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가 소문 만으로도 긴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다이소 가격대가 1만 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짧은 글이 올라왔습니다. 조회 수는 100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 글은 결국 기사화되었죠. 다이소 측은 이를 사실무근이라며 강하게 부인하면서 작은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요. 가격 상한 변경 소식이 이렇게까지 주목받았다는 사실 자체로, 다이소가 18년간 지켜온 최대 5,000원의 균일가 정책에 대한 업계의 높은 관심을 잘 보여줍니다.
만약 다이소가 실제로 가격 상한을 만 원으로 올렸다면, 유통업계는 크게 긴장했을 겁니다. 최근 몇 년간 다이소가 보여준 성장세가 그만큼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한때 저가 생활용품 판매점에 불과했던 다이소는 이제 트렌드를 선도하는 리테일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특히 10대들의 '최애' 놀이터로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제 다이소는 단순히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이 아닌, '구경하러 가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이소의 뛰어난 상품 기획력 덕분이었습니다. 초기에는 가성비 좋은 무명 브랜드의 일상용품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최근에는 트렌디한 상품은 물론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까지 선보이며 큰 화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만 원이라는 가격 상한이 도입되면, 이러한 협업 기회도 늘어나며 더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이죠.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실 겁니다. 왜 브랜드들은 다이소와 협업을 원하는 걸까요? 다이소 입장에서는 좋은 브랜드가 균일가에 맞춰 상품을 입점시키는 것이 당연히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브랜드에게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까다로운 다이소의 가격 정책에 맞추다 보면 마진이 거의 남지 않죠. 게다가 저가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겨 디브랜딩 위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모레퍼시픽이 마몽드를 다이소에 입점시킬 때처럼, 세컨 브랜드로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앞으로는 VT 리들샷처럼 본 브랜드가 직접 다이소에 입점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VT 리들샷은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기존 통념과 달리 본 브랜드 이름 그대로 다이소에 입점했죠. 그 이유는 VT코스메틱 최철호 부사장이 한 유튜브 영상에서 직접 밝힌 바 있습니다. VT 리들샷은 일본에서 성공했지만, 국내 인지도는 낮았기 때문에 다이소 입점을 결정했다고 합니다. 1,500개가 넘는 다이소 매장에서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자연스럽게 노출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었죠.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인지도 상승은 다이소뿐만 아니라 올리브영에서도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다이소는 이제 유통 채널을 넘어 마케팅 채널로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현재 5,000원의 가격 상한은 품질과 디자인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데 있어 제약이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들은 탐이 나더라도 이를 활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이 상한선이 완화된다면 더 많은 브랜드들이 다이소와 협업하기를 원할 것이고, 다이소는 이를 통해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겠죠. 따라서 언젠가는 이 제약이 풀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더욱이 다이소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온라인 확장을 위해서도 가격 상한 인상은 필수적입니다. 작년 말 다이소는 샵다이소와 다이소몰을 통합하고 익일 배송을 도입하는 등 온라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상당한 투자를 해왔는데요. 그 결과 다이소몰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가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효과를 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초저가 균일가 정책은 결국 다이소의 온라인 확장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커머스에서는 주문마다 물류 운영과 배송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낮은 건당 가격은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줍니다. 고객 입장에서도 3만 원 무료 배송 금액을 채우기가 쉽지 않고, 다이소 입장에서도 3만 원 주문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죠. 이런 문제는 결국 다이소가 언젠가 만 원대 상품을 판매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줍니다.
물론 가격대 확장이 다이소의 정체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하지만 2006년 5천 원대 상품을 추가했을 당시의 물가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만 원이라는 가격도 크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닙니다. 일본 다이소가 기존 100엔 상품 중심의 매장과 별도로, 300엔에서 1,000엔 사이의 상품을 판매하는 '스탠다드 프로덕트'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 것처럼, 다이소도 비슷한 방식으로 고가 라인을 선보일 수도 있고요.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다이소가 더 높은 가격대의 상품을 취급하게 되는 날이 머지않아 찾아올 것으로 보이네요.
트렌드라이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로, '사고파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매주 수요일 아침, 가장 신선한 트렌드를 선별하여, 업계 전문가의 실질적인 인사이트와 함께 메일함으로 전해 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