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니 이렇게 느끼네!
2025년 3월의 어느 날 새벽이었다.
나는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백석생활체육공원에서 달리기를 하였다.
밤의 기운이 좀 더 센 시점이라서 어두웠고
가로등 불빛에 의존하여
트랙을 천천히 뛰고 있었다.
트랙에는 나 혼자였고
인조잔디로 된 축구장에는 노부부로 추정되는
어르신 두 분이 걷고 계셨다.
내가 어르신이 계신 모퉁이를 지나갈 때쯤
할아버님께서 지팡이로 날 가리키며
퉁명하고 짜증스럽게
"어이!(갈라지는 목소리로),
어이!(좀 더 크게)" 호통치듯 나를 부르셨다.
정감과 친절은 1도 없는 그 소리에
나는 흠칫 놀랐고
무엇을 잘 못 했는지?
어떤 무례함을 저질렀는지?
고민하면서 "네"라고 대답하고
어르신에게 다가갔다.
어르신께서는 세상 까칠한 목소리로
"거기 미끄러워! 차라리 축구장 안쪽을 뛰어!"
가장 정감 있는 말씀 해주셨다.
꼭 우리 아버지같이 말이다.
어르신 말씀으로
수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느꼈다.
나는 어르신께서 알려주신 대로
안전한 축구장을 뛰며
남아있는 어둠 속에서
그리움 몇 방울을 흘려냈다.
그리움의 파도가 잔잔해질 무렵,
날은 밝았고 달리기도 멈췄다.
나는 그곳을 아버지의 운동장이라고 지칭하였고
무엇인가를 비우고 어떤 것들은 채워야 하는
새벽이 오면 시계반대방향으로 그곳을 뛴다.
그렇게 시계반대방향으로 거의 매일 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