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시작하며
화려한 위치에 오른 적도 없는 저로서는 거창한 제목의 글입니다. 허나,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물었던 말이고, 제 자신도 '나'를 정리하고 싶다는 욕구가 이따금씩 치밀어서 글을 시작하려 합니다.
음악보다는 글이 나를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허무한 자아를 조금은 만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무의식의 세계를 흐릿하게나마 복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두렵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하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들이 취소되고 사람을 기피해야 하는 요즘이어야만 할 수 있는 작업이라고도 느낍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방해받지 않는 단단한 시간의 방이 필요하니까요.
2018년도에 엄마를 떠나보내고 음악을 시작해서 부단히도 달려왔던 2년이었습니다. '카코포니'라는 이름으로 정규 1집 <和> 을 만들었습니다. 한 번 터뜨린 감정의 샘이 끊이지 않고 세차게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정규 2집 <夢>이 나왔습니다. 본디 저는 겁쟁이라, 감정이 내 몸을 휘감았을 때에만, 노래라는 수단으로만,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저에게 글은 대단히 위험한 작업입니다. 너무 샅샅이 기억해내야 하고 그만큼 견뎌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기억은 나만큼 영원하고, 언제든지 열어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일까요?
앨범의 뿌리가 된 저의 경험, 앨범을 만들기 위해 제가 쏟은 시간을 덤덤하고 솔직하게 써 내려가겠습니다.
매주 수요일에 연재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나의 글에 용기와 노력이 깃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쓴 글의 이름이 축복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