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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혜빈 Feb 22. 2024

에세이 단편집 - 작은 생각

2023년이 사흘 남짓 남은 시점, 내 눈을 사로잡은 홍보글이 있었다.


[메일링 글쓰기 모임]
+ 레터 서비스
매주 글쓰기 팁이 담긴 에세이 발송

참여자 (모집 중)...


서울의 한 서점에서 진행하는 글쓰기 워크숍 공지였다. 찬찬히 읽어보니 특이하게 모든 것이 '메일'로 진행되는 모임이었다. 지방에 사는 데다 외출이 좀처럼 쉽지 않은 내가 서울에서 이름난 책방의 글쓰기 워크숍에 참여하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나로서는 이 메일링 글쓰기 모임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때때로 글쓰기를 해왔던 나는 평소 글을 좀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한 번쯤은 타인으로부터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 워크숍은 1월부터 시작하여 4주간 이어진다고 했다. 새해를 맞아 도전해 봄직한 워크숍이었다. 게다가 비대면 모임! 오래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곧바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1월 중순부터 2월 중순까지, 지난 한 달여 시간 동안 매주 글감을 받았고 글감에 맞춰 자유롭게 글을 썼다. A4 두 장 정도 분량으로 최소 2000자 내외에서 최대 4000자 정도의 글을 한 주에 한 편씩 써야 했는데, 이렇게 과제하듯 기한 안에 글쓰기를 한 적이 얼마만이던지. 쉽지는 않았지만 주어진 글감과 분량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는 일은 즐거웠고 내게 기꺼운 도전이 되었다.


한 달은 빠르게 지나갔다. 글감을 받고, 고민하고, 글의 틀을 짜고, 초고를 쓰고, 퇴고하고, 제출하고, 피드백 받고, 피드백 하고. 다시 글감을 받고....... 그런 과정들을 거쳐 총 네 편의 글이 쌓였다. 하지만 이 글들은 어디에도 업로드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글쓰기 모임에서 쓴 첫 번째 글 같은 경우 브런치에 기록했던 문장을 가져다가 다시 이야기를 만들었기도 하거니와, 네 편의 글 모두 전반적으로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쓰기 모임에서 피드백을 받으며 용기가 생겼고 생각이 바뀌었다. 쓴 글을 어떻게든 다시 내보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이 든 것이다.


한편 글이 쌓이니 재미 삼아 책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글쓰기 모임이 끝난 후 혼자 교정과 교열을 보는 등 글을 더 다듬었고 브런치에 글을 올림과 동시에 무료로 배포할 생각으로 작은 전자책을 만들었다. 솔직히 책으로 만들기엔 터무니없이 짧은 분량이긴 한데 그저 나의 만족이랄까. 처음 써보는 프로그램을 연습하는 겸 편집 디자인도 하고 그동안 찍은 사진도 넣는 등, 하고 싶은 걸 하는 놀이처럼 제작했다.


어쩌다 보니 독립 출판같은 하나의 프로젝트가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점은 글을 잘 쓰고픈 단순한 욕심으로 임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글에 대한 사랑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글을 쓰고, 읽고, 피드백하고, 편집도 도전하면서 나는 글이 주는 기쁨을 깊이 누리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글에 대해 더욱 알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졌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나는 텍스트가 좋다. 정말로 더 좋아졌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글을 읽고 싶고 쓰고 싶고 부지런히 사랑하고 싶다.








글쓰기 모임을 통해 완성한 글들은 <에세이 단편집 - 작은 생각>이라는 이름으로 24일부터 하루 한 편씩 업로드할 예정이다. 글과 함께 전자책 또한 자유롭게 볼 수 있게끔 파일도 올려둘 것이다. 에세이 네 편의 작은 책이지만 정성스레 다듬어진 무언가를 보는 즐거움은 크기나 길이에 상관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다. 부디 즐겁게 읽어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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