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피에 녹다
당신의 붉은 피 속에 녹아
나는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눈으로 보지 않아
그대를 온몸으로 느낀다.
고동치는 파도는 나를 이리저리 보내고
그대의 맥박이 당신을 느낀다.
전율없는 흐느낌과 굳어버린 웃음
당신 속에서 거짓과 허영을 지워나간다.
이름도 잊은 채 광기에 사로 잡혀
바다를 떠도는 에이하브처럼
하얗고 거대한 돌고래를 만나고 싶었다.
그대의 피 속에 떠도는 모비딕
언제쯤이면 만날 수 있을까?
그대의 피속에 녹아 있는 내가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다
드디어 심장으로
그리고 다시 그대의 몸속을 떠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