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에 대한 첫 번째 이야기
시작은 결핍의 인정부터...
올해 고3인 조카가 집안 어르신들이 성년이 되는 자신에게 편지를 써달라고 했다.
이에 나는 두 가지가 크게 놀라웠다.
첫째, 나도 어르신의 범주에 들어갔구나!
둘째, 그럼에도 젊은 친구들에게 해줄 말이 없구나!
"어떤 것을 알려줄까" 많은 고민을 했다.
그들에 대한 칭찬과 찬양!
삶의 아름다움!
긍정적인 생각!
그런 콘셉트는 사실에 기반한 나의 표현법과는 거리가 멀다.
나는 세상을 살면서
시작이 제일 두려웠고
진행이 너무 힘들었으며
마무리를 잘 못 했던 것 같다.
그래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시작, 진행, 마무리에 대해서
생각한 것을 공유해 주겠노라고
결심했다.
이 글은 그 친구에게 보내는 글이고
조금 어린 친구들에게 쓴 것이다.
[내 의지의 시작은 결핍이었다.]
나는 아주 완벽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먹고 싶은 것을 아주 풍족하게 먹었고
해보고 싶은 것은 거의 모두 다 했었다.
바나나 하나를 온전히 먹을 수 있었고
자장면도 아버지가 자주 사주셨으며
유치원도 2년이나 다녔다.
쉽게 생각하면 1980년대에
현재의 어린이와 비슷한 삶을 살았었다.
(적어도 국민학교 5학년때까지는...)
국민학교 5학년은 나에게 결핍을 선물해 준
내 인생사에 가장 드라마틱한 시기였다.
그때 나는 뚱뚱했고 한글도 몰랐다.
하지만 아주 긍정적이고 행복한 아이였다.
공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고 할 생각도 없었다.
친구들과 놀았고 친구가 없으면 아버지와 놀았다.
조금 더워지는 시기 아침이었다.
항상 새벽에 운동하시던 아버지가 엄마가 아침준비를 마쳤을 때까지 주무시고 계셨다.
엄마가 아버지께 아침 준비되었다고 식사하러 오시라고 말씀드리라고 하셨고
나는 안방에 가서 아버지에게 말씀드렸다.
하지만 아버지는 일어나지 못하셨다.
그때까지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아버지였는데
그때부터는 돌봐드려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아버지를 보고 중풍 맞으셨다고 했고 요즘 말로는 뇌졸중이다.
우리 집의 풍족함은 사라졌다.
나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무엇을 할까?" 생각하다가 할 수 있는 것이 돈이 안 드는 "공부"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가장 싫고 가장 못 하는 것이 "공부"였는데..
그래서 공부를 시작했고
내가 아는 한 전교 꼴등에서 전교 1등까지 한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부모님에게서 독립으로 결핍을 만들자!]
가을에 논을 보면 추수하기 전에는 풍요롭다.
하지만 추수가 끝나면 척박하다.
논의 풍요는 창고에 들어가서 사람을 기름지게 한다.
논은 부모님과 같고 사람은 자식과 같다.
자식들은 부모의 풍요를 자연스럽게 뺏어간다.
아주 당연하게...
이런 캥거루족은 결핍을 모르고
세상밖으로 나와서 시작할 수 없다.
부모님께 어느 정도의 지원은 받드라도
부모님 돈이라는 것 인식해야 하고
갚아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그 돈이 제 값을 한다.
만약 부모님의 지원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면
결핍을 느낄 수 없고 열정을 태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큰 결핍은 유한한 시간]
무엇이든 빨리 시작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시작을 해야 무엇이 부족(결핍)한 지 알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다고 하는데
나는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시간을 남들보다 빠르게 많이 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래서 무엇이든 빨리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꾸준한 것이 좋다.
[요즘이 N포 세대라고?]
너무 풍요로운 세대 아닌가?
바나나도 먹고 자장면도 먹는데...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보지 말고
눈으로 세상을 봤으면 한다.
해드폰으로 귓속말을 듣지 말고
귀로 벽 넘어까지 들었으면 한다.
남의 상상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의 상상을 현실화시키기 바란다.
이런 것을 하려면 시간이 없다.(결핍)
바로 시작하자!
친구야!너의 세상은 너로 채워져야 한다.
친구야!지금 네 삶은 너 자신이 결핍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