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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서재 May 26. 2021

코로나19, 우리 아이들 어떻게 자라고 있을까?

5/24(월)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5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현장발언을 했다. 발언 내용을 조금 다듬어 글을 올려본다.  


https://noworry.kr/policyarchive/?q=YToxOntzOjEyOiJrZXl3b3JkX3R5cGUiO3M6MzoiYWxsIjt9&bmode=view&idx=6753923&t=board




안녕하십니까. 저는 5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양육자입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지 어느덧 1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재난은 안그래도 열악한 우리 아이들 삶의 환경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이유도 모른채 아이들 얼굴에는 마스크가 씌워졌고, 학교, 유치원과 놀이터, 지역사회는 폐쇄되었습니다. 친구들끼리 손 잡고 껴안던 일, 함께 물과 간식을 나눠먹거나 밥을 먹던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습니다. 


학교와 유치원, 어린이집은 그나마 ‘돌봄’이라는 명분으로 아이들을 받아주었지만 기관안에서도 많은 활동이 제한되었고 마스크를 쓴 상황에서 선생님, 친구들과의 소통도 오로지 음성에만 기대어 이루어졌습니다. 매일 나가던 산책도, 친구들과의 야외 활동도 사라진채 기관 안에서 마스크를 쓴 채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또 가정보육을 하는 양육자들은 하루하루 아이들과 집에서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스트레스, 스마트폰과 동영상 의존에 대한 고민과 같이 매일 새로운 갈등과 상황에 대처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습니다. 


놀이터와 공원 이용이 막혔으니 집에만 있어야 하는건지, 사람과 거리두기를 하면서라도 최소한의 야외활동은 해야하는게 아닌지 고민하고 걱정될 때 이 모든 것들은 오롯이 개인의 영역에서만 해결되어야 했습니다. 어른들은 회의를 할 때, 행사를 할 때, 업무를 할 때 다양한 상황에 따른 방역지침이 디테일하게 제시가 되어있었지만 아이들과 그들을 돌보는 양육자들을 위한 방역 안내와 최소한의 기준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부모들이 각자도생으로 안전한 야외 공간을 찾아보고, 외국의 방역 가이드를 뒤져가며 아이들의 숨 쉴 틈을 겨우겨우 만들어줬습니다.


이렇게 가정보육을 하는 가정은 그 나름의 고충을, 맞벌이 가정은 감염의 두려움과 맞서고 기관과 선생님을 신뢰하며 어린이집과 유치원 긴급돌봄을 이용해야만 하는 고충을 가지고 1년을 넘게 버티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결국 제 아이를 비롯해 아이의 친구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관계와 사람에 대한 갈증, 놀이와 경험의 결핍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으로부터 받는 자극,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사회정서적 경험이 줄어드는 것이 어쩌면 지금 당장은 큰 문제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걱정하고 우려하는 것은 이러한 결핍과 갈증이 계속해서 쌓여가는 상황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학령기를 맞이하게 될 때 터져나오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아이가 과연 발달단계와 어긋나게 자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시 그렇다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양육자들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지칠대로 지친 양육자들에게는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는 격려와 위로가 오고갔으면 좋겠습니다. 또 지금 아이들에게 부족한 놀이와 사회정서적 경험을 어떻게 채워주어야 할지, 혹시나 이렇게 부족한 상태로 자라나게 될 때 사회와 학교가 어떻게 받아내고 함께 고민할 것인지 안심시켜주는 장치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영유아 시기에 마땅히 누리고 경험해야 할 것들을 잃어버린 아이들 마음을 우리 어른들이 얼마나 돌보고 위로했는지 되돌아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발달과 경험의 문제를 오롯이 양육자와 가정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지금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안정감, 안심, 신뢰감이 그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아이들은 평범한 영유아기를 잃어버렸습니다. 어른들이 너희들의 이 시간을 지키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평범한 일상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의 어려움이 초등학교 입학 이후에, 성인이 된 이후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도록, 발달과 경험의 격차가 미치는 영향이 최소한의 기간이 될 수 있도록 더 이상 양육자들, 어린이집과 유치원 기관에만 짐을 지우지 않고 우리 사회가 다같이 함께 고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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