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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Sep 10. 2018

영화 <체실 비치에서(On Chesil Beach)>

브런치 무비 패스 (2)

스토리, 영상미, 음악 연출의 삼중주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완결도 높은 작품입니다.

소중한 것들을 기록하면서 약간 느린듯한 속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선호하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엉망 진창으로 부셔진 관계에서 찾는 의미


실패에도 의미가 있다.

영화 <체실 비치에서>는 실패한 사랑에 대한 영화입니다. 체실비치라는 바닷가에 몇시간전에 결혼을 올린 두 젊은 남녀가 찾아옵니다. 1960년대 초반, 68혁명이 일어나기 직전의 시기가 시대적 배경입니다. 사회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비트닉의 흐름이 소용돌이치기 전이고, 원자폭탄의 사용을 반대하는 그리고 반전물결이 학생들 사이에 퍼져나가던 격동의 시기였죠. 60년대 격동의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하고 있는 플로렌스와 에드워드가 체실비치에 서 있는 두 남녀입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타인과의 신체적 접촉에 극도의 거부감을 가진 플로렌스와 정신질환이 있는 어머니밑에서 자라나 성숙한 여성과의 정신적 유대에 대한 결핍이 있는 에드워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두 남녀. 가장 행복해야할 시기라고 보기엔 서로를 쳐다보는 눈빛이 너무도 복잡미묘하네요.


체실 비치에서, IMDb 6.3/10, 7.0/10


 관현악 4중주단에서 리드 바이올리니스트를 맡고 있는 플로렌스. 아주 친절하고 섬세하지만 본인과 부딪히는 의견이 있을 때에는 상당히 예민해지는 편으로 그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내며 해결하는 능력은 조금 약합니다. 그 덕분에 아주 가까운 사람들-가족이나 관현악단 크루들-과는 꽤나 갈등이 있는 편.


 역사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뒤, 가족의 무관심에 마음이 상해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버리는 에드워드. 아마도 본래는 관심이 없었을 원자핵 관련 모임이 있는 모임에 문을 열어본다. 문을 열자마자 눈이 마주친 것은 바로 플로렌스. 플로렌스는 에드워드에게 곧장 다가와 “hello”라고 말합니다.


 둘은 모임장소를 빠져나와 데이트를 하기 시작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정성스럽게 들어주는 플로렌스의 눈동자에 점점 빠져드는 에드워드.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맨부커 상의 수상자이자 어톤먼트의 원작자인 이언매큐어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 <체실비치에서>입니다.


미숙한 존재와 미숙한 존재가 만나 만들어내는 가장 소중한 실패에 대하여.


나에게 전하는 조용한 위로


나는 체실비치를 보면서 크나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내생에 가장 소중한 실패의 기억까지 끌어안고 갈 수 있다면 세상에서 더 이상 의미없이 슬플 일은 없을 거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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