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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자기 낮춤!

아버지의 운동장-5편

by 난이

오늘(2025년 7월 6일) 나는 늦잠을 잤다.

보통 아버지의 운동장에 6시 이전에 도착하는데

6시 20분이 좀 넘은 시간에 도착했다.

항상 보이시던 청소하시는 분이 안 보였다.

나는 바로 트랙에 들어서서 뛰기 시작했다.

한 바퀴를 돌고,

두 바퀴를 돌아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분이 청소하는 것이 보였다.

"관두셨나?" 생각했다.


내가 이 운동장에서 와서

처음 뵌 분이고 처음으로 인사드린 분이며

가장 많이 마주쳤고 가장 많이 인사드린 분인데

허전했다.


트랙을 25 바퀴를 뛰어서 10km 달리기를 마무리할 무렵 그분이 등장했고 못 보면 어쩌나 했는데 너무 반가웠다.


신발을 갈아 신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드렸다.

그러니 그분이 두 번째로 내게 말을 하셨다.

"인사하지 마세요! 가치가 없어요!

청소하는 사람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요!

인사 안 하셔도 돼요!"

말씀을 듣는데 미안하고 창피했다.

대답이 아닌 위안을 드려야 하는데

죄송해서 입술이 떨리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 감정을 억누르고 차분하게 말씀드렸다.

"제가 이 운동장에서 처음 뵌 어르신이고

가장 많이 마주치는 어르신이며

쾌적하게 이용하게 도움을 주시는 분인데

어떻게 인사를 안 드립니까?

감사합니다."

그분은 내게 인사를 너무 잘해줘서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하셨다.


짧은 대화를 마치고 돌아서는데

미안한 감정도 서운한 감정도 들었다.


나는 그분께 이 매정한 사회였을 것이다.

그래서 미안했다.


나는 언젠가는 이 사회에서 그분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서운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가 완벽하길 바라봤자

그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조금 더 잘해야지!


내일 운동장 갈 때는 드링크라도 들고 가야겠다.

수줍어서 능숙하게 드릴 자신은 없지만

용기를 내어서 드리고 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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