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펄블B Jun 02. 2016

엄마와 유럽으로 떠나요!!

Day 0 안녕 아빠, 안녕 아들.

내가 유럽에서 가보지 못한 곳 중에 가고 싶다고 항상 손꼽아 왔던 곳은 독일과 스페인이었다. 서유럽 갈 때는 동유럽 갈 때 가면 된다고 빠졌던 독일이었고, 동유럽 갈 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독일이 일정에서 빠져서 가지 못했다.


캐나다에서의 교환학생 학기는 4월에 끝나서 여름 계절학기가 시작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사실 워털루에 교환학생을 쓴 이유 중 하나가 그것이기도 하고. 교환이 결정 나자마자 세운 계획이 5월에 엄마랑 유럽 여행을 가는 거였으니깐 뭐. 남동생이 대학에 가면서 집안 입시도 다 끝났겠다. 엄마랑 나는 꺼리길 게 없었다. 내가 노래를 부르던 독일과 스페인 중에 고민을 하다가 스페인은 아빠가 자기도 가고 싶다고, 자기도 같이 가족 여행으로 가자고 해서 스페인은 탈락. 네덜란드+벨기에+독일 일주의 일정이 결정되었다.


사실 교환 끝나고 그 근처 지역을 바로 여행을 하는 게 보편적인데, 나는 이 저주받은 체력 때문에 집에서 요양을 좀 하다가 여행을 떠난 게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바로 유럽으로 비행기 타고 날아갔으면 여행은 개뿔 유럽 도착하자마자 뻗었을 거다.


엄마랑 둘이 여행을 간 적은 있지만 자유 여행으로, 단 둘이, 이렇게 길게 집을 떠나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가장 걱정이 되었던 건 한국에 남겨두고 가는 집안의 두 남정네들이었다. 남동생은 혼자 잘 살 수 있게 키웠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되었지만(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고), 우리 아빠는 엄마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이라 걱정이 앞섰다. 여행 가서도 "엄마, 아빠 아사하는 거 아닐까?"라는 말을 종종 입에 올리곤 했다.


하지만 아빠와 아들이 걱정된다고 여행을 안 갈 수는 없는 법이므로 그저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잘 살아있기를 바라며 엄마와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안녕 아빠, 안녕 아들 우리 갔다올겡!! 선물 사 올게!! 잘 있어!!


압빠 안냥
아들 안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