기생들이 펼친 독립운동에 대한 기록은 현재 거의 남아있지 않다. MBC  <기억록>은 질문한다. "당신이 기억하는 독립운동가의 모습이 무엇이냐"라고 반문한다.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나 춤 또는 풍류로 흥을 돋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기생이 아니라, 독립운동가로서 기생의 존재에 대해 묻는다. '김향화'로 대표되는 기생 대신,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여성의 위치와 가치에 대해 꼬집는다.


 MBC <기억록>의 질문은 날카롭다. 우리 독립운동의 어두운 단면을 들추며, 본질을 파고든다. 대충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대표적인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들이 있지만, 오히려 이름 없는 독립운동과 무명의 독립운동가들이 많음을 지적한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들을 재조명하며, 이들의 이름을 적고 그렇게 기억한다.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수많은 사람들. 


그래서일까. 태어난 때는 알지만, 독립운동을 하다가 언제 죽었는지 모르는 김향하의 일대기를 보면 서글픔이 밀려온다.  MBC <기억록>은 그렇게 물어본다. 지금 우리가 무엇을 기록해야 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 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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